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

자연지리
개념
지표면의 특정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이며 종합적인 대기상태.
내용 요약

기후는 지표면의 특정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이며 종합적인 대기상태이다. 기후는 계절을 구분하는 24절기(節氣)와 72후(候)에서 유래했다. 기후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에는 위도, 지리적 위치, 수륙 분포, 해발 고도, 지형 등의 지리적 기후인자와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기단, 전선, 기압 배치 등의 동기후적(動氣候學) 기후인자가 있다. 기온·강수·바람은 기후의 세 요소이다. 계절풍 기후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울 뿐만 아니라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 기후는 인간의 의식주 생활과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의
지표면의 특정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이며 종합적인 대기상태.
개설

기후는 계절을 구분하는 24절기(節氣)와 72후(候)에서 유래되었다. 즉, 그리스어의 ‘klinein(기울다)’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지축의 기울어짐, 혹은 태양고도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후의 개념에 포함된 지리적인 의미는 장소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삶과 관련된다.

기후인자와 기후요소

기후인자

기후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에는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 위도, 지리적 위치, 수륙분포, 해발고도, 지형 등의 지리적(地理的) 기후인자와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기단, 전선, 기압 배치 등의 동기후적(動氣候學) 기후인자가 있다.

지리적 기후인자는 대규모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부터 미기후(微氣候)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위도와 대규모의 지형 등은 비교적 큰 규모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지표면의 상태나 소규모의 지형은 보다 작은 규모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기후인자는 독립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면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도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입사각과 낮의 길이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입사각은 태양복사 에너지의 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양 복사선이 수직으로 내리 쪼일 때는 좁은 면적에 복사 에너지가 집중되지만, 그 각이 낮을 경우는 복사 에너지가 넓은 면적으로 흩어진다. 입사각이 수직에 가까울수록 지표는 효과적으로 가열된다. 세계의 기온 분포는 위도에 따른 태양복사 에너지의 수열량이 가장 크게 반영되어 대체로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진다. 지구상의 모든 대기현상의 근원인 태양에너지의 분포는 위도에 따라서 다르다.

지역별·계절별로 항상 열이 출입하는 열수지(熱收支)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 표면을 크게 열 과잉지역, 열 부족지역, 열 균형을 이루는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도대별 열 과잉과 부족 상태는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기현상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기대순환(大氣大循環)과 해류순환(海流循環)은 이와 같은 열 부족과 과잉 상태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위도지역에서는 열 과잉현상이 발생하고, 고위도지역에서는 열 부족현상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위도대별 열수지의 불균형이 지구 표면에서 다양한 기후현상을 일으키는 기본이 된다. 중위도에서는 계절별로 차이가 있지만, 태양복사 에너지와 지구복사 에너지가 거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태양복사량 선과 지구복사량 선이 만나는 위도대에서는 열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열 균형이 이루어지는 위도대는 항상 일정하지 않고 태양고도의 변화에 따라서 남북으로 이동한다. 북반구에서는 열 균형을 이루는 위도대가 겨울철에는 저위도 쪽으로 이동하고, 여름철에는 고위도 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는 열 교환이 활발한 중위도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계절변화가 명확하다. 태양고도가 높은 시기에는 열 과잉지역에 포함되어 여름이 되며, 태양고도가 낮을 때는 열 부족지역에 포함되어 겨울이 된다. 열 과잉에서 열 부족으로 혹은 열 부족에서 열 과잉으로 바뀌는 시기는 봄이나 가을에 해당한다.

지리적 위치는 위도보다는 작은 규모의 기후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지리적 위치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기온과 강수량 분포의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대륙이라 할지라도 동안(東岸)에 위치한 곳인가 서안(西岸)에 위치한 곳인가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 해양에서 탁월풍이 불어오는 바람받이 쪽에서는 연중 해양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바람그늘 쪽은 주로 대륙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 지역의 기후 차이가 뚜렷하다. 특히 연중 해양의 영향을 받는 바람받이 지역은 대륙의 내륙에 비하여 여름이 서늘하고 겨울이 온화한 편이다. 북반구의 1월 등온선이 중위도의 대륙 서안에서는 극으로, 동안에서는 적도로 활처럼 굽는 것은 지리적 위치와 관련이 크다. 이에 비해 여름철에는 유라시아대륙의 서안과 동안의 등온선 패턴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안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편서풍의 바람그늘에 해당하여 편서풍이 서안에 비하여 약할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 풍향이 바뀌는 동안기후가 나타난다. 동안에서는 대륙에 의한 장애 효과가 크기 때문에 편서풍이 약화되어, 같은 편서풍대에 속한 지역이지만 계절에 따라서 대륙과 해양의 영향이 번갈아 나타난다. 즉, 태양고도가 낮은 겨울철에 대륙이 냉각되어 그곳의 기압이 높을 때는 대륙의 영향을 받고, 태양고도가 높아져서 대륙이 가열되면 해양 쪽의 기압이 높아지면서 해양의 영향을 받는다. 이와 같이 계절에 따라서 풍향이 바뀌는 기후를 계절풍 기후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계절풍 기후라고 할 수 있다. 계절풍 기후인 우리나라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울 뿐만 아니라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

