방언 ()

언어·문자
개념
독립된 체계를 가진 한 언어의 분화체 또는 그 변종. 사투리 · 지방어 · 지역어.
이칭
이칭
사투리, 지방어, 지역어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방언은 독립된 체계를 가진 한 언어의 분화체 또는 그 변종이다. 사투리·지방어·지역어로도 불린다. 사투리는 표준어에 대립하는 용어로서 공통어의 하위 개념인 방언과는 다르나 두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경상도와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사용되는 동남방언, 함경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동북방언, 전라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서남방언, 추자면을 제외한 제주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제주방언, 중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중부방언이 있다. 현재는 지역에 따른 언어차보다 세대에 따른 언어차가 훨씬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청소년층은 전통적 방언 사용빈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정의
독립된 체계를 가진 한 언어의 분화체 또는 그 변종. 사투리 · 지방어 · 지역어.
개설

통상적으로는 한 언어의 변종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때는 방언이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표준이 아닌 말이나 교양 없는 말로 정의되기도 하였으나, 언어 구조상으로 방언과 표준어 또는 방언들 사이의 우열 관계란 성립하지 않으므로 현재는 이러한 정의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다른 의미에서 방언은 한 언어의 분화체이다. 본래 한 언어였으나, 어떠한 이유로 인해 말이 서로 달라져 여러 방언으로 나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언은 시간이 흘러 언어차가 매우 커지면, 아예 다른 언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떤 두 말이 서로 다른 언어인지, 한 언어에 속하는 두 방언인지 하는 것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하여 그동안 이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상호 의사소통 여부’, ‘국경선의 개재 여부’, ‘표준어나 정서법 규정의 존재 여부’ 등이 제안되어 왔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인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쓰이는 말인지, 한 국가 안에서 쓰이더라도 서로 다른 표준어나 정서법을 가진 말인지 등에 따라 언어 또는 방언으로서의 지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 의사소통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국경선의 개재 또는 표준어나 정서법 규정의 존재라는 기준은 언어와 방언을 언어 외적으로 특히, 정치적으로 구분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신할 만한 기준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어떤 연구자는 언어와 방언의 2분법을 포기하고 ‘언어(outer-language), 준언어(inner-language), 방언’의 3분법을 상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3분법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들 사이의 구분 기준 역시, 명료하지 않으므로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로써 볼 때 언어와 방언은, 그 말을 쓰는 화자들이 공유하는 언어 내적 · 외적 판단에 의지해 구별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말에 대해 가지는 화자들의 생각에 따라, 해당하는 두 말이 서로 다른 언어인지 아니면 한 언어에 속하는 두 방언인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국가 경계나 표준어 · 정서법을 달리하는 함경북도 육진 지역의 어느 마을 또는 중국 연변 두만강변의 어느 조선족 마을에서 쓰는 말을 한국어의 방언이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된다.

한편, 방언과 사투리의 개념 또한 구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방언은 한 언어의 분화체로 해당 언어 체계 전반을 가리키는 데 반해,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것, 즉 해당 언어 체계의 일부로 특정 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말을 가리킨다.

가령, 강화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어디 가이꺄?’란 문장을 듣고 이를 ‘어디 갑니까?’와 비교하여 “어미 ‘-이꺄’는 ‘-ㅂ니까’의 뜻을 나타내는 강화도 사투리다.”라고 말했다면, 이때의 ‘사투리’가 바로 그러한 뜻으로 쓰인 예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언 개념에 의하면, 강화 토박이의 언어 체계 전반이 다 방언이므로 어미 ‘-이꺄’뿐 아니라, 부사 ‘어디’나 동사 ‘가-’ 모두, 강화도 방언의 한 요소가 된다. 말하자면 ‘사투리’는 ‘표준어’에 대립하는 용어로 그리고 ‘방언’은 ‘공통어’에 대한 하위 개념으로 구별해서 사용하는 셈이다. 일반인들은 대개, 이 두 개념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연원 및 변천

기원적으로 방언(方言)은 ‘오방지언(五方之言)’의 준말이다. 이때의 오방(五方)은 ‘동방(東方), 서방(西方), 남방(南方), 북방(北方)’의 사방(四方)과 ‘중방(中方=중앙)’을 합쳐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방언은 결국 각 지방에서 쓰이는 말을 가리키게 된다. 그러하기에 본래의 ‘방언’은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적 사고가 강력해지기 이전에 생성된 개념으로, 오늘날의 지방어(또는 지역어) 정도의 뜻으로 쓰였다.

