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왕족. 성은 왕씨(王氏). 자는 중지(重之). 인종의 아들이다. 13세에 승려가 되고자 하였다. 이에 의천(義天)의 유풍을 이을 사람이 없을까 염려하던 인종은 징엄(澄儼)에게 명하여 불일사(佛日寺)에서 1141년(인종 19) 수계(授戒)하게 하였다.
1146년 의종이 즉위하여 수좌(首座)로 삼았고, 귀신사(歸信寺)·국태사(國泰寺)·중흥사(重興寺)·부석사(浮石寺) 등의 주지를 역임하였으며, 그 뒤 승통(僧統)이 되었다. 1147년(의종 1) 2월 의종의 초청으로 내전(內殿)에 들어가 왕의 동생 충희(冲曦)를 제자로 맞았다.
1170년(명종 즉위년) 왕이 좌세(佐世)라는 호를 내렸고, 1171년 내전에 불러 만수가사(滿繡袈裟)를 하사하였다. 이해 겨울 백좌회(百座會)에 참석하였으며, 1179년 입적하였다. 국사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현오(玄悟)이다. 이지명(李知命)이 글을 지어 1185년 세운 비가 경기도 용인시 서봉사(瑞峯寺) 옛터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