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신앙 ()

도교
개념
한민족 고유의 종교사상 및 신앙형태를 가리키는 종교용어.
정의
한민족 고유의 종교사상 및 신앙형태를 가리키는 종교용어.
개설

특정 민족이나 집단에 고유하다는 의미는 선험적으로 부여된 불변적 속성이라는 뜻이 아니라, 한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자연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름의 독특한 대응양식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고유성이라는 초역사적 성격을 띤다기보다는 역사적인 맥락과 표리관계를 이루며 다양한 존재양상으로서 나타난다.

즉, 한민족의 고유신앙은 본래부터 항상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되고 순간순간 속에서 창조되면서 존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많은 변모적 형태 가운데서, 그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인 조건을 파악해 내는 것이 바로 한민족의 신앙적 기반을 찾아내는 것이며, 고유신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원시적 신앙형태

원시인들은 대자연의 강한 힘에 대하여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위압감과 공포, 그리고 외경심을 가졌다. 폭풍우·지진·천둥과 번개·홍수 등의 대재해,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사회적인 재난과 온갖 종류의 생명위협은 인간을 초월하여 있는 압도적인 힘에 대하여 두려움과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게 하였고, 무조건적인 복종과 숭배를 행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런 전율적 현상 속에서 어떤 초월적 존재개념, 즉 신을 상정하여 숭배의 대상으로 삼지는 못하였다. 유신론적 관념구조는 단순한 포율의식(怖慄意識) 속에서는 형성될 수 없는 것이며, 일정한 사유과정이 매개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신신앙·범신론적 신앙은 하나의 최고신으로 통어되는 유일신적 성향으로 이행해 가기도 하는데, 이런 성향이 동양에서는 천신개념(天神槪念)으로 발전하였다.

동양에서의 모든 사상은 이 천신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다만 파악하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입장이 형성된 것뿐이다.

동양적 천(天)사상

보편적인 유일신화 과정에서 형성된 동양 고유의 천신사상은 동양사상의 기초를 이루게 되는데, 신에 대한 동양인의 사유구조는 서양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즉, 서양에서는 신과 인간이 접근될 수 없는 별개의 차원 속에 존재하여 창조주와 피조물은 대립적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간은 절대로 신이 될 수 없으며, 신과 인간이 동일영역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신성모독이요 죄악이 되게 마련이다.

서양적 사유구조 속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며 한계를 지닌 존재로서, 어떠한 인간적 노력을 행한다 하더라도 신과 같은 전지전능성을 획득하지는 못한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이와는 달리 동양적 신관은 인간과 신이 동일차원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하였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천신과 혼연일체가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비함과 불완전함 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정혼(淨魂), 세심(洗心)하여 보기(補氣)함으로써 완전성의 회복은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바탕 위에서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선가사상(仙家思想)이 형성될 수 있었다.

선가사상, 즉 신선사상은 천과 인의 동질구조를 전제하고, 천·인의 합일로써 완전성을 모색해 나가는 신앙체계이다.

그러나 성리학적 사상체계와 같은 고도로 세련된 경우에 있어서는 천인합일에의 완전을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다 하더라도, 천의 개념이 단순한 신성에서 벗어나 ‘천즉이(天卽理)’·‘자연(自然)’·‘기(氣)’ 등의 본체론적인 개념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므로 동양사상은 그 사상적 형성기준을 모두 천사상에 두고 천인합일이라는 동질적 목표를 가지면서도, 천개념을 어떻게 사유하여 들어갔는가에 따라 각자 자기 나름의 신앙 내지 사상체계를 형성해 간다고 볼 수 있다.

원시신앙의 기반 위에서 비교적 그대로 신앙체계를 형성해 왔다고 볼 수 있는 선가사상에 있어서, 천인합일에의 가능 근거를 그처럼 끝까지 추구하여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천이 기독교적인 절대자의 초월적 존재자로서가 아니라, 범신론적 속성을 그대로 지속해 오면서 보편적 존재이유로서의 천을 사유해 왔기 때문이다.

