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崔致遠)이 저술한 ≪석이정전 釋利貞傳≫에 따르면 가야산의 산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가 천신 이비가지(夷毗訶之)의 감응을 받아 대가야왕 뇌질주일(惱窒朱日)과 금관가야왕 뇌질청예를 낳았다고 한다.
뇌질주일은 대가야국의 시조라고 하는 이진아시(伊珍阿豉, 또는 內珍朱智)의 별칭이며, 뇌질청예는 수로왕의 별칭이라고도 하였다. 이 ≪석이정전≫에 전하는 신화는 가야지역의 여러 소국들이 상호 연합하여 가려는 움직임 속에서 가야국 전체의 동질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식의 소산이라 하겠다.
그러한 통합의 움직임과 의식 속에서 가야의 여러 소국 중 가장 세력이 큰 남북의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시조의 형제설화가 나오게 되었다. 그것은 뇌질주일을 형이라고 함에서 보듯 대가야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육가야의 시조가 형제이고,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이 맏형이었다고 한 ≪가락국기≫에 전하는 금관가야 중심의 형제설화와는 대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