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평왕 때 도깨비(두루티)가 인간으로 나타난 전설의 인물이다.
사량부(沙梁部) 서민의 미녀 도화랑(桃花娘)과 평소 이 여자를 탐낸 진지왕(眞智王)의 죽은 혼령이 교혼하여 낳은 비형랑(鼻荊郞)이 진평왕에 의하여 궁중에서 자라나 집사(執事)의 벼슬에 있었는데, 밤마다 월성(月城)을 넘어 황천(荒川) 언덕에서 도깨비를 데리고 놀았다.
왕이 이를 듣고 도깨비무리 중에 인간으로 나타나서 정치를 도울 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길달을 추천했다. 왕이 집사의 벼슬을 주니 매우 충직했다. 각간(角干) 임종(林宗)이 아들이 없었으므로 왕이 명하여 아들을 삼게 하였다.
임종이 흥륜사(興輪寺) 남쪽에 문루를 세우게 하고 여기서 자게 하니 이를 길달문(吉達門)이라 하였다. 어느 날 여우로 변하여 도망치니 비형랑이 도깨비들을 시켜 잡아 죽였다.
그래서 무리들이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 달아나니 신라인들이 “성제(聖帝)의 혼이 낳은 아들 비형의 집 여기로다. 날고 뛰는 잡귀신들 행여 이곳에 머물지 말라.”는 글을 품속에 지녀서 귀신을 물리쳤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