동양사상에서의 천개념은 그것이 비록 신앙적 체계 위에서 ‘상제(上帝)’, 즉 신으로서 정립된다 하더라도 서양종교에서의 하나님(God)의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

동양사상에서의 천개념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점은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으며, 종교와 철학의 문제를 동양에서는 분리시켜 논할 수 없다는 점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유가사상이 종교인가 철학인가라는 오랜 논쟁도 그 연원이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양적 사유구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천의 의미를 저 세상적인 것으로서가 아니라 이 세상적인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천인합일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완전성으로의 추구는 현실적 바탕 위에서 모색된다고 하는 점이 동양인의 마음 밑바닥에 가로놓여 있다.

이러한 완전성을 향한 현실적 추구는 피안(彼岸)과 차안(此岸)의 평행선적 대립을 고수하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두 세계를 합일시키고자 하는 데 있었고, 인간 속에서 모든 근거를 찾아 의식하려 한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이 후 “만물은 모두 나에게서 비롯한다(萬物皆備於我).”는 사상으로 발전, 전개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그러한 사상적 기저로서의 단초(端初)를 고대 동양인의 원초적인 의식구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 이러한 동양인의 원초적 의식구조가 한국 고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어떠한 신앙체계를 형성해 놓고 있는가를 고찰해 봄으로써 한민족의 고유신앙을 살펴보기로 한다.

고대 한국인의 천 사상

천신관념이 고대 동양인의 원시 자연신관에서 생겼던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고대인들에게 있어서도 일찍부터 천관념이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록된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마한의 천군(天君) 등은 다름아닌 바로 이 천에 대한 제의(祭儀)였으며, 기록에 전해오는 것으로 본다면 천관념에 대한 사상적 체계로서의 단초를 단군의 ‘한[桓]’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천신 내지 천계에 대한 신앙은 우리 민족 고유의 것이라기보다 동양의 일반적 신앙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반성을 바탕으로 한민족의 고유관념을 생성시켰으니, 그것이 바로 ‘한’사상이다.

천사상 자체는 한민족 고유의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고과정의 전개에 있어서 독특한 형식을 발달시킴으로써 고유신앙의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우리 고대민족에게 있어서 천에 대한 관념은 실제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를 단군신화를 비롯한 몇 가지 자료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군신화에서 보면 환인(桓因)은 천상계의 주신(主神)으로 곧 천신이요, 그 아들 환웅(桓雄) 역시 천신으로 인간계에 내려와 살고 싶은 생각에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太白山)의 신단수 아래로 하강하여 신시(神市)를 이룬다.

그리고 그 천신은 지상의 곰과 혼인하여 보다 구체화된 실제 인간으로서의 신인(神人), 즉 단군이 되어 나라를 다스려 나가기 1,908년을 지내다 아사달산(阿斯達山)으로 들어가 다시 신이 되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환인·환웅 부자의 천신과 단군출생에 관한 것으로서 인간계와 어떤 관계성 속에서 천신을 생각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환인과 환웅의 경우, 천상계의 주신으로서의 신적인 속성은 완전한 인격적 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곡물을 관장하고, 생명을 주관하며, 질병과 형벌·선악을 주관하여 인간의 360가지 일을 관할할 수 있는 주재적인 천신이자 창조주로서 군림하는 서양종교의 하나님과 그 신성에 있어서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단군 또한 그리스도와 같이 하나님의 아들인 천자(天子)라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을 지닌다.

그러나 인간과의 관련성 속에서 볼 때 우리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천신의 의미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단군신화의 내용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검토해 본다면, 그것은 신 중심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중심으로 사상적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군신화에서 보이는 인간계는 서구종교에서처럼 추방되고 버림받은 저주의 세계가 아니라, 천신마저도 욕심을 낼 만큼 가치 있고 축복받은 세계로 설정되고 있다.

