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雲峴宮)의 봄』은 김동인이 지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중심인물 대원군은 상갓집 개처럼 행세하는 한편 아들 명복을 제왕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시키는 이중적 생활을 한다. 그는 철종이 세상을 떠나자 아들 명복으로 하여금 익종의 대를 잇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작가는 약육강식이라는 국제적 상황을 극복하고 외척인 안동 김씨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려 애썼던 대원군의 죽음을 애도한다. 하지만 소설은 핍박과 시련을 겪은 후 야망을 실현하는 흥선군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시대를 총체적으로 그리거나 그 의미를 묻는 데까지 나가지는 못한다.
소설은 음산한 겨울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약육강식이라는 국제적 상황을 극복하고 외척인 안동 김씨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려 애썼던 대원군의 죽음을 애도한다. 앞서 흥선군이 생존을 위해 상갓집 개처럼 행세하며 김씨 일파로부터 받는 수모를 참아내는 것 역시 박탈당한 종친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위장 행위로 파악한다. 그는 주1 행세를 하며 대갓집, 기생집, 잔칫집을 기웃거리는 한편 아들 명복(命福)을 제왕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시키는 이중적 생활을 한다.
『운현궁의 봄』에서 작가는 천하장안(千河張安) 등의 한량들과 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낙향한 양반의 행태를 통해 서원(書院)의 부패한 양상도 고발한다. 극단적인 주2을 통해 벼슬을 얻는 황구(黃狗)와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밥을 나누어주는 전주 나씨(全州羅氏)의 행위를 대조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흥선군은 외척 안동 김씨 일파에게 밀려난 신정왕후 조 대비에게 선을 대어 철종이 세상을 떠나자 아들 명복으로 하여금 조 대비의 지아비인 익종의 대를 잇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대원군은 왕의 위에 군림하여 주3함으로써 외척 안동 김씨 일문의 세를 꺾고 탐관오리를 숙청한다. 또 주4를 혁파하는 한편 서원을 철폐하여 유림과 양반의 행패 역시 척결한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안동 김씨에게 핍박을 당하는 흥선군을 그리는데,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후반부에서는 시련과 역경 가운데서도 아들 명복을 왕위에 오르게 만드는 흥선군의 모습을 그리는 데 할애된다. 하지만 소설은 핍박과 시련을 겪은 후 야망을 실현하는 흥선군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시대를 총체적으로 그리거나 그 의미를 묻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흥선군을 영웅화함으로써 본격적인 역사소설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일반적인 평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이 시기 김동인이 발표했던 일련의 역사소설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작가의 주관적인 평가에 기반을 둔 것과도 연결이 될 것이다. 삽입된 여러 개의 역사적 에피소드들 역시 소설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