현존하는 문헌 속에서 ‘방언(方言)’이란 말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김부식(1075~1151)『삼국사기』(1145)로, 「설총」조에 ‘( 설총이) 방언으로 구경을 읽었다.(以方言讀九經)’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는 한국 사람이 신라의 말을 ‘방언’이라고 부른 예로 이때의 ‘방언’은 중국의 변방어, 직접적으로는 한국어를 가리켰다고 하겠다.

‘방언’의 이러한 용법은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19세기 말까지 면면히 유지되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능화(18691945)가 쓴 『국문연구』(1909)의 ‘국내의 각지 方言’이나 최남선(18901957)이 편집 · 발행한 잡지 『소년』(1909)의 ‘호남 지역의 공통적인 方言’은 이 시기의 ‘방언(方言)’이 ‘지방어’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었음을 알려 준다. 이들 진술에서, ‘방언’이란 단어의 용법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근대 문화의 수용 과정에서 이루어진 중국어 또는 일본어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방언’이 ‘지방어’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지방어’로서의 의미를 획득한 ‘방언’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기본적인 의미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어’ 개념이 새로 도입되면서 ‘방언’이 표준어와의 대립 관계 속에서 파악되었다. 그리하여 ‘방언’은 지방의 말이면서 표준어가 아닌 것, 나아가 없어져야 할 말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언’ 개념을 바탕으로 1936년에, 조선어학회의 주도 아래 표준어 사정(査定)이 이루어졌다.

내용

좁은 의미에서 방언은 독립된 체계를 지니는 한 언어의 분화체이다. 이러한 개념은 두 가지 정보를 포괄한다. 하나는 완전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같은 언어에서 갈라져 나온 변종이라는 것이다.

먼저 방언은 그 자체로 독립된 언어 체계를 갖는다. 이는 음운, 어휘, 문장의 면에서 방언이 하나의 언어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은어(argot)는 방언일 수 없다. 보통 ‘은어’라 하면, 특수한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일상어를 대체하여 사용하는 일부 단어나 표현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언은 한 언어에서 분화된 변종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중국 연변 지역의 조선족들이 쓰는 ‘조선어’나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의 고려인들이 쓰는 ‘고려말’도 한국어에서 갈라져 나왔으므로 분명히 한국어의 방언이다. 또 과거 양반층의 후예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여 형성한 경상북도 안동의 ‘반촌어(班村語)’도 한국어의 방언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이전 시기에 한국에서 사용되었던 말(가령, 15세기의 서울말)도 현용되는 말과 마찬가지로 한국어의 방언이 된다. 이러한 방언은 그 형성 요인에 따라 크게 다음 세 종류로 나뉜다.

(1) 사용자들의 출신 지역이 다른 데에서 비롯한 지역 방언.

이는 지역과 지역 사이에 험준한 산맥이나 매우 큰 바다 등의 지리적 경계가 있거나, 지역 간의 절대적인 거리가 멀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지역에 따른 방언차를 선명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로 ‘부추(경기도, 강원도), 정구지(경상도, 충청북도), 졸(충청남도), 솔(전라도), 세우리(제주도)’ 등을 들 수 있다.

(2) 사용자들이 속한 사회적 범주가 다른 데에서 비롯한 사회 방언.

이는 국경이나 신분제 등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할아버지/큰아버지’에 대해 반촌(‘큰아배/맏아배’)과 민촌(‘할부지/큰아부지’)이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는 1970년대 경북 안동 지역의 한 조사 보고에서 그러한 사회 방언의 예를 볼 수 있다.

(3) 사용자들이 사는 시간적 영역이 다른 데에서 비롯한 시간 방언.

