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신동아(新東亞)』 1월호에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의 나약한 지식인상을 다룬 드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자가 경성제국대학 예과 강사시절의 체험을 근거로 하여, 지식인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당시 지식인들의 실상을 일부 보여준다.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졸업한 수재 김만필(金萬弼)은 학생시절에 문화비판회 서클 회원으로, 한때 원고료를 벌기 위해 독일 좌익계 작가를 논한 일이 있다.
그는 졸업 후 일 년 반 동안 실업자로 있다가 S전문학교 H과장의 소개로 그 학교의 시간강사에 취임한다. 한편, 이 학교 교무를 맡은 T교수는 김 강사에게 갖은 친절을 다 베풀면서 자신의 파벌로 만들려고 한다. S전문학교 교수회는 파벌대립이 심하였으며, 교장과 T교수는 가장 강력한 파였다.
어느 날 김 강사는 H과장댁을 예방했다가 거기서 우연히 T교수와 마주친다. 돌아오는 길에 T교수는 김 강사에게 그의 과거를 다 알고 있다고 넌지시 위협하면서 자기파에 속하기를 종용하나 김 강사는 모른척한다.
하루는 T교수가, H과장이 김 강사를 만나자고 한다고 전한다. 그날 밤 김 강사가 H과장을 방문해보니 H과장은 김 강사의 사상을 의심하며, 취직 전에 그의 사상문제를 은폐하여 자신을 기만했다고 노발대발한다.
그것은 T교수가 H과장에게 김만필의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모든 일은 끝장이 나게 되고 김 강사는 좌절하고 만다. 작가는 등장인물 T교수 · 교장 · H과장 등 지식인 일본인과 이들의 위선에 대해 무력한 한국인 김 강사와의 관계를 통해 당시의 지식인상을 제시하려 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나약한 자세와 그가 다듬어 가는 길은 당시 1930년대 지식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세와 파멸하는 과정, 식민지 교육의 앞잡이인 일본인들의 위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일본인에 대한 인간 관계를 심리적인 갈등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저항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