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필사본. 원래 1894년(고종 31)부터 1923년까지의 30여 년간에 걸쳐 쓴 일기였으나, 6 · 25 때 소실되어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부터 인천 부두에서 러시아 수병(水兵)과 일본인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던 1903년까지 10년간의 일기가 전해지며, 권말에 삼종손(三從孫) 시연(時淵)의 발문이 있다.
이 일기에는 전라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동학군의 2차 봉기를 시작으로 하여 그들의 동태와 관군 · 일본군과의 접전상황을 비롯하여 이에 대한 지방민들의 동향 등이 생생하게 적혀 있어 공식적인 관기록(官記錄)에 의존해 온 동학운동의 연구에 개인사료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또 10여 년간의 물가(物價)의 시세가 소상하게 적혀 있는데, 당시 유학자들의 일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기록으로서 개화기의 사회경제사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그리고 명성황후시해사건과 고종의 아관파천을 비롯하여 1895년 단발령 시행에 반대하여 일어난 의병봉기 및 제주민란 등을 포함한 중대사건으로부터 극심한 기아로 인한 사망자의 속출과 산나물로 연명해가는 서민층의 애절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사실들이 담겨져 있다.
그 밖에 관제개혁 및 사환미(社還米) · 호포전(戶布錢) · 결세전(結稅錢)에 관한 기록 등이 실려 있다. 이 일기는 1979년 그의 할아버지 상철(相轍)의 『봉서일기(鳳棲日記)』와 함께 사료로 지정되어 그의 아우 승기(昇基)의 『회산일기(晦山日記)』를 부록으로 첨부하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합편, 간행하였다. 전라남도 장성군 변시연가의 산암문고(汕巖文庫)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