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통권 79호)에 발표되었고, 1931년 작자의 최초의 단편집 『노령근해(露領近海)』에 수록되었다.
1930년에 발표된 「주리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며, 작가가 21세 때의 작품이다. 일인칭소설로 미장이인 ‘나’에 의하여 관찰된 현실의 단면을 제시하는 고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정한 일터도 없는 뜨내기인 ‘나’는 매일 밤 일정한 거처도 없이 동대문 혹은 동묘 처마 밑에서 노숙을 한다. 어느날 동료인 김서방과 술 한잔을 한 뒤 동묘 처마 밑으로 자러 오나, 이미 사람들이 차 있어 동묘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희미한 도깨비불과 산발한 노파가 있어 혼비백산을 하고 나온다. 다음날 ‘나’는 도깨비의 정체를 확인하러 동묘 안으로 몽둥이를 들고 들어가 내리치려고 하다가 그들이 도깨비가 아니고 헐벗은 거지 모자임을 발견하게 된다.
노파는 달포 전에 어느 부자의 자동차에 치여 다리병신이 되어 구걸도 못하고 그곳에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주고 그곳을 빠져 나오며 카프의 선전원처럼 외쳐댄다. 이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일인칭 형식을 취함으로써 보다 독자와 밀착된 관계를 노리면서, 아울러 ‘나’의 일상 생활의 일부를 고백함으로써 빈한한 근로자의 단면을 제시한다.
또한, 도깨비 같은 거지 모자의 밑바닥 인생을 충격적으로 제시하여 빈한의 문제를 더욱 가중시킨다. 작가는 무산대중이 소외된 사회의 병리를 첨예화함으로써 구세대적 기존 질서를 철저히 통박하고, 독자로 하여금 새 질서를 위한 투쟁에 참여할 것을 역설한다. 따라서 경향문학의 짙은 징후를 배태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효석 문학의 초기 특징인 동반작가 시절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경향문학이 흔히 빠지기 쉬운 과잉 주제의식의 노출로 대체로 성공하지 못한 작품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세련된 문장과 문체를 인정하더라도 구성과 구조적 측면에서 미흡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를 부르짖으며 현실적으로는 부르주아적 생활을 지향하는 당대 인텔리 청년들의 분열된 성격을 추출해냄으로써, 암울하고도 폐쇄된 어두운 시대에 일부 지식인들의 비극적인 방황과 몸부림을 확인할 수 있다.
『노령근해』에 수록된 이외의 다른 작품과 함께, 한때 동반작가로서 이효석의 문학사적 위치를 밝히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