그래서 현세적인 인간계 안에서 끝까지 남아 있으려는 끈질긴 추구가 계속되고 있다. 신은 인간계를 위한 존재로서 설정되는 것이므로, 원죄설에 바탕을 두고 현세에서 벗어나려는 서구종교의 신관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 고대인들에게 있어서의 천신은 인간계의 치세(治世)를 위하여 요구되었고, 더 실제적인 면으로 구체화된 현세적 인간으로서의 단군이 군장으로서 나라를 다스려 나가게 됨으로써 천신의 의미는 더욱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단군은 원래 ‘당굴’로서 천을 가리키는 동시에 천이 시키는 일을 맡아 대행하는 사람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며, 뒤에 와서 단군으로 바뀌어 천군 또는 단군(檀君)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므로 단군은 신이라기보다는 인간이며, 나아가 신인으로서의 완전한 인간인 것이다.

우리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천신사상은 바로 이 신인, 곧 단군적 인간에서 그 의미가 부각된다. ‘한’사상이라 함은 다름아닌 이러한 신앙적 체계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천사상은 단순한 종교적 대상으로서의 천신에 대한 신앙체계가 아니라, 인간계의 합리화를 추구하고 보다 나은 현실을 지향하는 현세사상에서 그 핵심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천사상은 천상계의 주신을 태양으로 생각하고 ‘일정(日精)’을 받아 완전한 인간에의 가능 근거를 포착, 신도사상(神道思想)으로 전개되는 데서 그 원초적 기반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고대인들의 온갖 생활, 그리고 모든 사유 양상이 처음에는 모두 태양신을 중심으로 귀일되고 있었으나, 그것이 이후 단순한 원시신앙의 형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사상체계를 형성하여 ‘ᄇᆞᆰᄋᆞᆫ’의 신도(神道)로 되었다.

민족신앙에서의 신도와 선도

‘ᄇᆞᆰᄋᆞᆫ’은 나중에 시·공간적인 차이에 따라 ‘부루’라고 하기도 하고, ‘부군’으로 부르기도 하였으며, 한문으로 표기하여 풍류(風流)라고 쓰기도 하였다. 불교가 들어온 뒤에는 ‘팔관(八關)’이라는 문자로 대체한 적도 있다.

이들 신도를 위하여 각 부족사회마다 1년에 한번씩 커다란 행사를 열고 천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동시에 나라의 큰일을 합의, 처리하기도 하였으니, 그 시기는 대개 1년 농사를 마친 뒤인 10월 내지는 12월 사이에 적당한 날을 정해서 하였다고 한다.

그 명칭은 부족마다 달라서 부여에서는 ‘영고’, 고구려에서는 ‘동맹’, 동예에서는 ‘무천’, 삼한에서는 ‘불구내(弗矩內)’라고 하였다. 이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는 우리 고대민족 전체의 마음속 깊이 흐르고 있었던 천사상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종교적 내세구복관념에서 나왔다기보다는 현세의 인간과 천의 합일선상에서 치국의 도를 찾고,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동일시하려는 원초적 신관념에서 나타났다고 여겨진다. 그러면 이러한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는 어떠한 형태로 전개, 발전되어 오면서 우리의 고유사상 내지 신앙체계를 형성시켜 나갔는가?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는 태양신을 중심으로 한 신앙체계에서 그 기반을 찾을 수 있으며, 태양은 광(光)·명(明)·백(白)의 세 가지 속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우리 고대인들은 백색을 좋아하였으며, 그것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민족성을 형성하고 있다.

‘백’은 곧 하느님[太陽]의 묘상(妙相)이요, 신광(神光)이요, 성덕(聖德)의 표시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백광(白光)이 있음으로써 이 세계가 평강하고 열락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따라서, 백색은 단순한 색상으로서가 아니라 태양의 신비작용인 일정으로서 만물의 근원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는 바로 이러한 일정설(日精說)을 근거로 하는 신앙체계로서 단순한 경배 위주만의 천신사상에서 벗어나 이치 규명의 철학적 사유단계까지 나아갔음을 파악하게 한다.