산지와 같은 지형은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벽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지형은 규모에 관계없이 지역 간의 기후 차이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형이 만드는 장벽 효과는 바람그늘 쪽 경사면과 바람받이 쪽의 기후 차이를 유발한다. 특히 규모가 클수록 두 경사면 간의 기후 차이가 더욱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강수량 분포를 보면 지역 간의 차이가 크며, 그 차이는 대부분 지형 효과에 기인한다. 제주도의 한라산 남쪽 경사면의 강수량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은 지형 효과에 의한 것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한라산은 공기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크다. 그러므로 여름철 남쪽에서 다습한 공기가 이동하면서 한라산에 부딪혀 상승할 때 남쪽 경사면에 많은 비가 내린다. 겨울철 영동지방의 강설량이 많은 것과 울릉도의 겨울철 강설량이 많은 것도 태백산맥과 성인봉에 의한 강제상승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안동, 대구, 의성 등의 영남 내륙 지방은 주변이 산지로 둘러 싸여 있어서 강수 그늘에 해당하여 연평균 강수량이 1,000mm를 밑돈다.

동기후적 기후인자 중에는 기단(氣團)이 있다. 어떤 주어진 고도에서 수평적인 방향으로 물리적 성질이 같은 광대한 규모의 공기 덩어리를 기단이라고 한다. 공기 덩어리가 한 곳에 장기간 정체하고 있으면 지표면으로부터 전도(傳導)와 대류(對流) 등에 의하여 지표면의 성질이 그 위를 덮고 있는 공기 덩어리로 전달된다. 기단은 이와 같이 공기가 장기간에 걸쳐서 한 지역에 정체하면서 지표면의 성질이 반영된 공기 덩어리이다. 기단의 성질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의 날씨를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기단의 발원지로써 적합하지 않은 열 교환이 활발한 중위도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기후는 계절에 따라서 고위도와 저위도지방에서 발원한 다양한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기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단은 시베리아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 오호츠크해 기단, 적도 기단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날씨는 연중 가장 긴 기간 동안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대체로 늦장마가 끝나는 9월 중순 이후부터 오호츠크해 기단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5월 중순까지 영향을 미친다. 해에 따라서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중순까지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그러나 시베리아 기단의 원래 성격인 한랭건조한 상태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12월에서 3월 초 사이이며 1월에 그 세력이 강하다.

시베리아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는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가 특징이다. 이 때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북서계절풍이 주로 분다. 북서계절풍은 우리나라에 혹한을 가져와 마치 시베리아평원의 날씨를 연상하게 한다. 이때 호남지방의 서해안과 도서지방에서는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이는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서해상에서 형성된 구름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바다 효과’라고 부른다. 이 때의 구름은 한랭한 대륙성 기단이 상대적으로 온난한 해양을 지날 때 공기와 해양의 온도 차이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다. 이 구름은 층을 이룬 모습으로 발달하지만 해양과 공기의 온도 차이가 크면 대류가 활발하여 적운형(積雲形) 구름으로 발달할 수 있다. 겨울철의 위성영상을 보면 시베리아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는 그 세력이 미치는 범위까지 구름이 분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서해상은 물론 제주도와 동해상에도 그 구름이 덮여 있다. 이 구름이 육지로 이동하면서 군산, 영광 등 해안지역에 눈을 내린 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다.

바다 효과에 의한 강설은 대체로 태안반도에서부터 전라남도의 서해안지역에 걸쳐서 나타난다. 시베리아 평원에서 이동해온 공기가 내륙으로 더 이동하여 노령산맥을 만나 강제상승하면 구름이 더욱 발달하여 다시 강설현상을 일으킨다. 호남지방의 대설을 하나의 기구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으나, 야외답사를 통하여 강설기구가 간단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남지방의 강설은 바다 효과에 의한 해안지역의 눈과 노령산맥 서쪽 경사면에서 한랭한 공기의 강제상승에 의한 지형성 강설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군산 부근의 해안에 내리는 눈은 바다 효과에 의한 것이지만, 정읍 등 노령산맥 서쪽 경사면에 내리는 눈은 지형성 강설이다. 제주도 한라산의 북쪽 경사면과 울릉도의 눈은 두 가지의 기구가 모두 관련되어 있다. 즉, 바다 효과에 의해서 형성된 구름이 한라산이나 성인봉에 부딪혀 강제상승하면서 강설을 발달시킨다. 눈이 많은 노령산맥의 서쪽 경사면과 일부 도서 지방에서는 대설에 적응하는 경관이 발달하였다.

시베리아 기단이 발원해서 2∼3일 경과되면 서서히 그 세력이 약화하면서 발원지에서의 성질이 변질되어 온난건조한 상태가 된다. 이때 일기도 상에서는 대륙성 고기압에서 분리된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주변에 위치한다. 변질된 시베리아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는 비록 겨울이라 하여도 이른봄과 같은 포근한 날씨가 나타난다. 이 공기는 원래 성격의 시베리아 기단과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불연속선이 형성되어 전선을 발달시키며 일반적으로 중위도 저기압을 동반한다. 이 불연속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때는 강설이 나타나면서 포근하다. 서울, 원주 등 중부지방의 강설은 대부분 이런 경우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은 겨울철에 시베리아 기단 세력의 확장과 약화의 주기에 의해서 나타나는 동부 아시아의 특징적인 기후현상이다. 시베리아 기단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3일 정도는 춥고, 변질된 시베리아 기단이나 그 사이의 불연속선이 영향을 미치는 4일 정도는 비교적 포근하다. 그러나 시베리아 기단의 성쇠 주기가 일주일 정도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더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3일 춥고 4일 포근한 것은 아니다.

