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용언은 활용할 때에 어간이나 어미가 모습을 달리하는 용언이다. 활용할 때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변칙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변칙용언이라고도 한다. 불규칙용언에는 어간형태소나 어미형태소만 변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간·어미형태소가 다 같이 불규칙적인 교체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되어온 불규칙용언에는 ‘ㄷ, ㄹ, ㅂ, ㅅ, 으, 우, 르, 러, ㅎ, 여, 거라, 너라’의 12가지가 있는데, 1985년의 학교문법에서는 ‘ㄹ’과 ‘으’ 불규칙용언을 제외한 나머지를 불규칙용언으로 다루고 있다.
이때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은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규칙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없는, 즉 비자동적 교체(非自動的交替)를 말한다. 변칙용언(變則用言)이라고도 한다.
불규칙용언의 활용을 불규칙활용 또는 변칙활용이라 하고, 이러한 불규칙활용하는 동사 · 형용사를 각각 불규칙동사 · 불규칙형용사라 한다.
어간형태소나 어미형태소는 활용에서 대부분 단일한 형태로만 실현되지 않는다. 예컨대 동사 ‘묻다[埋]’는 ‘묻고(→묻꼬), 묻어, 묻는다(→문는다)’ 등으로 활용되어 어간형태소가 ‘묻, 문’의 두 이형태를 지닌다.
이 ‘묻∼문’의 교체는 국어의 음운결합으로 인한 기계적인 것으로, 음운규칙에 의하여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용언을 규칙용언이라 한다.
이와는 달리 ‘묻다[問]’는 ‘묻고(→묻꼬), 물어, 묻는다(→문는다)’ 등으로 활용된다. 이 중 ‘묻∼문’의 교체는 음운규칙에 의하여 설명되지만, ‘묻+어→물어’처럼 어간발음이 ㄷ에서 ㄹ로 되는 것은 보편적인 음운규칙에 의하여 설명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변화는 국어 음운변화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용언을 불규칙용언이라 한다. 불규칙용언에는 어간형태소만, 또는 어미형태소만, 그리고 어간 · 어미형태소가 다 같이 불규칙적인 교체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되어온 불규칙용언에는 ‘ㄷ, ㄹ, ㅂ, ㅅ, 으, 우, 르, 러, 여, 거라, 너라’의 11가지 불규칙동사와 ‘ㄹ, ㅂ, ㅅ, 으, 르, 러, ㅎ, 여’의 8가지 불규칙형용사가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ㄷ, ㄹ, ㅂ, ㅅ, 으, 우, 르, 러, ㅎ, 여, 거라, 너라’의 12가지 불규칙용언이 있는 셈이다.
생성음운론의 도입 이래 불규칙용언을 규칙화시켜 규칙용언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많다. 불규칙용언으로의 취급 여부는 이 불규칙활용 현상을 형태론적 · 음운론적 · 형태음소론적 현상 중 어느 것으로 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심층구조의 기저형(基底形)을 어떻게 결정하고 이에 국어의 음운규칙을 적용시켜 표면의 형태로 도출시킬 수 있는지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이견(異見)은 학자에 따라 매우 구구한 편이다.
다음은 불규칙용언의 각각에 대한 특징이나 이견(異見)들이다. ‘듣다, 깨닫다’처럼 어간말음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하는 용언. 대부분의 학자들이 불규칙용언으로 처리하나 어간말자음의 기저음운을 ㄹ(/r/)로 잡아 규칙용언으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즉 ‘묻다[問]’의 기저형을 ‘물다 /mur · ta/’로 보고, 자음 앞에서 ‘묻고 [mutko]’로 되는 것은 ㄹ [r]의 동위파열음(同位破裂音)이 ㄷ [t]이기 때문에 폐구조음원칙(閉口調音原則)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살다, 길다’처럼 어간말음 ‘ㄹ’이 ‘ㄴ, ㄹ, ㅂ, ㅅ, 오’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되는 용언. 어간말음이 ㄹ인 동사 · 형용사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것도 규칙용언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즉 ‘ㄴ’ 앞에서의 ㄹ탈락은 자음체계상 인접한 위계(位階)에서의 동기관적(同器官的)인 이화현상(異化現象)으로, ‘ㄹ, ㅂ, 오’ 앞에서의 탈락은 자음군단순화(子音群單純化)라는 음절구조상의 제약과 동기관적 이화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ㅅ’ 앞에서의 탈락은 보수적인 문체에서 보여, 규칙용언으로 취급하려는 것이다. 1985년 제정된 학교문법에서는 이를 불규칙용언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돕다, 무겁다’처럼 어간말음 ‘ㅂ’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w/로 변하는 용언. 이는 ㅂ>○>w와 같은 역사적인 변천을 겪은 것이다. 이것도 어간말자음의 기저자음을 /w/, /β/, /b/, /wp/ 등으로 보아 일정한 음운규칙으로 설명하여 규칙용언으로 규정하려는 주장이 있다.
