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선생문집(星湖先生文集)』 68권에 실려 있다.
빈소선생(嚬笑先生)은 이원익(李元翼)의 친구이다. 그런데 이 빈소선생은 이원익이 인조를 모시고 혼란을 평정할 때에 보이지 않게 뒤에서 도와준 인물이다.
이원익이 착한 사람과 착하지 않은 사람, 어진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을 구별해 인재를 등용하는 데는 이 빈소선생의 사람 보는 안목에 의지하는 바가 많았다. 빈소선생의 이름은 조충남(趙忠男)으로 인의(引儀) 벼슬을 하였다. 그는 세상을 등지고 살며 벙어리 행세를 하였다.
빈소선생은 입은 비록 벙어리가 되었으나 마음은 밝았다. 그래서, 사람을 보는 안목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가 사람을 평할 때에 그 사람이 어질면 반드시 웃음을 지었다. 그가 만약 어질지 못하면 눈썹을 찡그려 보였다. 그래서 그를 빈소(嚬笑)선생이라고 불렀다.
빈소선생이 웃고, 찡그리고 해서 뽑은 결과는 반드시 그의 판단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이원익도 그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빈소선생의 한번 웃고 한번 찡그리는 사이에 이원익의 인재를 등용시키고 물리치는 모든 행동이 결정되었다. 나아가 난리를 평정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을 아무 흔적도 없이 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다만 빈소선생이라고만 이야기했다.
「빈소선생전」은 이익의 「동방일사전(東方一士傳)」과 같이 높은 재주와 고상한 뜻을 가진 선비로서 초야에 묻혀 드러나지 않은 이가 많음을 슬퍼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비록 짧지만 이익의 실학사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경세제민(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큰 뜻을 품었으나 세상에 쓰이지 못해 벙어리 행세를 하는 빈소선생을 통해 당시 인재등용의 문제점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