늦겨울에 접어들면서 지표면이 다시 가열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베리아 기단이 점차 약화된다. 그러므로 한겨울에는 화중지방 부근에서 변질되던 시베리아 기단이 늦겨울에는 화북지방에서부터 변질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변질된 시베리아 기단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움직이며, 그 중심이 우리나라의 북쪽이나 북동쪽에 위치하면 북동풍이 불어온다. 영동지방에는 이 북동풍과 관련하여 많은 눈이 오는데, 대부분 늦겨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해안의 눈과 같이, 한랭한 공기와 해양 사이의 불연속선상에 구름이 발달하고, 이 구름이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제상승하면서 많은 눈을 내린다. 지형적으로 급경사이기 때문에 좁은 구간에서 급하게 상승하여 쉽게 폭설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영동지방의 가옥에서 대설에 대비한 경관이 더욱 뚜렷하다.

봄과 가을철에는 주로 시베리아 기단이 변질된 상태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는 시베리아 평원이 상당히 가열된 상태이므로 그 힘이 강력하지 못하다. 따라서 대체로 선선한 날씨이나, 그 때의 풍향이 기온 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북풍계의 바람이 불 때는 선선하지만 초가을에 남풍계 바람이 불 때는 마치 여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초봄에 시베리아 기단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면 한겨울을 연상하게 하는 추위가 닥치기도 한다. 이런 날씨를 ‘꽃샘추위’라고 하며 4월에 니타나기도 한다. 내륙지방에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안개의 빈도가 증가하는데, 변질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되어 있고 우기를 지나서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기 때문이다.

변질된 시베리아 기단을 양쯔강 기단이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양쯔강 기단의 발원지라고 하는 양자강(揚子江) 유역은 기단이 발원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다. 기단이 발원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오랜 시간 동안 정체하고 그 지역의 지표면 성질이 동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강 유역은 중위도지방에 위치하여 공기의 흐름이 빠를 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성질도 같지 않은 곳이다.

한겨울의 시베리아 기단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가옥구조는 대체로 남부지방에서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폐쇄적이다. 또한 겨울철 바람이 강하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집중형 가옥구조가 나타나며, 부엌으로 사용되는 공간의 면적이 넓다. 또한 제주도를 포함한 도서지방과 해안지방에서는 같은 위도대에 비해서 폐쇄적인 가옥 구조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풍채와 호남지방의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까대기 시설은 그 예이다. 이는 겨울철의 강한 북서계절풍과 그로 인한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관북지방의 민가에서 정주간(鼎廚間)이 설치된 것도 겨울의 추위와 관련이 있으며, 영동 북부지방에서도 그와 비슷한 가옥 구조를 볼 수 있다. 제주도 방언은 빠를 뿐만 아니라 단어의 길이가 짧은데, 이것도 강한 바람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 기단은 주로 한여름 우리나라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북태평양 기단이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아서 대체로 장마가 끝난 후부터 늦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북태평양 기단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때는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남고북저형의 기압배치가 나타난다.

북태평양 기단은 아열대의 해양 위에서 발원하기 때문에 매우 고온다습하여 그 영향을 받을 때는 마치 열대기후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무덥다. 한여름에는 열대야가 지속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기 때문에 야간에도 대기가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것이다. 열대야가 나타나면 불쾌지수가 높아져 사소한 시비가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열대야는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후현상이다.

북태평양 기단은 구조적으로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의 경계면인 권계면 고도에서부터 하강기류가 형성되는 곳에서 발원하는 매우 안정적인 기단이다. 이 기단이 우리나라로 이동하면서 쿠로시오 해류를 지난다. 이때 하층에서 더욱 가열될 뿐만 아니라 많은 수증기를 흡수하게 되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하게 된다. 그래서 이 때 우리나라의 대기층은 연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지표면이 가열되면서 오후에 적운이 발생한다. 그 적운이 더욱 발달하면 적난운(積亂雲)으로 발달하여 천둥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내린다. 대류성 강수인 소나기는 우리나라 한여름의 대표적인 기후현상이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는 대부분 남서계절풍이 분다. 이 계절풍은 우리나라 주요 산맥의 방향과 관련하여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맥은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고, 그 사이에는 보통 큰 하천을 끼고 있다. 따라서 남서기류가 유입되면 산맥과 산맥 사이는 그 통로가 되며, 북동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고도가 상승하므로 강제적인 상승기류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로 이동해 온 남서기류는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기류가 더욱 발달하며, 원래의 다습한 상태에 하천에서 공급되는 수증기가 더해져 많은 강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다우(多雨) 지역은 대부분 이러한 지형 조건과 관련이 있다.

북태평양 기단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짧지만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가능한 것은 여름철에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는 마루가 넓어지면서 점차 개방적인 가옥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북태평양 기단에 의한 무더위와 관련이 있다. 여름철의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하여 염장식품도 발달하였다.

