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金東仁)이 지은 단편소설. 1921년 6월 『창조(創造)』 제9호에 발표되었다. 그 이후 1948년 간행된 단편집 『발가락이 닮았다』에 수록되었다. 작자의 본격적인 단편소설로서 비교적 낭만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줄거리는 어느 화창한 봄날, ‘나’는 대동강에서 봄 경치를 구경하며 유토피아를 꿈꾸다가 배따라기 노래를 듣는다. 이에 이끌려 ‘나’는 결국 노래의 주인공인 뱃사람 ‘그’를 만나 남다른 사연을 듣게 된다.
‘그’는 19년 전 고향 영유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동생을 거느리고 살았는데, 아내가 늘 아우에게 보이는 호의 때문에 질투와 시기로 잦은 싸움을 일으켰다 한다. 그런 어느 날 아내와 동생이 쥐 잡는 장면을 오해한 ‘그’는 아내를 내쫓는다. 그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아내가 물에 빠져 죽은 뒤였고, 이로 인하여 아우의 원망을 사게 된다.
이어 아우도 집을 나가 바다로 떠나자 ‘그’도 바다를 유랑하는 뱃사공이 되어 아우를 찾아 헤맨다. 10년이 지나, 바다에서 조난을 당하여 정신을 잃은 ‘그’는 정신을 차린 뒤 자기를 간호하는 아우를 발견하였으나 곧 잠에 빠져버린다. 깨어보니 아우는 간 곳이 없었다.
그 뒤 아우를 찾아 유랑한 지 6년 만에 ‘그’는 배가 강화도를 지날 때 멀리서 들려오는 아우의 ‘배따라기’를 들었을 뿐 아직도 생사를 확인 못한 채 방랑 중이라 하였다. ‘그’는 ‘나’에게 그 비통한 ‘배따라기’의 사연을 들려주고는 떠나버린다.
이 일로 ‘나’는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이튿날 다시 ‘그’를 찾아보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이듬해 다시 또 그 자리를 찾아갔으나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나’의 이야기와 오해 및 질투로 인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그’의 이야기를 ‘배따라기’라는 노래로 접합시킨 완벽한 액자소설이다.
즉, 극단적인 미(美)의 낙원을 추구하는 ‘나’의 미의식(美意識)과 회한의 유랑을 계속해야만 하는 ‘그’의 운명적 비극이 ‘배따라기’라는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만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말하자면 현실적 삶의 패배와 그것의 예술적 승화라는 주제가 두 개의 만남과 헤어짐의 구조 속에 구현되어진 것이다. 이 작품은 물론 인과관계의 허점과 같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으나, 비교적 작자의 순수한 미의식과 예술적 기교가 잘 조화된 우리 근대 단편문학의 한 전형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