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禪僧). 대둔사(大芚寺) 13대종사(大宗師) 중 제7대 종사이다. 성은 박씨(朴氏), 호는 벽하(碧霞). 전라남도 영암 출신.
어머니 이씨(李氏)가 푸른 새가 어깨 위에 날아앉는 태몽을 꾸고 태어났다. 나면서부터 미간에 흰 털이 있어서 보는 사람마다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자라면서 모든 일을 영민하게 해결하여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소년시절 창가에서 새 우는 소리를 듣고 문득 발심하여 출가, 장로 조연(照淵)을 은사로 득도하였다.
그 뒤, 화악 문신(華岳文信)으로부터 경론(經論)을 배웠고, 환성 지안(喚醒志安)으로부터 선(禪)을 전수하였으며, 대사 고압(孤鴨)으로부터 참법(懺法)을 익혔다. 이들 스승은 모두가 휴정(休靜)의 5세 법손(法孫)이다.
그는 호랑이 앞에서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정도로 기개가 높았고, 장부의 기상이 있어서 일을 처리함에 있어 조금도 비굴함이 없었다. 또한 경전을 배우는 여가에 사서(史書) 및 문집들도 섭렵하여 유학자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았다.
만년에는 선시(禪詩)와 조사(祖師)들의 오도송(悟道頌)을 좋아하여 늘 책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를 좋아하여 오기(誤記)가 많음을 지적하고 스스로 교정하면서 보았다.
지안이 그에게 시를 보내어, “우리 나라의 대종장(大宗匠) 벽하는 한입에 서강(西江) 만리수(萬里水)를 모두 삼켰다.”라고 하며 그의 박학다식을 높이 평가하였다. 1763년 6월 88세의 나이로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결가부좌한 채 입적하였다.
제자로는 현암(玄巖) 등 45인이 있다. 문도들이 다비(茶毘)하여 정골(頂骨) 1편과 사리 1과를 얻어서 대둔사에 부도를 세우고, 또한 이경의(李敬毅)가 찬(撰)한 비를 세웠다. 편저로는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 1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