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산내암자이다. 해인사 일주문에서 걸어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창건자 및 창건연대는 미상이며, 1605년(선조 38)에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제자 소암(昭庵)이 중창하였다. 전설에는 임진왜란 당시 소암이 해인사를 수호하였는데, 왜병들이 소암의 명성을 듣고 해인사 앞의 산마루턱에서 넘겨보았을 뿐 감히 침범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왜병들이 엿보았다는 산마루를 왜규치(倭窺峙)라 부른다. 그 뒤 환적(幻寂)이 이 절에서 수도하였다. 환적은 암자의 동쪽에 토굴을 파서 환적대(幻寂臺)라 이름 짓고, 그 곳에서 오래 좌선하다가 입적하였다고 한다.
늘 한 마리의 호랑이와 벗하였는데 그 호랑이가 제자를 해치자 산신(山神)에게 명하여 다시는 가야산 안으로는 호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그 뒤 가야산 일대에서는 호랑이의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한다. 문하에는 풍계(楓溪)·명등(明登)이 있으며, 특히 시문에 능하여 『유완록(遊翫錄)』·『문집(文集)』 등을 남겼는데 그 각판의 일부가 백련암에 간직되어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원통전(圓通殿)과 영자당(影子堂) 및 요사(寮舍)가 있는데, 영자당에는 환적·통엽(通嘩)·활해(濶海)·인파(仁坡)·신해(信海)·춘계(春溪)·대송(對松)·월파(月波)·침운(枕雲)·나은(懶隱) 등의 초상화가 봉안되어 있다. 또한 원통전은 1687년(숙종 13) 환적이 신축하였고 뒤에 응해(應海)가 중건하였다.
해인사의 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기이한 바위의 경치와 탁 트인 전망은 가야산의 제1경승지로 손꼽힌다. 암자 좌우로 용각대(龍角臺)·절상대(絶相臺)·환적대·신선대(神仙臺) 등의 기암이 있고, 뜰 안의 불면석(佛面石)은 천연의 한 덩이 거암(巨岩)으로서 마치 불면과 같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예로부터 고승들이 많이 배출된 유명한 수도처로서, 해인총림의 방장 성철(性澈)이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비라 기도회’가 1년에 네 차례 백련암에서 열린다. 이 기도회는 성불을 위한 모임으로서 범어로 된 기도문을 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