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중에서 ‘여재서새시(余在西塞時)’라는 대목으로 보면 1687년(숙종 13) 선천(宣川) 유배 이후인 말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권두에 김춘택(金春澤)의 서문이 있다.
2권 1책. 필사본. 『서포만필』의 이본은 현재 등사본으로 문림사본(文林社本) · 고려대학교 도서관본이 있고, 수사본(手寫本)으로 조윤제(趙潤濟) · 이가원(李家源) · 임창순(任昌淳)본과 국립중앙도서관본 등이 있다.
1971년 통문관에서 『서포집(西浦集)』과 함께 합책하여 영인하였다. 1987년 홍인표가 역주서를 일지사에서 냈고, 이후 2010년 심경호가 문학동네에서 역주서를 냈다.
권1인 상권에 104조, 하권에 161조 등이 실려 있다. 여러 이본들이 전하나, 내용은 거의 같다. 내용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시에 관한 시화(詩話)로 이루어져 있다. 또 소설이나 산문에 관계되는 것도 섞여 있어 수필 · 평론으로 다루어야 할 것도 있다.
『서포만필』에는 작자 김만중의 사상적 편력과 박학한 지식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기사들도 엿보인다. 불가(佛家) · 유가(儒家) · 도가(道家) · 산수(算數) · 율려(律呂) · 천문(天文) · 지리(地理) 등의 구류(九流)의 학에 대한 견해가 점철되어 있다.
이 책에는 불가에 대한 작자의 긍정적 시각이 여러 번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진작부터 판본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필사본의 형태를 유지하여 전해지게 된 것 같다.
『서포만필』은 문학관의 측면에서 보면 한 · 중 문체의 비교, 통속소설관, 번역문학관, 조선조 시가관 그리고 국어관의 확립을 통한 소위 ‘국민문학론’ 등 김만중의 선각적 이론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특히 여항(閭巷)의 나무하는 아이나 물 긷는 아낙네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비록 쌍스럽다 하지만, 그 참값을 논한다면 사대부들의 시부(詩賦)보다 낫다고 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사대부들의 시문이 중국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를 앵무새의 노래와 같다 하여, 조선 사람은 조선의 말로 글을 써야 한다는 높은 국민문학론을 제창하였다.
『서포만필』은 김만중의 진솔한 문학관 · 불교관 · 유교관 · 도교관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김만중 연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헌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