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판 총 66면. 작자의 첫 번째 시집으로 1937년 4월풍림사(風林社)에서 홍순열(洪淳烈)을 발행인으로 하여 간행되었다. 서문(序文)도 발문(跋文)도 없이 총 23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갈망(渴望)」·「봄의 환상(幻想)」·「향수(鄕愁)1·2·3」·「일기초(日記抄)1·2」·「항가점경(港街點景)」·「동면(冬眠)」·「대지(大地)1·2」·「바다」·「광풍(狂風)」·「계절(季節)」·「창공(蒼空)」·「드을」·「애상(哀想)」·「가을의 송가(頌歌)」·「가두(街頭)에 흘린 시(詩)」·「광상(狂想)」·「고별(告別)1·2」·「삼부곡(三部曲)」 등의 시가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윤곤강의 시력(詩歷)으로 보아 1931년 11월호 『비판(批判)』지에 발표된 「옛 성터에서」로부터 비롯되는 「아츰」·「폭풍우(暴風雨)를 기다리는 마음」·「가을바람 불어올 때」 등과 함께 초기 시로서 일제치하의 황폐화된 현실과 그에 맞선 실천의지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자가 주장하고 있는 현실은 시인과 유착되지 못하고 추상적인 현실에 머물러 있다. 이는 그 현실이 경험적인 현실이 아니라, 관념이 생성한 추상적이고 도식화된 현실로 형상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당대의 암울한 현실을 환기한 「대지」는 시집의 제목으로 삼고 있듯이, 여기에 그 전체의 주제의식을 집약하고 있다. “악을 쓰며 달려드는 찬바람과 눈보라에 넋을 잃고/고○은 새우잠을 자는 대지(大地)……”라고 노래한 「대지1」이 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당대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대지2」에서는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흙의 자애(慈愛)!/삶을 탐내는 놈에겐 ‘생(生)의 봄’을 선사하고”와 같이 생성의 활기를 물씬 풍기게 하는 봄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게 한다.
윤곤강의 초기 시, 곧 『대지』의 시편들은 한마디로 당대의 암울한 현실과 그것의 극복의지로 표상되는 ‘봄’의 이미지조차도 상식선에 머무른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