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1월 『동광(東光)』 29호에 발표되었다.
매우 불안정한 회사의 가난한 월급쟁이인 M은 서른 두 살이 되도록 혼인을 하지 않은 노총각이다. M은 학생시절부터 대단히 방탕한 생활을 거듭한다. 성욕을 이기지 못해 유곽으로 달려가곤 하다가 결국은 성병으로 인해 생식능력을 잃고 만다.
그러한 M은 어느 날 의사인 나를 찾아와 자신의 생식능력 여부를 묻고 가고, 그 며칠 후 M이 친구들 몰래 혼인을 하였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M이 결혼한 지 2년이 거의 다 된 어느 날 저녁 M을 만난 나는 침통해하는 그에게서 생식능력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며칠이 지난 뒤 나는 M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매우 놀라며, 며칠 전의 M의 태도를 이해한다.
M은 검사를 하겠다고 두 번이나 나의 병원에 찾아왔으나 그냥 돌아가고 만다. 이에 나는 아마도 M이 아내의 부정에 대한 의혹이 사실화되고 자신의 지난날의 과오가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에 검사를 기피한 것이라 생각한다. M의 아내가 드디어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반년쯤 자랐을 때 M이 기관지가 좀 좋지 않은 아이를 안고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M은 그의 아들이 제 증조부를 꼭 닮았으며, 가운뎃발가락이 가장 긴 자신의 발가락과 아이의 발가락이 닮았다고 말한다. M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M의 말속에 담긴 마음과 노력에 동정을 느끼며 발가락뿐만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M의 의혹과 희망이 섞인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고개를 돌린다.
이 작품은 자연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부적 방법을 원용하는 자연주의적 수법을 사용하면서도 그 본질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즉, M에 대한 의사인 나의 고찰은 실험주의적인 방법에 의하여 해부적으로 현상을 포착한 것이지만, 나는 결국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네.”라고 말함으로써 그의 해부적 수법으로 세계를 인식하려는 태도와는 배치(背馳)되는 정신으로 M을 구원하는데, 이는 곧 휴머니티의 발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