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28면. 작자의 제1시집으로, 1937년 풍림사(風林社)에서 간행하였고, 그 뒤 1947년 아문각(雅文閣)에서 재판이 나왔다. 총 16편의 시를 2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제1부에는 「월향구천곡(月香九天曲)」·「여수(旅愁)」·「해항도(海港圖)」·「매음부(賣淫婦)」·「병실(病室)」 등 14편, 제2부에는 「성씨보(姓氏譜)」·「해수(海獸)」 2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재판본에는 작자의 서문과 이봉구(李鳳九)의 후기(後記)가 첨가되어 있으며, 1부에 5편, 2부에 1편씩 더 추가되어 총 22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의 내용은, 감상(感傷)·분노·불안·퇴폐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유도 확실하지 않은 슬픔은 그가 본질적으로 낭만주의자임을 말해주는 것이고, 행동의 의지가 상실된 분노나 음습하고 우울한 퇴폐적 분위기는 비극적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식민지 청년의 고뇌와 갈등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항구나 부두는 부초처럼 떠도는 뿌리 없는 삶의 표상이며,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도박, 아편, 독한 술, 홍등녀(紅燈女) 등과 같은 일시적 위안이나 퇴폐뿐임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항구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기녀·매음녀·홍등녀 등은 적극적인 삶을 체념하고 비극적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적 자아의 등가물(等價物)임을 알 수 있다.
「여수」·「해항도」·「매음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슬픔이나 체념은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서 어떠한 삶의 비극적인 깊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표현에 있어서도 시적인 응축력이 부족한 점으로 보아 초기 작품들 중에는 노래할 사연은 많은데 노래할 방법은 아직 충분히 터득하지 못한 문학 청년의 습작기(習作期)의 시편들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