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화석은 과거 지구상에 살았던 인류의 뼈가 화석화한 자료를 말한다. 고인류화석은 고인류학, 고고학 등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문의 대상이다. 고인류란 현생인류와 대응하여 쓰이지만, 엄밀하게 정의하고 쓰이는 개념은 아니며, 흔히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의 인류화석을 가리킨다. 수백만 년 전의 초기 인류화석은 인류의 요람이라 알려진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으며, 한국과 동아시아에서도 고인류화석이 드물지만 주로 석회암 동굴에서 확인된다.
인류란 영장목의 사람과에 속한 포유류인데, 현재 지구상에 있는 사람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이다. 진화 과정에서 인류는 약 600~700만 년 전 침팬지와 분지해 두 발로 일어선 때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여러 속과 에렉투스와 사피엔스 등 여러 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확인된 사헬란트로푸스(Sahelanthropus)와 케냐에서 발견된 오로닌(Orronin) 화석은 침팬지와 분지해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약 440만 년 전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 화석의 두개골[머리뼈] 용량은 300~350㎤ 정도로 작으며, 두 발로 땅 위를 걸었으면서도 나무도 탔던 특성이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속 가운데 가장 이른 종은 아나멘시스(Anamensis)인데, 약 420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 유명한 루시(Lucy) 화석이 속한 아파렌시스(Afarensis)는 약 390290만 년 전, 아프리카누스(Africanus)는 약 350200만 년 전의 고인류이다. 이로부터 호모 속(Genus Homo)의 초기 형태가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자니아 올두바이고지(Olduvai Gorge)에서 발견된 진잔트로푸스(Zinjanthropus)는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라는 별개 속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동아프리카의 보이세이(Boisei)와 남아프리카의 로부스투스(Robustus)의 두 종이 있고, 250만 년 전부터 120만 년 전까지 존속하였다.
플라이스토세가 시작하는 약 250만 년 전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루돌펜시스(H. rudolfensis)와 공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올도완(Oldowan)이라 불리는 가장 이르고 거친 형태의 자갈돌 석기 전통의 담당자였다고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개골 용량이 450㎤에 불과하지만, 초기 호모 속의 종에서는 600~750㎤에 이른다.
주먹도끼를 위주로 하는 아슐리안(Acheulian) 전통이 등장하는 약 17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는 호모 에르가스터(H. ergaster)가 진화하며, 약 70만 년 전 하이델베르겐시스(H. heidelbergensis)가 등장할 때까지 존속하였다. 에르가스터는 에렉투스(H. erectus)라 묶어 부르기도 하지만, 최근 에렉투스는 동아시아에 한정하여 쓰는 연구자도 많다.
에르가스터[또는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조지아에서는 170만 년 전 화석이 나왔다. 이미 1891년 뒤부아라는 연구자는 자바에서 발견한 화석에 두 발로 걸었다는 뜻에서 에렉투스라는 학명을 붙였다. 하지만, 이후 그보다 수백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비롯한 여러 고인류가 두 발로 걸었음이 밝혀졌다.
자바의 에렉투스 화석[일명 자바원인]은 약 100만 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연대는 논란거리다. 1929년 주구점동굴에서 발견된 북경원인 역시 대표적인 에렉투스 화석이다. 약 70만 년 전부터 25만 년까지 여러 화석이 있고, 늦은 시기 화석의 두개골 용량은 1200㎤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유럽으로 들어가 약 4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하였다. 네안데르탈인, 곧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 neanderthalensis)는 땅딸한 몸집과 거칠고 두꺼운 뼈 등 추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해부학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유럽과 서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살았으며, 약 4만 5천~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확산과 더불어 사라졌다.
호모 사피엔스 화석 가운데 현재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것은 북아프리카 모로코 제벨이루드(Jebel Irhoud) 출토품인데, 약 30만 년 전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약 19만 5천 년 전의 오모키비시(Omo-kibish)와 16만 5천 년 전 헤르토(Herto) 화석 등 옛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카프제(Qafzeh)와 스쿨(Skhul)에서도 약 9만 년 전 사피엔스 화석이 나왔다.
최근 잘 보존된 고인류 뼈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기법이 발달하며 인류 진화 연구에 큰 진전이 있다. 이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 년 전에 이미 사피엔스와 분지했다고 한다.
현생인류는 약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 한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다 약 5만 년 전 즈음 본격적으로 구대륙 전역으로 확산했는데,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등 각 지역의 선주민과 최소한의 접촉만이 있었다. 알타이지방의 데니소바동굴에서 나온 손가락뼈 등에 대한 DNA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과는 매우 다른 고인류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심지어 오늘날 멜라네이사인에게도 데니소바인의 형질이 남아 있음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나아가 연구에 따르면, 현재 유라시아의 여러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도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2% 미만 있음이 확인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1만 7천 년 전까지 매우 키가 작고 두개골 용량도 작은 플로레스인(H. floresiensis)이 존속했다는 증거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리뼈와 사지뼈 등이 잘 보존된 화석의 사례가 드물다. 이웃 중국에서는 북경원인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있고, 요령의 진뉴산[金牛山]에서는 약 25만 년 전의 온전한 인류화석이 발견된 바도 있다.
북한 평양 근처 석회암 동굴에서는 역포인과 덕천인, 승리산인과 같은 고인류화석이 알려진 사례가 있는데, 모두 옛 호모 사피엔스, 또는 현생인류의 화석이다. 평양의 만달동굴과 용곡동굴에서는 후기 구석기시대 현생인류의 머리뼈 화석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발견되었다.
남한 지역에서는 아직 구석기시대의 온전한 머리뼈와 사지뼈가 발견된 바 없다. 단양 상시동굴에서 현생인류 두개골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이를 '상시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