오호츠크해 기단은 장마가 시작되기 이전의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장마 전에 오랜 기간 나타나는 건조한 날씨의 원인이 된다. 다만 발원지인 오호츠크해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오호츠크해 기단이 강화되어 장기간 영향을 미칠 때는 영동 지방에서 냉해를 입으며, 영서 지방에서는 한발 피해를 겪는다. 심한 경우에는 논에 물을 댈 수 없어서 모내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오호츠크해는 저기압이 자주 통과하고 다른 곳에서 발원한 기단이 지나는 곳이므로 기단이 발원하기 어렵다. 그러나 늦봄이 되면 오호츠크해 주변에서 차가운 물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기단이 발원하기에 적합한 조건으로 바뀐다. 오호츠크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지에서 융설수(融雪水)나 융빙수(融氷水)가 유입되며 해수 온도가 낮아져 열적 원인으로 기단이 발원하기에 적합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호츠크해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는 대체로 동고서저의 기압배치가 나타난다. 북동풍이 불어오므로 영동 지방에서는 한랭습윤하여 음산한 날씨가 나타나지만 영서 지방은 푄(Föhn) 현상의 일종인 높새 현상이 나타나면서 고온건조하다. 때문에 영동과 영서 지방의 기온 차이가 10℃를 넘기도 한다. 즉, 높새 현상이 나타날 때 영서 지방의 최고 기온은 30℃를 훨씬 넘기도 하지만 대기 중 수증기량은 적어서 열이 저장되어 있지 않아 아침 기온은 낮다. 영서 지방에서는 오호츠크해 기단이 영향을 미칠 때 일교차가 크게 벌어진다. 낮에도 햇살이 따가우나 그늘에서는 기온에 비하여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물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정(視程)이 좋아져서 서울에서도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날씨는 매년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며칠씩 나타나기도 한다.

적도 기단은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일시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기단은 고기압에서 발원하지만, 적도 기단이 발원하는 적도 부근 해상은 적도 저압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변으로 불어오는 북동무역풍과 남동무역풍의 성질이 비슷하여 밀도 차이는 크지 않다. 특히 공기의 흐름이 느리고 광대한 바다여서 기단의 발원지로서 적합하다.

태풍은 적도 부근의 북태평양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적도 기단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예이다. 그러나 북태평양 기단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한여름에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태풍이 몰고 오는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은 더위를 식혀주기도 하며,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을의 전령사’ 구실을 하기도 한다.

기후요소

기온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같은 위도에 위치한 다른 지역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낮다. 이것은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겨울철이 매우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로, 제주가 15.5℃, 서귀포가 16.2℃이다. 육지에서는 부산, 통영, 남해, 여수가 14.0∼14.4℃로, 대체로 남해안이 높은 기온분포를 보인다.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곳은 남한에서는 대관령 6.4℃이고 북한에서는 혜산이 3.3℃, 중강진이 4.9℃이다.

연평균 기온 등온선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하는 산악지대에서 남쪽으로 깊숙이 휘어 있으며, 태백산맥 동쪽에서는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다. 이것은 같은 위도상에서 내륙 지방이 해안 지방보다 기온이 낮고, 동해안 지방이 서해안 지방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온의 동서 차이는 지리적 인자인 지형과 바다 등의 영향을 받는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여 북서계절풍이 불어오기 시작함에 따라, 11월부터는 전국적으로 기온이 빨리 내려간다. 개마고원에서는 11월 평균기온이 -4℃ 내외로 낮아지고, 12월에는 -14℃로 뚝 떨어진다. 가장 추운 최한월(最寒月)인 1월에는 남해안과 제주특별자치도·울릉도 등의 섬 지방을 제외하면 전국이 영하권에 들어가는데, 남부 내륙 지방과 중부 지방은 -1∼-5℃이고, 북한의 개마고원 부근은 -18℃ 내외의 혹한을 보인다. 1월의 평균 기온 분포는 서귀포가 6.6℃로 가장 높고, 부산은 3.0℃이며, 중강진은 -17.8℃로 가장 낮아 기온의 남북 차이는 무려 20.8℃에 달한다.

일최저 기온 0℃이하 일수(日數)는 개마고원이 140일 이상이고, 중강진은 184일로 6개월에 이른다. 반면 중부 지방은 100일 내외이며, 남해안과 울릉도는 대략 60일 이하로 짧은 편이고, 제주와 서귀포는 20일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최저 기온은 중강진의 1933년 1월 12일 -43.6℃이고, 남한에서는 양평의 1981년 1월 5일 -32.6℃이다. 겨울철 기온은 농업에 큰 영향을 준다. 제주도의 감귤 농사는 겨울철 기온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고, 남해안 지방에서도 배추와 파가 밭에서 겨울을 넘기며, 마늘은 겨울에도 자란다.

태양고도가 높아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서 7월부터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8월에는 장마가 끝나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연중 최고 기온이 나타난다. 8월 평균 기온은 신의주와 함흥 이남 지역이 24∼26℃이고, 개마고원 지역은 20℃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일평균 기온이 40℃ 이상인 날은 영주의 46.0℃(1944년 8월 1일), 경주의 43.5℃(1942년 8월 13일), 대구의 40.0℃(1942년 8월 1일) 등이 있고, 이 밖에 40℃에 가까운 기온으로는 추풍령의 39.8℃(1939년 7월 21일), 강릉의 39.4℃(1942년 7월 25일), 영천·밀양의 39.4℃(1994년 7월 20일), 산청의 39.3℃(1994년 7월 21일), 마산 39.0℃(1994년 7월 20일)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이므로 같은 위도상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훨씬 연교차가 크다. 연교차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해안에서 내륙으로 갈수록 증가하며, 도서 지역에서는 작게 나타난다. 연교차는 제주가 20.9℃로 가장 작고, 중강진이 39.9℃로 가장 크다.

