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간행하였다. 삶의 자율성이 시대의 힘에 의해 깨어짐을 주요 과제로 다룬 작품이다.
식민지 치하에서 일제의 탄압을 받으며 살아온 연이라는 소년은, 광복을 맞아 타의로 내무서원을 지내게 되면서부터 정신적 갈등을 체험한다. 그러다가 끝내는 북한의 공산 치하에 견디다 못해 남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곧 한국전쟁이 발발해 군에 입대하였는데, 부상으로 인하여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의 애인 미혜도 그보다 먼저 남하했으나 창녀 생활을 하고 나중에는 실명까지 하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 연이를 근면하고 신의 있는 인물로 설정하여, 시대의 혼란과 비극적 상황에서 희생을 치르며 겪어내는 의지를 고결하게 형상화하였다.
고난에 처한 친일 교사를 의리로써 구출하였으며, 그보다 앞서 남하한 애인 미혜를 창녀굴에서 구출하기도 한다. 주인공 연이로 하여금 나중에 실명까지 한 애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사랑과 의리를 지닌 성격으로 그려, 시대의 힘에 개인이 희생적 고통을 의지로써 감내하는 기개 있는 한국적 남성상을 제시하였다.
연이는 한국전쟁 당시 남한이 수복되는 과정에서 옛 친구, 선교사의 아들 존을 만나게 되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너무도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존의 도움으로는 깨어진 삶이 회복될 수 없고, 연과 미혜 자신의 의지와 개척의 정신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스스로 자각한다.
작가는 자립의지가 강한 남성상을 통하여 ‘기개(氣槪)의 문학’을 이룩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현대사의 비극적 국면이 개인의 체험적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가 되고, 극복될 수 있는가 하는 예술적 해답이 담겨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