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마성은 가마꾼들이 귀인의 행차에 가마를 메고 가며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이다. 원래는 말을 모는 마부들이 말에 올린 가마를 몰 때 권마성을 불렀다. 하지만 후에 사람이 메는 가마에서도 부르게 되었다. 권마성의 내용을 보면, 가마꾼에게 ‘가마가 기울지 않게 고로 저어라.'라고 영(令)을 한다. 그러면 가마꾼이 그 대답으로 '저러숩다.'고 소리치는 것이다. 권마성은 높은 음을 길게 지속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그 소리조를 ‘권마성조’라고 한다. 이는 씩씩하고 기세가 좋은 소리로, 판소리와 「현악영산회상」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
뒤에는 교군들이 사인교(四人轎)와 같은 가마를 메고 가며 권마성을 불렀으나, 본래 권마성은 말을 모는 구마종(驅馬從: 마부(馬夫))이 쌍교(雙轎)나 독교(獨轎)와 같은 말에 올린 가마를 몰고 가며 불렀다.
임금의 행차에는 사복시(寺僕寺)의 말을 거두는 거덜들이 불렀고, 방백들의 행차에는 역졸들이 불렀다. 뒤에는 사인교와 같이 사람이 메는 가마의 교군들도 권마성을 불렀다. 또한, 구마종이나 교군들을 독려하던 관속들과 한량들도 권마성을 불렀다. 전라도에서는 한량들이 귀인 행차나 혼인 행차에서 긴 소리로 권마성을 부르기도 하였다.
권마성의 사설은 교군을 독려하는 영(令)과 교군이 영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첫째 가마가 기울지 않게 고로 저어라는 영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저러숩다.”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둘째, 길에 박힌 돌을 비켜가라는 영과, 이에 대한 대답으로 “숨은 돌이야.” 또는 “내민 돌이야.”, “굵은 돌이야.”, “지방이야.”, “이발 보아라.”, “우두루 워.”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셋째, 길이 험하게 굽었으니 조심해서 가라는 영과, 이에 대한 대답으로 “구부야.”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근래에 귀인 행차에서 나장(羅將)들이 “물렀거라, 저었거라.” 하는 것이 권마성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으나, 이것은 권마성이라 하지 않고 혼금[喧禁]소리나 벽제(辟除) 소리라고 한다( 『이춘풍전』 참조).
교군들이 부르는 권마성 선율의 구성음은 ‘미 · 솔 · 라’로 되어 있고, 높은 음 ‘라’나 ‘솔’로 길게 지속음으로 반복한다. 한량들이 부르는 권마성 선율의 구성음은 ‘도 · 레 · 미 · 솔 · 라’로 되어 있고, 역시 ‘라’나 ‘솔’음으로 높이 질러 지속한다.
권마성은 매우 씩씩하고 기세등등한 소리인데, 그 소리조가 특이하여 높은 소리로 길게 지속음으로 나오는 음악을 ‘권마성조(勸馬聲調)’라 이른다. 또, 높은 소리로 길게 웃는 웃음을 ‘권마성제로 웃는다’고 하며, 거칠고 높은 목소리를 ‘권마성이 끼었다’고 한다.
판소리에서 권마성제는 「흥보가(興甫歌)」의 군노사령(軍奴使令) 나가는 대목에서 볼 수 있다. 이 소리제를 씩씩하다 하여 일명 ‘설렁제’라 이르기도 하고, 덜렁거린다 하여 ‘덜렁제’라 이르기도 하며, 높은 소리로 드러낸다 하여 ‘드렁조’라 이르기도 한다.
판소리에서 권마성제(설렁제)로 된 대목에서 사설의 극적 상황을 보면 무사(武士)와 같은 인물이 큰소리를 지르며 거드럭거리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권마성의 연행계기(演行契機)와 비슷하다.
판소리에서 권마성제 대목의 선율의 출현음(出現音)은 ‘라 · 도 · 레 · 미 · 솔 · 라 · 도’이고, ‘라’로 높게 지속하다가 ‘라 · 솔 · 미 · 레 · 라’ 하고 하성(下聲)으로 뚝 떨어지는 선율형으로 그친다. 판소리 권마성제의 선율에는 높은 음으로 지속하는 것이 교군들이 부르는 권마성과 비슷한 점이 있다.
「현악영산회상(絃樂靈山會相)」의 제7곡 ‘군악(軍樂)’의 제3장 제13장단부터 제22장단까지 청황종(淸黃鐘)과 청태주(淸太簇)로 지속음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가리켜 권마성이라 이른다. 이는 높은 음의 지속음이 나오는 점에서 교군이 가마를 메고 부르는 권마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금 교군이 부르는 권마성은 없어졌지만, 그 음악은 판소리와 「현악영산회상」의 ‘군악’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