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70면. 작자의 첫 번째 시집으로 1937년 5월 삼문사(三文社)에서 출간하였다. 이규원(李揆元)의 「서(序)」와 저자의 발문(跋文)으로서 「머릿말」이 있고, 「북(北)」·「나를 만나거던」·「동망하는 밤」·「풀벌렛소래 가득차 잇섯다」·「쌍두마차(雙頭馬車)」·「해당화(海棠花)」 등 20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처음 이 시집을 기획했을 때는 미발표의 시 원고에서 50편을 골랐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20편으로 축소하게 된 것을 저자는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이용악은 이 시집을 기점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시작 생활을 청산하고 새 출발의 의미로 삼겠다고 그 발문에서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분수령에서 갈리는 강물이 좀 더 깊고 억센 물결을 이루어 대양(大洋)으로 흘러들 것을 바라고 있다.
시집의 표제를 ‘분수령’으로 잡은 것도 저자의 이러한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습작 및 초기 시작의 과정으로서 10년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다지는 시적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수록한 시편들은 대체로 국경 가까운 그의 고향 주변의 자연과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이 쫓기며 살아가는 유이민(流移民)들의 가난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집 허두(虛頭)의 「서(序)」에서 이규원(李揆元)도 말했듯이, 『분수령』의 시편들은 굶주림과 싸우면서도 울지 않고, 고독 속에 살면서도 그것을 미워하지 않는 초연함과 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삶을 박진감 있게 그리고 있다. 감상이나 비애의 정조(情調)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기보다는 궁핍(窮乏)한 삶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의지의 지향이 시적 특색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