‘잇다, 낫다’처럼 어간말음 ‘ㅅ’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 이는 ㅅ>ㅿ>ø와 같은 역사적 변천을 겪은 것이다. 이것도 어간말자음 ‘ㅅ’을 변격성의 ‘ㅅ’과 규칙적인 ‘ㅅ’이나 또는 /ㅿ/으로 기저음운을 설정함으로써 규칙용언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뜨다, 아프다’처럼 어간말음 ‘으’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 이것도 ‘ · 아/ · 어’ 앞의 ‘ · 아/어’ 탈락(가+아→가)과 동일한 음운탈락현상으로 설명하여 규칙용언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1985년 제정된 학교문법에서는 이를 불규칙용언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어간말음 ‘우’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 ‘푸다’의 한 예만 존재한다. ‘푸다’의 어간 ‘푸 · ’의 기저형을 /ph/ 또는 /phwi/로 잡고 음운규칙으로 설명하여 규칙용언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흐르다, 부르다’처럼 어미의 ‘ · 아/ · 어’를 ‘ · 라/ · 러’로 바꾸고 어간말음 ‘으’가 탈락하는 용언. 어간말음절이 ‘르’인 동사는 ‘따르다, 들르다, 우러르다(으불규칙용언), 이르다 (러불규칙용언)’를 제외하고는 모두 ‘르불규칙용언’이다. 이것도 ‘르’의 기저형을 /ri/ 아닌 /1i/로 보고 모음 앞에서 ‘으’가 탈락하는 음운규칙을 적용하여 규칙용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르다[至], 푸르다’처럼 ‘어’로 시작되는 어미들에서 ‘어’ 대신 ‘러’를 사용하는 용언. ‘이르다’의 원형을 ‘이를다’로 보고 ‘ㄹ’이 탈락되는 현상을 음운규칙으로 설명하여 규칙용언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노랗다, 파랗다’처럼 어간말음 ‘ㅎ’이 ‘ㄴ, ㄹ, ㅁ, ㅂ, 시’의 자음 앞이나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용언. 어간이 2음절 이상이고 어간말음에 하나의 자음 ‘ㅎ’을 가진 형용사는 모두 ‘ㅎ불규칙용언’이다.
이것도 ‘ㄴ, ㄹ, ㅁ, 시’ 등의 환경을 ‘으’가 앞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규칙용언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노랗+아서→노래서’는 ‘여불규칙용언’과 동일한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공부하다, 깨끗하다’처럼 모음 ‘어’로 시작되는 어미가 ‘어’ 대신 ‘여’를 사용하는 용언. ‘하다’가 붙는 모든 용언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불규칙용언’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다.
‘하+아→하여’의 현상을 모음충돌회피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또 이 현상을 음운도치(音韻倒置)와 단모음화규칙에 의해 설명하여 규칙용언으로 보기도 한다.
‘가다’처럼 명령형 어미 ‘아라’ 대신 ‘거라’를 사용하는 용언. ‘가다’ 하나만이 해당된다고 하나, ‘먹거라, 자거라’ 등으로 경우가 많다.
‘가거라’와 ‘가라’의 교체는 필연적 교체가 아닌 임의적인 교체이며 또한 그 의미도 다르다고 하여 ‘아라’와 ‘거라’를 각각 다른 형태소로 보고 이것을 규칙용언으로 보기도 한다.
‘오다’처럼 명령형 어미 ‘아라’, ‘거라’ 대신 ‘너라’를 사용하는 용언. ‘오다’ 하나가 존재한다. ‘거라불규칙용언’과 마찬가지 이유로 규칙용언으로 보기도 한다.
이상의 불규칙용언들 중에서 ‘ㄹ불규칙용언’과 ‘ㄷ불규칙용언’은 독립시켜 설명할 수밖에 없지만, ‘으’와 ‘우’, ‘르’와 ‘러’, ‘ㅅ’과 ‘ㅂ’, ‘ㅎ’과 ‘여’, ‘거라’와 ‘너라’불규칙용언들은 각각 쌍으로 묶어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쌍의 어느 하나를 불규칙용언으로 보면 다른 하나도 불규칙용언으로, 그리고 이 쌍의 하나를 규칙용언으로 보면 다른 하나도 규칙용언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1985년의 학교문법에서는 위 12개 중에 ‘ㄹ’과 ‘으’ 불규칙용언을 제외한 나머지를 불규칙용언으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