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허설(太虛說)
만일 그럴 경우, 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점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허를 생동하지 않는 죽은 허로 만드는 결과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기 이전으로부터 기는 생성되지 않는다. 기의 원동자 혹은 모태는 없으며, 기는 그 자체 자기 원인의 실체이다. 기는 “시작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고, 태어남이 없으니 죽음도 없다. 서경덕은 노자가 허무를 말하고, 불교가 적멸을 말하는 것은 이기의 근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의 「태허설」은 당시에 쓴 다른 논문인 「원이기(原理氣)」, 「이기설(理氣說)」,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 등에서 피력한 논의와 동일한 궤를 그리고 있고, 이들은 서로 유기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 『화담집(花潭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