15세기의 말과 현대의 말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노년층과 청소년층의 말이 다른 것도 시간 방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15세기의 ‘온/즈믄’이 오늘날 ‘백(百)/천(千)’으로 대치된 것이나, 노년층의 일상어인 ‘부뚜막’이 가옥 구조의 변화로 오늘날 점차 쓰이지 않게 된 것도 모두 시간에 따른 방언차를 보인 예가 된다.

이와 같은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시간 방언 포함)은,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화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의해 분화된 언어의 변종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출신 지역이 다르다거나, 사회계층 또는 성별이 다른 데에서 언어 특징의 차이가 드러날 때 각기 다른 방언을 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어 특징의 상위가 언제나 화자 고유의 특성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화자도 항상 같은 말투만을 써서 이야기하지는 않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와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때 각각 다른 말투를 쓴다. 이처럼 일상 대화에서 상황이 바뀌면 언어 표현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그 달라진 표현들을 상황변이어 또는 레지스터(register)라 부른다. 이러한 상황변이어는 메시지(message: 언어나 기호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 내용)의 전달과정에 따라 대체로 다음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맥락(脈絡: 전후관계, 배경)에 따른 상황변이어.

화자(=자신)나 청자를 예우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격식적 표현이나 은비(隱秘)적 맥락 즉, 집단 내 구성원을 결속하고 타 집단을 배제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은어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남들에게 ‘나’나 ‘저’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어로 사용하는 ‘본인’은 바로 그러한 격식적 맥락에서 사용된 상황변이어이다.

(2) 매체(媒體: 표현의 도구)에 따른 상황변이어.

문자를 매개로 하는 문어(文語)에서 사용되는 조사 ‘-에게’는 전달 매체와 관련된 상황변이어의 단적인 예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표준어에서는 음성을 매개로 하는 일상적인 구어에서 사용되는 조사 ‘-한테’가 ‘-에게’를 대신하여 쓰인다.

(3) 내용(또는 주제)에 따른 상황변이어.

일상어 ‘소금’을 대신해 사용하는 전문어 ‘염화나트륨’은 현재의 진술이 과학적 주제를 중심 내용으로 한 대화 속에서 전달되고 있음을 함축한다. 따라서 이 경우의 ‘염화나트륨’은 전문 영역의 엄정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상황변이어라 할 수 있다.

(4) 특정 대화 상대에 따른 상황변이어.

‘맘마(먹을 거), 까까(과자)’ 등 엄마/아빠가 일상어를 대체하여 아이에게 쓰는 유아어는 바로 그러한 상황변이어의 예가 된다.

이처럼 상황변이어는 대화의 상황에 따라 일상어를 대체하여 쓰는 언어 표현들로, 그 자체로 독립된 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상황변이어는 좁은 의미에서 방언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란 기본적으로 사회적 상황일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으로 조건된 상황변이어가 사회 방언의 하나임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을 따르면, 사회 방언은 결국 화자 고유의 특성과 관련된 것(예: 반촌어)과 대화 상황과 관련된 것(예: 은어) 두 종류로 나누어지며, 한 언어에서 사회적으로 분화 · 확대된 변종의 의미와 함께 독립된 언어 체계를 갖추지 않아도 ‘방언’으로 부를 수 있게 된다.

현황

지역 방언을 대상으로 할 때, 한국어는 크게 여섯 개의 방언권으로 나뉜다. 각 방언권에 대해 표준어와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그 언어적 특징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 동남방언: 경상도 및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성조가 단어의 뜻을 구별하는 변별적 기능을 보이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다만, 강원도 영동의 북단 지역은 예외적으로 성조가 변별적이지 않다.

성조를 제외할 때, 음운면에서의 제일 큰 특징은 전국에서 발음상의 제약을 가장 많이 가진 방언이라는 점이다. 이 방언의 대부분 지역에서 ‘에/애’ 및 ‘으/어’의 변별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겡상도(경상도), 학실히(확실히)’ 등에서처럼 자음 뒤의 이중모음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 또 ‘ㅅ’과 ‘ㅆ’을 변별하지 못하는 지역(대체로 낙동강 동쪽)도 있다. ‘무섭어(무서워)’ 등 표준어의 ‘ㅂ’불규칙 용언에 대해 ‘ㅂ’을 발음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는 점도 이 방언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된다.