강수

대기 중의 수분은 비·눈·서리·이슬 등 여러 형태로 지표에 떨어지는데, 이것을 총칭하여 강수(降水)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에서는 강우와 강설이 그 중심을 이룬다. 강수는 식수·농업용수·공업용수·수력발전용수 등으로 이용될 뿐 아니라, 식물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600∼1,400㎜로,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이 800∼1,000㎜의 기록을 나타낸다. 연평균 강수량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데,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남해안으로 약 1,800㎜이고, 가장 적은 지역은 개마고원 북동부로 청진의 강수량은 631㎜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서귀포로 1850.7㎜이며, 육지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은 남해안 지방이다. 남해안의 거제는 1797.1㎜, 남해는 1789.5㎜로 가장 많고, 마산, 부산, 장흥, 완도, 고흥, 통영, 여수 등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남해안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대체로 1,400㎜가 넘는다.

남한에서 강수량이 가장 적은 지역은 의성으로, 972.2㎜의 강수량을 보여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밖에도 구미, 영천, 대구, 영덕, 안동 등의 강수량이 1,100㎜에도 이르지 못한다. 적은 강수량 분포를 보이는 경북 내륙 지방은 동쪽으로는 태백산맥이, 북서쪽으로는 소백산맥이 둘러싸고 있어 강수가 발생하기 어렵다. 서해안의 군산, 부안, 목포 등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 내외로 주변 지역보다 적은 편이다. 서해안에 천일제염이 발달할 수 있던 것은 염전을 만들기에 적합한 갯펄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과 풍부한 일조량 및 적은 강수량 분포를 나타낸 것과 관련이 있다.

여름철인 6·7·8월의 강수량은 연강수량의 45∼60%를 차지하며 겨울 강수량은 3∼10%에 불과하다. 봄·가을 강수량도 비교적 낮은 비율로 나타나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을 강수량은 20∼25%, 봄 강수량은 10∼15%를 차지한다. 이렇게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벼농사에는 유리하지만 그 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홍수의 피해를 가져온다. 겨울철의 건조는 농업에 큰 피해는 없으나 식수나 수력발전 등 각종 용수 확보에 불편을 가져온다. 봄의 가뭄은 파종기나 모내기 시기에 물 부족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강수는 해에 따라 그 양의 변화가 심하다. 또한 연강수량의 대부분을 여름 강수량이 차지하므로 여름 강수량의 변동이 연강수량의 변동 경향을 나타낸다. 특히 홍수와 가뭄은 연중행사처럼 되풀이되는데, 다른 해보다 여름에 비가 많았던 해는 1948년과 1963년을 들 수 있으며, 적었던 해는 1939년과 1942년, 1944년을 각각 들 수 있다. 1939년은 6월 강수량 63㎜, 7월 강수량 75㎜, 8월 강수량 110㎜로, 3개월 총강수량이 248㎜에 불과하여 연평균 강수량의 37%에 불과했다.

바람

아시아 대륙의 동안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편서풍대에 해당하며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있어 대륙과 해양 사이에 계절에 따라 교체되는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는 한랭건조한 북서풍이 우세하며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남풍이 우세하다. 이와 같은 뚜렷한 계절풍은 건기와 우기를 지배하고 강수량 분포에 영향을 준다.

계절풍이 교체되는 가을철과 봄철에는 풍향에 뚜렷한 특징이 없다. 그러나 중위도 편서풍대에 위치하였으므로 서풍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또한 바람은 관측 지점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많이 달라지며 풍향은 지형적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산지 사이의 골짜기, 강가, 바닷가, 산맥의 경사면, 분지 등 특수한 지형적 여건을 가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연중 거의 일정한 방향의 바람만이 부는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섬 지방은 해안 지방보다, 해안 지방은 내륙 지방보다 바람이 강하다. 연평균 풍속은 울릉도가 초속 4.0m로 가장 강하고, 완도가 3.9m, 대구가 2.9m이다. 계절적으로는 늦은 겨울과 이른 봄철이 가장 풍속이 강하다. 폭풍 일수는 해안 지방 및 도서 지방이 많고 내륙 지방이 적다. 울릉도와 남해안 지방이 폭풍 일수가 가장 많으며 대체로 북서계절풍이 부는 겨울에 많이 나타난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태풍과 저기압의 빈번한 통과로 여름에도 폭풍 일수가 다른 지방에 비해 많다. 기록된 최대 풍속은 1997년 1월 1일에 울진의 초속 51.9m이었다.

남·북위 5∼20°의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은 7월에서 9월 사이에 지나가는데, 심한 폭풍우를 몰고 와 많은 피해를 줄 때가 있다. 2003년 8월 31일의 루사는 강릉에 일강수량 870.5㎜를 내렸다. 하지만 약한 태풍이 지날 때는 많은 비를 내려 가뭄을 풀어주는 때도 있다.

