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록계(夢遊錄系) 소설이다. 심의의 문집 『대관재난고(大觀齋亂稿)』 권4 잡저편에 수록되어 있다. 흔히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이라 불려졌던 「몽기(夢記)」 또는 「기몽(記夢)」의 속편으로 보인다. 저작연대는 「몽기」를 쓴 1530년(중종 25) 이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작자가 어느 날 낮잠을 자는데, 꿈에 사자연(謝自然)이라는 선랑(仙娘)이 청의동자(靑衣童子)의 인도를 받아 누추한 자기 방에 찾아온다. 선랑이 당대(唐代) 인물들의 현우(賢愚)에 대하여 작자의 의견을 묻는다. 작자는 선랑에게 환심을 사기 위하여 이하(李賀)를 기리고 한유(韓愈)를 비난한다.
선랑은 작자의 의견을 기뻐하며, 작자를 칭찬하고 상으로 술을 내린다. 작자는 선랑을 연모한 나머지 손발이 떨려서 술잔을 받다가 그만 그녀의 무명지를 손톱으로 찌르고 만다. 선랑은 이러한 작자의 행동은 망념이 싹텄기 때문이라고 나무란다.
이어서 둘의 연분은 시해(尸解: 몸만 남기고 혼백이 빠져 가버린다는 뜻으로, 신선으로 화함을 이름)를 한 뒤에 약속을 정하여 성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자가 실심하자 선랑은 “후일에 숙원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 하고 위로하며 이별의 말을 청한다.
그러자 작자는 선랑을 칭송하는 글을 읊는다. 그 글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음악이 울리고 작자는 점점 멀어져 감을 느끼면서 무엇을 잃은 듯하다가 문득 잠에서 깨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몽사자연지」를 「몽기」의 속편으로 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이 모두 영질(醟疾: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증상)에 걸려 꾼 꿈 이야기이고, 「몽기」에서 두천자(杜天子)의 심부름으로 왔던 사자연(謝自然)이 「몽사자연지」에 나오는 등 많은 연관성이 발견된다.
「몽기」에서는 천자가 귀향하도록 명하면서 “함부로 초목산하를 범하지 말라. 조물주가 그대를 시기한다.”고 한 대목이 「몽사자연지」에서는 “초목산하가 그대의 침해를 입어 이로 인하여 조물주가 시기하여 공명을 얻지 못하고 백수(白首: 허옇게 센 머리)가 됨에 가긍하게 여겨 위로하러 왔다.”고 연변되어 사자연이 말하게 되는 점이다.
「몽사자연지」는 「몽기」보다 훨씬 짧은 글이지만 짜임새가 있다. 작자의 도교사상이 바탕에 깔린 이 작품은 「몽기」보다 과장이 적으며,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정감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묘사가 치밀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