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조선문단(朝鮮文壇)』 1월호에 발표되었다. 작자의 작품 중 환경적 요인이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질을 타락시킨다는 자연주의적인 색채가 가장 잘 드러난 대표작이다.
복녀는 가난하기는 해도 정직한 농가에서 바르게 자라난 처녀였다. 그러나 돈에 팔려서 만난 게으른 남편 때문에 극빈에 시달리고, 결국 빈민층이 사는 칠성문 밖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거지행각과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그것도 한계점에 달한다. 어느날 평양부에서 실시한 송충이 잡는 일에 참여했다가 감독의 유혹에 빠져 일 안 하고 돈버는 법을 알게 된다.
그 뒤 복녀는 동네거지를 상대로 적극적인 매춘을 하고, 마침내 감자를 훔치다가 들켜서 감자주인인 중국인 왕서방과 공공연한 매음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왕서방이 다른 처녀와 혼인하게 되자 복녀는 질투심 때문에 낫을 들고 쳐들어갔다가 오히려 왕서방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환경에 의해 타락해가는 복녀의 일생을 시종 냉엄한 객관자의 시점으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결말부분에서 복녀의 시체를 놓고 왕서방과 한의사와 복녀의 남편 사이의 금전거래 장면을 냉철하게 부각함으로써 비정한 인심을 객관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작자가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냉철한 문체, 간결하고 직선적인 짜임, 장면묘사 및 대화의 적절한 삽입 등 단편으로서 완벽한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근대 단편소설의 한 전형을 이룩한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식민지사회의 빈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빈궁의 원인을 남편 개인의 천성적 게으름으로 파악한 것이라든가, 도덕의식의 변모에 결정적 계기가 된 송충이잡이 감독과의 매음에서 복녀의 갈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 등 현실인식의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고, 인물·행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