특수한 지방풍으로는 예부터 영서 지방에 알려진 높새가 있다. 우리나라에 북동풍이 불 때, 영동 지방의 강수 현상은 습윤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따라 상승하면서 응결하여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때 응결고도 이상의 동해안쪽 경사면에서는 습윤단열변화를 하는데 반하여, 영서 지방의 산지 경사면을 따라 하강한 공기는 건조단열변화하면서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영동과 영서 지방의 기온 차이가 10℃를 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늦은 봄철에 오호츠크해 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 자주 발생하지만 북동풍이 불 때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농경지에 충분한 수분이 필요한 시기에 발생하는 높새는 농작물의 생육을 어렵게 한다.

기후와 문화

기후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동안 눈이 많은 지방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눈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고, 바람이 강한 지방에서는 역시 그것에 대비하는 시설을 갖추면서 기후에 적응한다. 식물도 오랜 세월 성장하면서 그 지방의 기후에 적응한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이와 같이 기후는 주민의 삶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왔으며, 특히 의·식·주와 같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의생활

우리나라는 냉대에서 온대에 걸쳐 위치하고 있으며, 추위와 더위의 차이가 심하다. 여름에는 열대와 같은 더위와 긴 장마, 겨울에는 혹한과 강한 북서계절풍, 봄과 가을에는 큰 일교차와 변화가 큰 날씨를 경험한다. 이러한 기후환경에서 우리의 의복은 추위를 막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구조로 발달하였다.

추위를 막는 방한용으로는 대개 모피가 쓰였다. 모피를 일상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수렵이나 목축에 의존해야 했다. 방한 옷으로서 북부 지방에서는 갓두루마기·갓저고리 등 갓옷을 주로 입었다. 그러나 갓옷은 수렵이나 목축 생활에서 벗어난 뒤에는 원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농경 생활에 들어와 양잠이 보급되자 모피 대신 명주를 생산하여 방한복의 재료로 널리 사용하였다. 명주는 겨울옷의 주류를 이루고 거기서 나온 참솜은 무명이 들어오기 이전에 널리 사용되었다. 조선 초기에 무명과 참솜이 널리 이용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저고리·바지·두루마기 등에 솜을 두거나 누비옷을 만드는 간편한 방법이 이루어져 추운 겨울도 제법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바위·풍차·휘항·남바위·목도리·토시 등을 보충하는 것으로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남성은 대님을 하고 버선에 솜을 두어 1차적인 방한을 하였으며, 조바위·풍차·휘항과 마래기라고 하는 작은 모자가 있어 머리 부분에 대한 추위를 견뎠다. 또한 저고리 위에 조끼·마고자 등을 겹쳐 입어 자유로이 추위에 대응했고, 외출 때에는 두루마기를 입었다. 여성의 경우, 북부 지방에서는 저고리 위에 배자나 갓저고리를 덧입었고, 중년 이상의 부인들은 토시를 끼고 머리에 남바위를 써서 추위를 견뎠다. 한편, 장옷·쓰개치마 등은 부녀자의 외출용 복장으로 방한의 기능을 하였다.

또한, 온돌을 가지고 있어 실내에서는 어느 정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으므로 내복을 입지 않았으며, 온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생활에 맞게 바지가 넓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 의복 양식의 특성은 신체의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인데, 이것은 북방계 고유 양식에 남아 있는 것으로 방한에 알맞은 특성이며, 더위보다도 추위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여름 옷감으로는 베와 모시가 이용되었다. 베와 모시는 통풍이 잘 되고 몸에 붙지 않아 여름 더위에 가장 적합한 옷감이었다.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은 양복처럼 몸에 꼭 맞게 만들지 않고 몸과 옷 사이에 통풍 공간을 두는 여유 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통풍을 위해 여름에는 등걸이를 사용하였다. 등걸이라는 나무 줄기나 갓을 만드는 마미로 구멍이 많은 조끼를 걸치고 그 위에 베나 모시저고리를 입었다. 겨울의 솜토시 대신 여름에는 등토시 또는 마미토시를 저고리 속에 끼워 소매 속으로 바람이 들어가도록 하였다. 또한, 여름 복장은 더위를 견디기 위해 간략해져서 저고리의 고름을 없애고 무명이나 베·모시 등으로 만든 적삼을 입었다. 바지도 정장이 아닐 때는 대님을 매지 않는 간단한 방법으로 더위를 식혔다.

식생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식생활이다. 식생활에 있어서도 기후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기후에 따라 식품의 선택과 채취, 조리와 가공, 보존과 저장 등이 달라진다.

