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리한 너구리」는 1987년부터 2000년대까지 60여 편이 넘는 시리즈로 제작된 북한 애니메이션으로 여러 명의 작가와 연출가가 제작에 참여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수학,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자연과학지식을 다질 수 있도록 지식교양주제의 영화를 만들라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편당 15분 내외로 너구리를 주인공으로 그의 친구 곰, 고양이, 여우 등이 의인화되어 등장한다. 주인공 너구리가 친구들과 놀이나 시합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수학, 과학 지식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합에서 승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이들이 작품을 보는 과정에서 너구리의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성의 원리나 원심력, 구심력, 그림자를 활용해 장대의 길이를 잴 수 있는 방법 등을 터득하게 하여 어린이 교육과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높이재기’편에서는 깃대의 높이를 재오는 과제가 주어진다. 곰이나 야옹이에 비해 높은 곳에 잘 올라가지 못해 고심하던 너구리는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고도 삼각형의 비례원리를 이용해 이들보다 빨리 높이를 재오는데 성공한다. ‘없어진 생일’편에서는 윤달을 몰라서 생일이 없어졌다고 소동을 피우는 것을 통해 윤달에 대한 지식을 아이들에게 학습시키고, ‘없어진 어항의 물’편에서는 어항의 물이 없어져서 붕어들이 죽게 되자 그 원인을 밝히는 추리를 통해 실관현상을 밝힌다. 매회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흥미로운 대결구도로 진행되어 북한 어린이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1987년 첫 편이 나온 이래 2009년 현재 63편까지 제작이 확인되었다.
이 영화는 지식과 동화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북한의 아이들에게 지적인 내용과 사상적 교양을 학습시킨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아동교양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북한에서는 지·덕·체 교양 매니메이션의 역할을 하며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에도 소개되었는데, 두리미디어가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계약하여 책으로 출간되었으며, EBS에서도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