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曠野)」·「꽃」·「절정(絶頂)」·「황혼(黃昏)」 등과 함께 이육사의 대표작의 하나이다. 1939년 8월호 『문장(文章)』지에 발표되었다가 그 뒤 『육사시집』에 수록되었다.
총 6연(각 2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내용상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볼 수가 있다.
제1∼3연까지의 내용이 청포도가 익어 가는 내 고장 칠월의 자연적 배경이라면, 제4∼6연까지의 내용은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작자의 마음으로 요약된다.
나라를 잃고 먼 이역 땅에서 고국을 바라다보는 시적 자아(詩的自我)의 안타까운 마음과 향수, 그리고 암울한 민족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에의 기다림과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우리는 맑고 밝은 톤(音調)과 청신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청포도’·‘하늘’·‘푸른바다’·‘청포’와 같은 푸른 빛깔과 ‘흰 돛단 배’·‘은쟁반’·‘하이얀 모시수건’과 같은 흰 빛깔의 대응으로 표상되는 투명한 서정성과 간결하고 응축된 시상의 짜임새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청포도’와 ‘전설’과 ‘하늘’의 이미지를 ‘주저리 주저리’와 ‘알알이’로 연계시킨 이음새도 자연스럽거니와 이들의 결합으로 형성된 상징성은 매우 다양하다.
더구나 바람조차 의인화하여 가슴을 열게 한 표현 기법은 시적 형상화에서 고도의 경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 곧 ‘나’와 ‘그’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제기되고 있다.
‘손님’을 육사 자신으로 보고 분열된 한 영혼의 양면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손님’을 그대로 객체화하여 민족적 현실의 극복을 염원하는 상징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청포도를 먹게끔 마련된 식탁에서 정성스럽게 맞이할 손님은 청포를 입고 고달픈 몸을 이끌고 오는 귀한 존재로서 육사가 끝없이 기다리는 염원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요컨대, 이 시는 ‘청포도’라는 한 사물을 통해서 느끼는 작자의 고국으로 향하는 끝없는 향수와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