온대계절풍지대에서는 벼를 재배하여 쌀을 주식으로 하는 관습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관습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식생활 문화의 특성을 규정하여 왔다. 벼는 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아시아계절풍 기후에서는 북위 50도까지 재배가 가능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에 걸쳐 재배된다. 다만 남북으로 긴 한반도에서는 남북의 기후 차이 때문에 벼의 품종이 다르게 나타난다. 쌀 외의 다른 농작물도 남북의 기후 차이에 따라 북한계가 좌우되고 토지 이용도 달라진다. 밭의 돌려짓기는 북부 지방(함경남북도·평안북도)에서는 1년 1작, 중부 지방(평안남도·황해도·강원도)에서는 2년 3작, 경기도 이남의 남부 지방에서는 2년 4작이 가능하고, 논의 그루갈이(이모작)는 남부 지방에서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재배 작물의 차이에 따라 각 지역의 선호 식품이 달라져, 북부 지방에서는 잡곡의 이용이 많은 반면 남부 지방에서는 쌀과 보리의 이용이 많다.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저장 식품인 김치에서도 기후의 영향을 볼 수 있다. 김장 시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일찍 시작된다. 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입동(立冬) 전후가 적기이다. 남한 각지의 평균 김장 적기를 보면 강릉 12월 13일, 서울 12월 3일, 대구 12월 12일, 광주 12월 13일이다. 김치 담그기나 기타 음식에서 기후와 가장 관련되는 것은 소금의 간과 맵기이다. 겨울 기온이 높은 남부 지방은 남쪽으로 갈수록 쉽게 익으므로, 익는 속도를 더디게 하기 위하여 간을 짜게 하고 맵게 먹는다.

또한,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의 전통 음식 가운데 계절에 따라 먹는 세시음식도 기후와 관련된 우리 식문화(食文化)의 하나이다. 그 밖에도 삼복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보신(補身) 음식이 있고, 서양인에 비해 뜨거운 국을 먹으며, 전골ㆍ신선로 등으로 추위를 녹이기도 한다.

주생활

가옥의 경관이나 구조는 그 지역의 기후를 잘 반영한다. 이중환의『택리지(擇里志)』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는 살 곳을 택할 때에는 처음 지리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생리(生利)·인심·산수(山水)를 돌아본다고 하였다. 그 중 지리에서는 여러 조건을 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야세(野勢)는 기후적 조건을 뜻한다.

여기서 사람은 양기(陽氣)를 받고 사는데 우선 가옥의 방향은 볕을 잘 받는 방향이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집들이 모여 촌락을 이루는 데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양지가 가장 좋은 입지 조건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양지란 남쪽을 가리키며,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있고 마을 이름도 양지를 뜻하는 여러 가지 말로 지어져 있다.

가옥의 구조도 그 지역 기후에 맞도록 되어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민가의 평면 구조는 관북·관서·중부·남부·제주도형으로 구분된다. ‘전(田)’자형의 관북형은 겹집구조로써 열 손실이 적으며 정주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주간은 벽이 없이 부엌에 붙은 넓은 방이며, 따뜻하여 침실이나 식당, 또는 거실로 이용되는 등 여러 가지 구실을 한다. 관서형은 ‘일(一)’자·‘ㄱ’자형을 기본으로 하는데 대청마루가 없고 툇마루가 있다. 중부형은 ‘ㄱ’자·‘ㄴ’자·‘ㅁ’자형으로 대청마루가 있으며, 남부형은 ‘일’자형에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있다. 넓은 의미로 남부형에 속하는 제주도형은 중앙에 대청마루를 두고 좌우에 방과 부엌이 있다. 방 뒤에는 ‘고팡’이라는 일종의 광이 있고, 기후가 따뜻하므로 방의 일부에만 구들장을 깔고 그 밖에는 흙 바닥에 장판을 바른다. 또한 굴뚝이 없어 연기는 보통 땐 아궁이로 되돌아 나온다.

이와 같은 가옥의 평면 구조를 보면, 관북형과 관서형은 주로 추위에 맞도록 폐쇄적으로 되어 있고, 남부형은 더위에 맞도록 개방적이며, 중부형은 추위와 더위에 맞는 이중 구조를 가진다. 또한 대청마루는 중부 및 남부에 나타나는 여름 더위에 대응하는 구조인 반면, 온돌은 겨울 추위에 대응하는 구조로, 마루와 온돌이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 대처하는 것이다.

특수 난방법인 온돌은 난로나 페치카에 비하여 매우 효율적인 난방법이다. 현대의 서구식 가옥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생활 공간이다. 다만, 연료로 나무를 사용했을 때 산림을 해치므로, 일찍이 영조 때의 이표(李杓)가 찬술한『소문사설(謏聞事說)』에는 산림 황폐를 걱정하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직돌식과 풍조식 등 온돌 놓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온돌이라도 지역에 따라 구조가 다르고 굴뚝을 내는 방향, 굴뚝의 높이 등도 다르다.

건축 재료도 자연적으로 기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발달해왔다. 흙벽은 천연 단열재로써 기온을 조절하며 또한 습도 조절에도 유효하여 추위·더위·가뭄·장마에 대처한다. 거의 사라진 초가지붕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하게 해준다.

또한, 특수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그 기후에 대응하는 구조나 재료를 볼 수 있다. 눈이 많은 곳에서는 방설(防雪)에 맞는 집이 발달하였다. 예를 들어 울릉도의 우데기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 강풍이 부는 산간, 해안 지방과 도서 지방에서는 바람을 막는 방풍림을 조성하고, 바람막이 울타리를 쌓는다. 지붕은 산간에서는 너와 위에 돌, 제주도에서는 새줄, 해안 지방에서는 새끼줄을 놓고서 엮어서 바람을 막는다. 바람을 막는 가옥의 부대 시설로 바람막이가 있다. 북서풍이 강한 제주도의 북서 해안과 남동풍이 강한 남동 해안에는 새나 함석으로 바람막이를 따로 설치하고 여닫도록 되어 있다. 홍수가 빈번한 하천변의 범람원 지역에서는 터돋움을 하여 약간 높인 대지 위에 집을 짓고, 마을에는 홍수 때 물을 피하기 위해 돈대인 피수대(避水帶)를 두었다. 서울 부근의 한강변에는 이러한 돈대가 많았으며, 돈대 위에는 느티나무나 아카시아의 고목이 몇 그루씩 있어 보통 때에는 마을의 집회소나 피서대로도 이용되었다.

