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는 수정(水晶). 충청남도 논산 출신. 박준호(朴準鎬)의 아들이다. 선조 때부터 가톨릭신자의 집안이었는데, 논산에서 선교사업을 하던 프랑스인 목(睦)신부의 권고로 아버지와 신학문을 공부하기 위하여 어린 시절에 상경하였다.
아버지와 함께 양정고등보통학교에 한 학년의 차이를 두고 1, 2학년 학생으로 입학하였으나 부자가 다 같이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이 탐탁하지 않아 아버지는 전수학교로 전학하였다. 뒤에 아버지는 남대문상업학교를 인수하여 동성상업학교(東星商業學校)를 세우는 등 교육사업에 큰 공을 세웠다.
1924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마친 뒤 모교에서 내과를 전공하였으며, 1935년 서울 저동 소재 일본인 경영의 무라카미병원[村上病院]을 재단법인 경성구천주교회(京城區天主敎會)에서 매수하여 성모병원을 세워 그 초대원장으로 취임하였는데, 그 병원이 현재의 가톨릭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성모병원장에 부임할 때 봉급은 월 300원으로 결정하였는데, 아버지는 젊은 사람이 돈이 많으면 안 된다고 월 200원으로 주도록 하였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신앙을 통한 봉사를 천직으로 하였다. 광복 후 성모병원을 떠난 뒤에도 대한결핵협회장 · 대한내과학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보건후생분야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6 · 25전쟁 중 공군군의관으로 복무하다가 공군군의감에까지 승진하였다. 취미로는 1929년부터 도자기, 특히 조선백자 수집에 열중하였는데, 말년에는 모든 품목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민족문화 발전에 공을 세우기도 하였다. 평생 공공을 위한 희생 봉사로 일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