그러므로 이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는 서양종교에서의 신에의 귀의, 의탁하는 양상과는 달리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은 이후 선도와 함께 실질적인 인간의 문제로 제기되면서 신라의 경우처럼 풍류사상의 형성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ᄇᆞᆰᄋᆞᆫ’의 신도, 곧 ‘ᄇᆞᆰ’사상은 색상으로 표상되어 백색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요인으로서의 일정과 관련하여 알[卵]의 형상으로 구체화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고대신화에서 보이는 난생설화는 모두 이 ‘ᄇᆞᆰᄋᆞᆫ’의 신도, 곧 ‘ᄇᆞᆰ’사상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ᄇᆞᆰ’사상은 단순한 경천사상에서 벗어나면서 천관념을 피안의 신적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인간과의 소통 속에서 천·인의 동질구조성을 발견해 내고, 그 근거로서의 일정을 포착하여 종래의 신앙체계 위에 사상적 골격을 형성해 놓은 것이다.

이와 같이, 논리적 사유체계를 갖추게 되는 과정은 단군신화뿐만 아니라 건국신화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우선, 단군신화에서 천계·신계·인간계의 설정 및 환인·환웅의 천신, 그리고 웅화인(熊化人)인 단군 등의 설정에서 볼 때 그 중심과제는 바로 현실적인 인간계에 있으며, 그 인간계는 신마저 욕심을 낼 만큼 낙원의 세계로 설정되어 있는 점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환웅의 인간계로의 하강은 기독교에서처럼 고난을 당하려고 예수가 내려온 것과 같은 경우가 아니며, 또한 죄많은 인간들을 인도하여 천계에 있는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기 위한 사자(使者)로서 내려온 것도 아니다.

환웅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려고 내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현세에서 완전함을 이루려는 것이 이 신화의 골자로 되어 있다.

웅화인의 경우 그것은 현실적 인간의 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완전성은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기·수련을 통한 자력에 의하여 추구된다. 단군은 신인으로서 사후에 구원받은 영혼적 존재가 아니라 현세에서 육신을 가진 완전인이다. 그는 일광과 수련을 기반으로 하여 웅화인으로서 나타내진 것이다.

완전성에의 이러한 현세적 접근방법은 신라나 고구려의 건국신화 등에도 나타나 있다. 동명왕의 탄강설화나 박혁거세의 탄생설화는 모두 일광 및 알과의 연관성 속에서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찾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박혁거세의 탄강설화는 일월신(日月神)을 중심으로 한 ‘ᄇᆞᆰᄋᆞᆫ’의 신도사상이 가장 뚜렷한 경우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능화(李能和)도 그의 ≪조선신사원류 朝鮮神事源流≫에서 신라의 애초의 종교는 일월신이었고, 박혁거세의 탄강설화에서 증명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박혁거세의 탄강 때 몸에서는 광채와 일월청명한 상서(祥瑞)가 나타났으며, 또한 신라 향언(鄕言)으로 그가 불구내왕(弗矩內王)이라고 불린 것 등은 광명이세(光明理世)를 말하는 것으로, 일월신이 신라의 종교였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우리 방언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불구레’라 하였고, 광명을 박(朴)이라 하였으며, ‘혁(赫)’자 또한 ‘적(赤)’자를 두 개 겹친 것으로서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박혁거세를 거서간(居西干)이라 부른 것은 다름아닌 광명이세의 임금을 설명한 말이다.

또, ≪삼국사기≫ 소지마립간(炤智麻立干) 9년 ‘나을(奈乙)’에 신궁을 지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나을’은 시조가 처음 태어난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수서 隋書≫에는 신라가 매년 정월 아침에 일월신을 경배하였다고 하였으니, 이들의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박혁거세는 일정을 받아 태어났으며, 나면서부터 천덕(天德)이 있었기 때문에 6부의 군장으로 추대되었던 것이라 하였다.