기후 관측의 역사

고대∼조선시대의 관측

우리나라의 기상·기후의 관측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 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대체로 그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로 알려진 신라의 첨성대(瞻星臺)는 647년(선덕왕 16)에 건립되었는데, 춘분·추분·하지·동지를 비롯한 24절기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천문대의 기능을 하였고, 동시에 관상대의 구실도 하였다. 때문에 고대 기록에는 바람, 비, 구름에 관한 관측 기록이 많이 있다.『삼국사기』에는 이러한 자연 현상이 약 1천여 건 정도 기록되어 있어, 삼국시대부터 천문·기상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서운관(書雲觀)을 두어 천문·역수(曆數)·측후(測候)ㆍ각루(刻漏)의 일을 맡아보게 하였다. 서운관은 국초 이래 여러 차례 분리·통합되었으며, 직제나 인원도 바뀌었다.『고려사(高麗史)』천문지(天文志)에는 천체 관측에 관한 귀중한 기록이 있고, 오행지(五行志)에는 기상·기후에 관한 기록들이 있어, 당시 관측의 세밀함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고려의 서운관을 계승하여 관상감(觀象監)을 두었다. 관상감은 조선 시대 천문·기상·지리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특히 이것은 행정관청임과 동시에 연구기관이었고 관측소였으며, 또한 교육기관이기도 하였다. 관상감의 관측 제도는 천문지리서인『서운관지(書雲觀志)』측후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과학적인 강우량의 관측이 시작되었다. 측우기는 1441년(세종 23) 처음 만들어졌고, 다음해인 1442년에 개정되어 측우기라 불렸다. 또한 1441년 8월에는 수표(水標)를 만들어 마전교 서쪽과 한강변에 세워 개천(청계천)과 한강 수위를 관측하였다. 세종 때의 강우량 및 수위 관측은 유럽보다는 200년, 일본보다는 280년 앞서는 것으로, 세계 기상관측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강우량과 수위의 관측뿐 아니라 풍기죽(風旗竹)을 사용하여 풍향도 관측하였다. 그 밖에 문헌에 나타난 기상현상에 대한 기록은 우박·천둥·번개·안개·서리·눈·기온 등 상당수에 달한다. 이러한 기상 관측과 제도는 15세기까지 대체로 완성되었다. 한편, 비록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 및 움직임 등을 관측하여 날씨를 예측하고, 경험에 의해 기후에 대처하는 관천망(觀天望)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를 예측하여 농사에 성공할 수 있도록 농서(農書)에 기술되어 전해 내려온 농가점후(農家占候)도 민간에 널리 있었다.

근·현대의 관측

근대적 관측은 1884년 근대화개혁의 일환으로 인천항과 원산항 세관 안에 기상관측기기를 설치하여 관측을 시작한데서 비롯된다. 1904년 3월부터는 부산, 목포, 인천, 용암포, 원산 등 5개 곳에 임시 기상관측소를 설치하였다. 그뒤 성진과 진남포에도 임시 기상관측소를 설치하는 등 모두 7개 곳의 관측소로 기상관측망을 구성하여 근대 기상업무의 기반을 다졌다. 1915년까지는 부산, 팔구포(인천), 용암포(신의주), 원산, 성진, 서울, 평양, 대구, 강릉, 웅기, 중강진 등 11개의 측후소가 설치되면서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구성되었다. 광복 이전까지 전국에 24곳의 측후소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남한에만 14곳의 측후소가 있었다.

1949년에는 문교부 소속기관으로 국립중앙관상대가 새로 설립되었다. 국립중앙관상대는 인천에 위치하였는데, 지방에는 서울을 비롯한 강릉, 추풍령, 전주, 군산, 목포, 광주, 여수, 제주, 대구, 울릉도, 포항, 부산, 울산에 측후소를 두고 대전과 서귀포에 출장소를 두었다. 일반 기상관측은 1946년부터 6·25전쟁까지 매일 매시 정기적으로 실시하였다가 6·25전쟁으로 일시 중단되었으며, 1953년에 국립중앙관상대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재개되었다.

특수 시설로는 서울 관악산에 레이더 관측소가 설치되었고, 포항에는 고층 기상 관측소이 설치되었다. 1971년부터는 자동송화장치(APT)를 설치하여 기상 위성으로부터 여러 자료를 수신하고 있다. 또한 1977년 일본이 궤도에 진입시킨 정지기상위성(GMS)의 자료 수신소를 설치하여, 1980년부터 노아(NOAA)자료와 함께 정지기상위성의 자료도 받고 있다. 현재는 11곳의 항공 기상관측소를 포함하여 84곳의 지상 기상관측소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 고산과 백령도의 고층 기상 관측소도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도 672여 곳에 자동 기상 관측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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