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1년(순조 31) 신위(申緯)가 지은 한시. 칠언절구. 35수. 작자의 시집 ≪경수당전고 警修堂全藁≫에 수록되어 있으며, 김택영(金澤榮)이 1907년 중국 남통(南通)에서 간행한 ≪자하시집 紫霞詩集≫에는 24수만 수록되었다.
최치원(崔致遠)을 비롯하여 김상헌(金尙憲)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역대의 대표적인 시인 49인을 평한 것으로, ‘시로써 시를 평한(以詩評詩)’ 대표적 작품이다. 시마다 필요한 곳에 자주(自注)를 달아 각 시인들에 대하여 자신이 평하게 된 근거를 제시하고 또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였다.
1수에서는 신라의 최치원과 고려의 박인량(朴寅亮)을 함께 다루었으며, 2∼5수에서는 이제현(李齊賢)을 비롯하여 5인의 고려시대 문인을 다루었으며, 6∼35수에서는 이식(李湜)에서부터 김상헌까지 42인의 조선시대 문인을 다루었다.
작자는 시평을 하는 가운데 각 시인의 학문, 시재(詩才) 및 시풍(詩風)을 평함에 있어, 그 시인의 빼어난 시구(詩句)를 차용하고, 또는 시구와 관련된 사실을 예거하는 등, 시인 평생의 자취를 알 수 있도록 각 시인의 특이한 면모를 함축성있게 서술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자는 전대(前代)의 시평 가운데 그 시인들에 대한 평어(評語)를 고루 참작하였을 뿐 아니라, 아울러 작자 나름의 시사적인 안목을 발휘하여 시인의 시사적 위치를 평단(評斷)한 것으로 가히 동방의 시사 및 비평사의 백미(白眉)라 할 것이다.
그런데 김택영의 ≪자하시집≫에는 35수 가운데 5∼9, 19, 25∼26, 31∼33에 해당하는 시를 수록하지 않았다. 김택영이 원작대로 전편을 수록하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 까닭에 대해서는 문학사가(文學史家)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동인논시절구> 전편(全篇)에 담긴 작자의 비평관 및 비평방법, 인물 선평(選評)의 기준, 그리고 작품에서 보여준 시평의 시사적 의의나 작품 자체의 문학사적 의의와 함께 학계에서 논의될만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작품과 같은 ‘이시평시(以詩評詩)’의 비평적인 시 형식은 당나라 두보(杜甫)의 <희위육절 戱爲六絶>을 비롯하여 금나라의 원호문(元好問)과 청나라의 왕사진(王士禛)의 <논시절구 論詩絶句> 등 종래에 있어왔던 형식이며, 우리 나라 황현(黃鉉)의 <독국조제가시 讀國朝諸家詩> 14수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