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552면. 양장본. 1942년 영창서관(永昌書館)에서 발행하였다.
모두 4부로 나누었는데, 제1부는 ‘기행(紀行)’, 제2부는 ‘시와 시조’, 제3부는 ‘수필’, 제4부는 ‘연구’편으로 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다섯 지역을 돌아본 감회를 적은 5편의 기행문을 싣고 있다. 평안북도 선천의 대륙산(大陸山)·검산성(劍山城)·동림산성(東林山城)으로부터 구성·삭주를 거쳐 의주의 압록강에 이르는 <만상답청기 灣上踏靑記>와, 함경남도 이원의 만덕산(萬德山)에서 열린 신라 진흥왕 북성비각(北省碑閣) 낙성식에 참여한 감격을 적은 <천리방비행 千里訪碑行>, 그리고 강화도 탐방의 기록인 <강도유기 江都遊記> 및 <무등산기행>·<설악행각 雪嶽行脚>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기행문들은 저자가 꾸준히 써온 국토 순례기의 일부로서, 감격적인 국토 예찬 및 그 국토 위에서 이루어진 흥망의 역사와 현실을 되돌아보는 감회가 잘 드러나 있다. 제2부는 <혼자서 부른 노래>·<봄> 등 14편의 시와 시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발표 연대를 밝힌 작품이 7편으로, 1932년 9월부터 1936년까지에 이르는 것을 보면, 대체로 1932년에 간행된 ≪노산시조집≫ 이후에 창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감상적 서정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제3부는 <북한산순수비>·<산꽃> 등 11편의 수필을 수록하고 있다. 여행·등산 도중에 느꼈던 감회를 적은 글이 대부분이고, 한 마리의 병아리에게 애정을 쏟았던 친우의 이야기를 쓴 <봉래전 鳳來傳>과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명견들을 칭송한 <명견송 名犬頌>이 이채를 띠고 있다. 제4부에는 6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서산(西山)의 문학>은 임진왜란 때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승병을 지휘하여 왜군에 항쟁한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한시를 중심으로 그의 생활과 이상을 논한 글이며, <시인 노계(詩人蘆溪)와 그의 예술> 역시 임진왜란 때 수군에 참가하여 왜군을 무찔렀던 박인로(朴仁老)의 가사와 시조 및 한시를 논한 것으로서, 그 때까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박인로의 생애와 문학을 ≪노계집 蘆溪集≫을 근거로 하여 분석, 정리한 글이다.
또한 <청상민요소고 靑孀民謠小考>는 전래되어오는 민요 가운데 청상과부의 탄가(嘆歌)와 십이월가(十二月歌)의 운율과 정서를 분석, 소개한 글이다.
<병란과 시조>는 병자호란의 국치를 당하여 벼슬을 단념하고 두문불출하였던 이정환(李廷煥)의 비가(悲歌) 10수를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효종과 김상헌(金尙憲)의 시조를 분석, 소개한 글이다. <한국참요고 韓國讖謠考>는 한국의 동요를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한 방편으로서, 동요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는 참요를 조사, 정리한 글이다.
삼국시대의 <서동요>로부터 조선시대 고종 때의 <도화요 桃花謠>에 이르기까지 옛 문헌에 전하고 있거나 구비전승되고 있는 28편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또 이 노래들이 어떠한 정치적인 징후를 예언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민중의 정의감이 발로된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소년시인 군산론 少年詩人君山論>은 19세의 나이에 요절하였던 김숭겸(金崇謙)의 짧은 생애를 소개하고, 그의 유고인 ≪군산시고 君山詩稿≫를 통하여 염세와 비애에 젖었던 문학을 논하고 있다.
≪노산시조집≫과 짝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초기의 문필 생활을 통하여 관심을 기울였던 대상이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4부의 ‘연구’편은 ≪노계집≫·≪송암유고 松巖遺稿≫·≪군산시고≫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 자료들을 소개하였다.
한편,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국난을 당했을 때 선인들이 보여준 용기와 절개, 의리를 살펴보고, 김숭겸이 느꼈던 바 인생의 무상 및 염세와 비관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문학인들의 그것과 같은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