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되었다. 민족항일기 말기에서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의 격변기 동안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랑과, 전통적 윤리의식 속에서의 여성수난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남희와 세영의 기구한 사랑을 묘사함으로써 삶의 자율성에 관한 서사과정을 주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인물은 세영이다. 과부가 된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난 세영은 의학을 공부하고 만주 신경으로 의사가 되어 취직길에 나선다.
어릴 때부터 동생처럼 따르던 남희를 한 사람의 여성으로 사랑하지만, 남희는 아버지의 강요로 상준이라는 남성과 결혼한다. 세영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동안 아끼꼬라는 일본인 간호사의 구애를 받지만, 남희를 생각할 뿐이다.
세영이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남희를 만나고, 남희는 상준과의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껴 결국 정신착란에 빠진다. 해방 후 세영은 병원을 개업하지만, 전쟁이 터져 폭격당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남희·아끼꼬 등 여러 여성의 심리묘사를 통하여 작가의 서사적 기량이 뛰어나게 발휘된다. 삶의 자율성이 인간주의의 기본적인 정신이라는 점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으며, 설정된 각 인물들이 적절히 성격화됨으로써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감수성과 상상력이 융합되게 하였다.
개인의 삶과 시대의 힘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개인 운명의 결정을 세영과 남희의 비극적 사랑을 통하여 이해시켜주는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