이로써 본다면 태양을 표상하고 있는 알은 다름아닌 일정을 상징하는 것이며, 고대의 그 많은 난생설화는 바로 이 일정을 받아 탄강한다는 신도관념을 그대로 결구해 놓고 있는 설화들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주몽(朱蒙), 탈해별전(脫解別傳)의 설화, 금와(金蛙)의 금색와형(金色蛙形), 알지(閼智)의 황금궤(黃金櫃) 등의 와(蛙)니 궤(櫃)니 하는 것은 모두 태양을 표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같은 동명왕의 설화가 어떤 곳에서는 알로써 이야기되는가 하면, 다른 책에서는 일광으로 이야기되었고, 같은 탈해전 중에도 어떤 곳에서는 궤라 하였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알로써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고대인의 천에 대한 관념이 ‘ᄇᆞᆰᄋᆞᆫ’의 신도로서 일정을 근거로 하여 많은 난생설화를 형성시켜 온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 관념의 밑바탕에서 선도사상의 형성 기저가 되고 있는 천인합일의 의식구조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일정수생(日精受生)은 선가적 관념구조에서 오는 전생(全生)·보진(葆眞)의 도가적인 취정(聚精)과 비슷한 일면을 가지는 것으로서, ‘ᄇᆞᆰ’사상은 원시신앙의 단순한 신관념에서 벗어나 ‘한’사상으로서의 신앙체계를 형성해 나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고대인의 천관념은 피안의 일방적인 신앙대상인 천신으로부터 천인합일의 가능 근거와 동시구조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속에서 인간을 의식하려 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천신과 인간의 매개적 존재로서의 신인(神人) 또는 선인(仙人)은 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이나 일정을 받은 인간이요, 천인합일의 경지에 함께 서 있는 인간이다. 단군과 박혁거세가 그러하고 난생설화에 나타나 있는 인물들이 그러하다.

이 모든 것은 천인합일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생겨난 관념연합이다. 따라서, 천과 인간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로 합일될 수 있다는 관념이 우리 고대인들의 신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관은 단군신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천상계와 인간계와의 관계에 잘 나타나 있으며, 이런 소통관계에 있어서 산, 특히 영산(靈山)은 천신의 강림장소로서 매개축의 기능을 해왔다. 우리 고대민족 신앙 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는 산악신앙(山嶽信仰)은 영산과의 이런 관계가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그 신앙의 특징적인 것은 내세지향적이 아니라 현세구복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천신관념이 고신도사상(古神道思想)으로 체계화되면서 단순한 신관념에서 벗어나 신인·선인 사상으로 이양되는 현세관적 천신사상의 맥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데서 연유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뒤의 불교나 도교, 그리고 기독교까지도 그들 종교가 가지는 한국적 특성을 이러한 현세관적 바탕을 공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 내지 고유신앙이라고 할 때 그것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떤 불변적인 일정한 신앙형태를 말한다기보다는, 한국의 풍토, 한국인의 사유과정 속에서 형성되어 나오는 공통적인 특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한국 고유의 심성 구조에 대하여 박종홍(朴鍾鴻)·임석재(任晳宰)는 ‘현실성’이라 하였고, 조윤제(趙潤濟)는 ‘은근과 끈기’라고 하였으며, 어떤 이들은 ‘군자의 기상’,‘선비사상’을 들어 한국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각도에 따라 그것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적인 면에서는 선(線)의 아름다움을 찾아 곡선을, 생활질서적인 면에서는 예의·도덕, 인격적인 면에서는 군자·선비의 기풍, 또 성격적인 면에서는 유박성(柔樸性)으로 한민족 고유의 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상의 한국적인 것을 찾아 그것을 민족신앙·고유신앙이라 한다면, 그것은 원시신앙의 기원으로부터 출발하는 천사상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ᄇᆞᆰᄋᆞᆫ’의 신도, 곧 ‘ᄇᆞᆰ’사상으로 전개되어 나오는 기본적 의식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그러한 의식구조는 피안의 신만을 좇아가는 절대적 신관이 아니라, 현세에서의 자기완전 또는 현세이익을 도모하는 현세관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종교 고유의 모든 특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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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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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유신앙연구』(장병길,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 1970)
「민족고유사상의 형성기저와 도가사상」(송항룡, 『성균관대학교논문집』 20,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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