문법 면에서 동남방언을, 다른 방언과 확연히 구별 지어 주는 것은 종결 어미다. 먼저, 형태가 다른 어미를 써서 설명/판정 의문을 구분하기도 한다. 가령, ‘오데 가노?(어디 가니?)’와 ‘집에 가나?(집에 가니?)’에서 보듯 설명을 요구하는 의문에는 ‘-노’, ‘예/아니오’의 판정을 요구하는 의문에는 ‘-나’가 연결된다. 또 ‘갑니더(갑니다), 갑니꺼(갑니까), 가입시더(갑시다)’ 등 종결 어미의 모음이 ‘-어’ 계통이라는 점도 이 방언이 보이는 독특한 모습이다.

(2) 동북방언: 함경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중국 연변 지역의 조선족들은 대부분 함경북도에서 이주한 까닭에 이 방언을 쓴다. 동북방언이 보여 주는 음운 면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성조가 변별적으로 기능한다는 점과 ‘ㅈ, ㅊ, ㅉ’의 발음(치음)이 표준어(치조음)와 다르다는 점이다. 이 방언의 성조는 중세국어의 성조와 규칙적으로 대응하여 15세기의 성조 연구에 큰 도움을 제공한다.

문법 면에서는 ‘닫기다(닫히다), 날구다(날리다)’ 등에 나타나는 피사동 접사 ‘-기/구-’, ‘먹어 아이 보았소.(먹어 보지 않았소.)’ 등에 보이는 부정 부사 ‘아이(안)’의 위치, 그리고 형태적으로 독특한 ‘-습꾸마(-습니다), -슴둥(-습니까)’ 등의 종결 어미가 주목된다. 어휘적으로는 ‘마우재(러시아인)’나 ‘마선(재봉틀)’ 등 중국어나 러시아어에서 유래한 차용어가 흔하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 서남방언: 전라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음운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으(우리의)’ 등처럼 표준어의 ‘의’가 대개 ‘으’로 대응되어 나타난다는 것과 ‘유강년(육학년), 모대(못해)’ 등처럼 ‘ㄱ, ㄷ, ㅂ’과 ‘ㅎ’이 연속될 때 ‘ㅋ, ㅌ, ㅍ’으로의 격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방언에 비해, 모음의 음장(音長)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강하다는 점도 이 방언의 특징으로 언급할 수 있다.

문법적으로는 ‘깨끄다니(깨끗하게)’ 등의 부사형 ‘-니’와 ‘잡도 안해.(잡지 않아.)’ 등의 부정 ‘-도(-들, -든)’가 주목된다. 또 ‘언능 와게.(얼른 오셔.)’와 ‘머리 다 깜어겠소?(머리 다 감으셨소?)’ 등처럼 높임의 ‘-아게/어게-’가 사용된다는 것도 이 방언의 주요한 문법적 특징이다. 아울러 이 방언의 전형적인 말투에 흔히 나타나는 ‘-잉’은 문장 또는 어절 끝에 쓰여 화자가 상대에 대해 갖는 다정함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요소다.

(4) 서북방언: 평안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음운면에서, ‘가디 말라(가지 말라), 티다(치다)’ 등처럼 ‘이’ 앞의 ‘ㄷ, ㅌ’을 ‘ㅈ, ㅊ’으로 바꾸어 발음하는 구개음화를 경험하지 않은 방언으로 유명하다. ‘어’가 ‘오’로 그리고 ‘으’가 ‘우’로 바뀌어 가는 것도 이 방언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문법적으로는 ‘내래 가갓어.(내가 가겠어.)’ 등에 쓰이는 주격 조사 ‘-래’가 독특하다. 또 ‘먹엇어(먹었어), 가갓어(가겠어)’ 등에서 보듯 과거 시제의 ‘-앗/엇-’과 의도나 추측의 ‘-갓-’ 모두, 종성으로 ‘ㅆ’이 아니라 ‘ㅅ’을 갖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휘 면에서, 친족 명칭에서 ‘클아바지(할아버지)’와 ‘클마니(할머니)’ 등 ‘크-’계가 ‘조부모(祖父母)’를 가리키고, ‘맏아뱀(큰아버지)’과 ‘맏어맴(큰어머니)’ 등 ‘맏-’계가 ‘백부모(伯父母)’를 가리킨다는 점 또한 매우 특징적인 사실이다.

