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죽은 이를 추모하는 의식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원시·고대인들은 자연 그 자체를 대상으로, 혹은 외경심·신비감의 근원인 초월자나 절대자를 상정하고, 삶의 안식과 안락을 기원하거나 감사의 표현으로 제를 드렸다. 이후 인간의 사후 영혼을 신앙하여 조상신에 대해서도 숭배와 복을 비는 제사가 이루어졌다. 문화가 발달하면서 제의는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제도로 정착하였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들어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제도화가 크게 진전되었는데, 국가·왕가·일반사가의 제사는 모두 주희의 『가례』를 기본으로 삼았다.
그 기원과 형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원시 · 고대인들은 우주 자연의 모든 현상과 변화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꼈을 것이며, 특히 천재지변을 겪을 때는 공포감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초월자 또는 절대자를 상정하고 삶의 안식과 안락을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천지 만물의 생성화육(生成化育)에 대해 외경심 · 신비감을 갖게 되는 동시에 생명에 감사를 표하는 행사가 베풀어졌다.
하늘[天] · 땅[地] · 해[日] · 달[月] · 별[星辰] · 산 · 강[川]과 그 밖의 자연물에 초인적인 힘이나 신통력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삶의 안녕과 복을 비는 의식이 생겨났다.
인간의 사후 영혼을 신앙한 나머지 귀신을 섬기는 예식을 갖게 되었다.
조령(祖靈)에 대한 외경심과 조상 숭배 사상이 합치되어 조상을 추모하고 자손의 번영, 친족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행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유래를 지닌 제사는 인지(人智)가 열리고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일정한 격식을 갖추게 되었고, 제도로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대상도 뚜렷하게 설정이 되었다.
우리 민족은 아득한 고대로부터 하늘을 공경해 제천 의식을 거행하였으며, 농경(農耕)에 종사하게 된 뒤로는 우순풍조(雨順風調)와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의식이 성행하게 되었다. 옛 기록에 나타나 있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濊)의 무천(舞天) 등이 모두 제천 의식인 동시에 농사와 연관이 있었던 듯하다. 그 후 국가 형태가 완비된 뒤로는 사직(社稷)과 종묘(宗廟), 그리고 원구(圜丘) · 방택(方澤) · 농업(先農壇) · 잠업(先蠶壇) 등 국가 경영과 관련이 있는 제례가 갖추어졌고 조상 숭배 사상의 보편화와 함께 가정의 제례도 규격을 이루게 되었다.
국가에서는 원구 · 방택과 사직의 제사가 가장 중요하고, 왕가에서는 종묘의 제사를 으뜸으로 삼았으며, 일반 사가(私家)에서는 가묘(家廟)가 있어 조상제사를 정성껏 받들었다. 이런 제례는 모두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주희의 『가례』를 기본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
가정에서 봉행해 온 제사는 다음과 같다.
사당(祠堂)에 올리는 제의: 대종(大宗) · 소종(小宗)은 집 안에 사당을 모시고 있다. 사당에는 고조 이하 4대의 신위를 봉안하고 있는데, 초하루[朔] · 보름[望]에 분향을 하고 기일(忌日)에는 제사를 드린다. 집안에 중대한 일이 생겼을 때는 반드시 고유(告由)를 하고, 색다른 음식이 생겼을 때 먼저 드리며, 계절의 신미(新味)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시제(四時祭):사계절에 드리는 제사로 중월(2 · 5 · 8 · 11월)에 사당에서 지낸다.
시조제(始祖祭):시조를 잇는 대종손이 제주가 되어 동지에 지낸다. 동지는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는 날이라, 이를 상징하는 뜻에서 시조의 제사를 지낸다.
선조제(先祖祭):초조(初祖) 이하 고조 이상을 입춘(立春)에 지낸다. 입춘은 생물지시(生物之始), 곧 만물이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여 선조를 제사지내는 것이다.
이제(禰祭):아버지의 사당에 계추(季秋: 음력 9월)에 지내는 제사이다. 계추는 성물지시(成物之始), 곧 만물을 거두는 무렵이라 이를 상징하여 조상 중에 가까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낸다.
묘제(墓祭):산소에서 지낸다. 기제(忌祭)로 받들지 않는 조상에게 드리는 제향이다.
기제(忌祭):죽은 날, 즉 기일에 지낸다. 사대봉사(四代奉祀)라 하여 4대를 지내며 해당되는 신위에만 드린다.
