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cm. 179면. 김동환의 두 번째 서사시로, 1925년 12월 25일 신문학사에서 ‘장편 서사시’라는 명칭을 달고 한 권의 독립된 시집으로 간행되었다. 전체가 7부 6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는 제목이 붙어 있다. 1부는 ‘태양을 등진 무리’(11장), 2부는 ‘이년 전’(7장), 3부 ‘눈 우에 오는 봄’(9장), 4부 ‘혈제장(血祭場)의 노래’(10장), 5부 ‘순정(殉情)’, 6부 ‘피리 부는 가을’(7장), 7부 ‘승천하는 청춘’(7장) 등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조선인 이재민수용소인 ‘습지야 이재민수용소’와 192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하여, 한 여인과 청년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제1부의 맨 처음에 제시되는 장면은 스산한 공동묘지의 밤 풍경과 한 여인이 어린 딸을 공동묘지에 몰래 묻으러 오는 장면, 그리고 한 청년이 몰래 그를 따르는 장면이다. 제2부부터는 이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후 조선인 이재민을 수용하는 습지야 이재민수용소에서 폐병 3기의 오빠와 그의 누이인 여인, 그리고 오빠의 친구인 청년이 만난다. 오빠는 병으로 죽고, 남은 여인은 청년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그 청년이 불온분자로 잡혀 가버리자 혼자 남은 여인은 유학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 소학교 교사로 일한다. 헤어진 청년이 죽은 줄로 알고 여인은 동료 교사와 결혼하여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곧 결혼에 회의를 느낀다. 그동안 청년은 일본에서 탈출하여 귀국 후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그러나 청년도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헤어진 여인을 찾아 깽깽이를 켜며 전국을 돌아다닌다. 여인은 우연히 이 청년과 마주치지만 깜짝 놀라 도망치듯 사라진다. 여인은 결혼 4개월만에 옛 애인인 청년의 아이를 낳게 되자 결혼은 파경에 이른다. 여인이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 서울로 올라와서 힘들게 삶을 꾸려나가는 중에 딸이 갑자기 죽어버린다. 마지막에 여인은 어느 천주교당에서 청년을 만나 함께 죽는다.
이 작품은 청춘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수용소와 당시 조선의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조선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드러내며 시의 사회적, 역사적 대응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