(5) 제주방언: 추자면을 제외한 제주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다른 방언과 비교해 제주방언은 단모음으로 ‘ᄋᆞ’를 가진다는 점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50세 이상의 화자들은 대부분 ‘ᄋᆞ’를 다른 모음들과 구별해 발음한다.

문법 면에서 제주방언을, 다른 방언과 구별 지어 주는 것은 종결 어미다. 이 방언에는 형태가 다른 어미를 써서 설명/판정 의문을 구분해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어디 가는고?(어디 가는가?)’와 ‘집이 가는가?(집에 가는가?)’에서 보듯 설명 의문에는 ‘-는고’, 판정 의문에는 ‘-는가’가 연결된다. 또 주어의 인칭에 따른 출현 제약을 가지는 종결 어미가 존재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너는 누게 아덜인디?(너는 누구의 아들이니?)’의 ‘-ㄴ디’는 2인칭 주어하고만 어울릴 수 있는 어미다.

한편, ‘막아ᇝ저막암쩌, 막앗저(막았다)’에 나타나는 현재의 ‘-아ᇝ/어ᇝ-’과 과거의 ‘-앗/엇-’은 형태적 · 기능적으로 독특한 모습을 가진 선어말어미이다. 또 ‘나가 가크라.(내가 가겠어.)’ 등에 보이는 ‘-크-’는 형태상으로는 특이하나, 기능적으로는 표준어의 ‘-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어미다. 아울러 ‘올레(골목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짧은 골목), 비바리(처녀)’ 등 다른 방언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단어들이 무수하다는 점도 이 방언이 보이는 어휘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6) 중부방언: 중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

대체로 경기도(서울 포함)를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 지역인 황해도, 충청도 및 강원도 영서 지역에서 쓰는 방언을 가리킨다.

이 방언은 고려의 성립 이래 형성된 서울(개성 포함) 중심의 중앙어까지 소급된다. 따라서 중부방언은 바로 이 중앙어(훗날의 표준어)의 특징을 어느 다른 방언보다도 많이 가진 방언임에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모음의 음장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다는 점과 ‘그:짓말(거짓말), 읃:다(얻다)’ 등 장모음의 ‘어’를 ‘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은 이 방언의 전형적 특징이라 할 만하다.

이와 같은 각 방언의 특징은 해당 방언의 전 지역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각 방언의 하위 방언권마다 동일한 특징을 공유할 수도 있고, 다른 특징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특징마저도 노인층 화자들에서만 유지된다. 각 방언의 청소년층 화자들은 전통적 방언 대신에 표준 한국어의 한 변종을 사용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말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방언은 지역에 따른 언어차보다 세대에 따른 언어차를 훨씬 더 현저하게 보여 준다. 따라서 아무런 대응책 없이 이 상태가 좀 더 지속된다면, 고유의 방언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상당 부분 사라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사정은 특정 방언만이 아니라, 한국어의 모든 방언에 해당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의 방언과 방언학』(정승철, 태학사, 2013)
『방언학』(이익섭, 민음사, 2006)
『방언학 사전』(방언연구회 편, 태학사, 2001)
『경북 동해안 방언 연구』(최명옥, 영남대 출판부, 1980)
「동북방언」(곽충구, 『새국어생활』8-4, 국립국어연구원, 1998)
「중부방언」(박경래, 『새국어생활』8-4, 국립국어연구원, 1998)
「표준어」(이병근, 『새국어생활』8-2, 국립국어연구원, 1998)
「방언」(최명옥, 『새국어생활』8-3, 국립국어연구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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