이들 제사 중 대표적인 기제의 절차를 『가례』를 바탕으로 속례를 참고해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하루 전에 재계(齋戒)를 하고 정침(正寢)을 깨끗이 쓸고 닦은 다음 제상(祭床)을 베푼다. 제청(祭廳)의 서북쪽 벽 아래에 남향으로 고서비동(考西妣東)이 되게 신위를 모신다. 고서비동이란 아버님 신위는 서쪽에, 어머님 신위는 동쪽에 모시는 것으로, 『가례』에는 기일에 해당하는 신위만 모시도록 되어 있으나 속례로는 합설(合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상 앞에 향안(香案: 향 놓는 탁자)을 베풀고 그 위에 향로 · 향합을 놓는다. 모사(茅沙: 사당이나 산소에서 조상에게 제를 지낼 때에 그릇에 담은 띠의 묶음과 모래)는 그 앞에 놓는다. 향안 왼쪽에 축판(祝板)을, 오른쪽에 제주(祭酒)와 퇴주 그릇을 놓는다.
진설(陳設):제상에 제수(祭需: 제물)를 올린다. 먼저 실과를 올리는데, 속례에 따라 홍동백서(紅東白西) 혹은 대추 · 밤 · 배 · 감 · 사과의 순으로 놓아도 된다(동쪽은 오른편이고 서쪽은 왼편이다). 생과(生果)는 서편, 조과(造果)는 생과 다음으로 동편에 놓는다. 포(脯) · 젓갈[醢] · 침채(沈菜) · 청장(淸醬) · 숙채(熟菜)를 올린다. 수저 그릇[匙楪盞]을 올린다.
강신(降神):신주를 모시고 제사지낼 때는 먼저 참신(參神)을 하고 나서 강신을 하지만, 대개 지방(紙榜) 제사이므로 먼저 강신 절차를 밟는다. 제주가 분향하고 술을 잔에 따라 세 번 모사 그릇에 붓는다. 제주가 재배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모든 제관이 일제히 재배를 올린다. 부인은 사배를 한다.
진찬(進饌):각색 탕(湯) · 저냐[煎油魚] · 적(炙) · 편(떡) · 메(밥) · 국을 차례로 올린다.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해서 생선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 나물류는 가운데에 놓는다. 탕 · 저냐 · 산적도 마찬가지이다.
초헌(初獻):제주가 올리는 첫 잔이다. 술잔에 7부 정도 채워 올리고 계반(啓飯)을 한다. 제주 이하 전원이 꿇어앉아 있고 축(祝: 축문 읽는 사람)이 제주 왼편에 꿇어앉아 축문을 읽는다. 축문 읽기가 끝나면 제주가 재배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축이 없이 제주가 읽어도 된다.
아헌(亞獻):두 번째 올리는 잔으로, 종부(宗婦)가 올린다.
종헌(終獻):세 번째 올리는 잔으로, 제관 중에 나이 많은 어른이 올린다.
유식(侑食):더 많이 흠향(歆饗)하도록 하는 절차로, 종헌 때 올린 잔에 가득히 차도록 첨작(添酌)하여 따라 올리고 난 다음, 삽시(揷匙)라 해서 숟가락을 메에 꽂고 젓가락을 잘 갖추어 그 시접 위에 자루가 집사자의 좌측으로 놓이게 한 뒤 제주가 재배한다.
합문(闔門):제관 이하 전원이 밖으로 나오고 문을 닫는다. 문이 없는 곳이면 불을 조금 낮추어 어둡게 한다. 합문하는 시간은 ‘일식구반지경(一食九飯之頃)’이라 하여 약 5분 정도이다.
계문(啓門):제관이 세 번 기침 소리를 내고 다시 안으로 든다. 불을 밝게 한 뒤, 국을 물리고 숭늉(혹은 차)을 올린 다음 메를 조금씩 떠서 숭늉에 만다. 잠시 시립하다가 수저를 거두고 메 뚜껑을 덮는다.
사신(辭神):제관 일동이 신위에게 재배하고 제사를 끝낸다.
철상(徹床) · 음복(飮福):철상도 제사의 한 절차이므로 정중히 해야 한다. 지방으로 제사를 올렸을 경우, 지방과 축문을 불사른다. 제사에 참여한 이들이 제물을 나누어 먹는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해시(亥時) 말에서 자시(子時) 초가 관습으로 되어 있었다. 요즈음 시간으로 대략 밤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일 것 같다. 돌아간 날의 첫 시각에 지내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근래에 저녁 시간에 지내는 풍습이 생겼는데, 반드시 돌아간 날 저녁, 어둠이 짙은 뒤에 모셔야 될 것이다. 예(禮)는 정(情)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으로, 시간보다는 성의가 더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