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曠野)」·「청포도(靑葡萄)」 등과 함께 대표작의 하나로 1940년 1월호 『문장(文章)』지에 발표되었다. 2행 4연으로, 모두 8행으로 되어 있는 자유시이다. 그 네 개의 연은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한시의 구성법을 따르고 있다. 율격은 한 시행(詩行)이 거의 3음보격으로 각 시행의 음절수도 비슷한 정형성을 보이고 있으나, 자유시의 범주에 포괄된다 하겠다.
이 작품은 전체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앞의 2연은 시인이 처한 상황의 설정이고, 뒤의 2연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운 계절’로 표상된 시간적 배경과 시의 화자(話者)가 쫓겨온 시적 공간, 곧 북방의 하늘도 지쳐 끝난 고원(高原)이라 함은 공간적 광활성을 나타내면서도 더 갈 수 없는 단애(斷崖)의 강박관념으로 ‘서릿발 칼날진’과 같은 위급한 곳을 표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릎을 꿇고 앉을 곳조차 없이 위급한 극한 상황에 이른 화자는 눈을 감고 환상의 ‘무지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시의 핵심이다. ‘매운 계절’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시상의 이음새가 구김살 없이 물 흐르듯 흐르고 있는 점을 이 시의 탁월성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시에서 북방으로 쫓겨간 것은 시인 자신이지만, 그 시대적 상황으로 미루어 민족 전체의 수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이 시의 핵심적인 종련(終聯)의 ‘강철로 된 무지개’에 대한 해석은 ‘비극적 황홀’이니, ‘황홀한 미래의 약속’이니, 또는 ‘절망적 죽음의 극한경(極限境)의 미화’이니 하여 분분하지만, 죽음과 같은 비극적 초월, 자기 삶의 부정을 통한 자기 변혁밖에 어떤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