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심천분석(禪敎深淺分析)」과 4편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교심천분석」은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이 찬술한 『선가금설록(禪家金屑錄)』의 일부분을 불교 신자인 담화(曇華)가 1579년(선조 12) 3월에 필사한 것이고, 이어지는 4편의 게송은 「대승금강보권(大乘金剛寶卷)」, 「과의(科儀)」, 「우담(優曇)」, 「원통(圓通)」에서 인용한 것이다. 담화의 제자 청운(靑雲) 거사가 1630년(인조 8) 4월에 경상도 팔공산 경운촌사(慶雲村舍)에서 간행하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한국불교전서』 제7책에 수록되어 있다.
1권 1책. 목판본. 사주단변(四周雙邊), 반곽(半郭) 21.2 × 15.7 cm, 9행 15자, 삼엽화문어미(三葉花紋魚尾).
‘금설(金屑)’이라는 말은 ‘좋은 말’이라는 의미이므로 ‘선가금설록’은 ‘선가의 훌륭한 말의 기록’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맨 앞에 있는 「선교심천분석」의 내용은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에서, “어찌하여 부처의 가르침인 원돈교(圓頓敎)보다 조사(祖師)의 가르침인 선지(禪旨)가 더 높고 더 깊은 가르침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말씀이니, 선은 말 없음에서 말 없음에 이르고, 교는 말 있음으로부터 말 없음에 이르므로 선이 더 높고 더 깊은 가르침이라고 하였다. 교는 알음알이[知解]를 세우지만 선은 알음알이의 장애가 없으며, 교는 인과(因果)의 영역에서 보고 듣고 이해하고 수행한 뒤에 깨달음에 도달하지만, 선은 본래 인과의 법문을 세우지 않으므로 수행의 길이나 깨달아야 할 문조차 없다고 하였다. 알음알이로 헤아려야 하는 교와 달리 선에서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의 가르침으로 수행하면 홀연히 일심법계(一心法界)의 부사의(不思議)한 경지가 눈앞에 나타난다고 하였다. 즉 교는 죽은 글귀[死句]이고 선은 살아 있는 말귀[活句]이며, 활구의 화두를 참구할 때는 닭이 알을 품듯이,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일념으로 화두에 몰입하라고 가르친다. 이어지는 「대승금강보권」, 「과의」, 「우담」, 「원통」 등에서 인용한 4편의 게송은 출처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 내용은 유불도(儒佛道)가 다르지 않지만 부처의 가르침이 가장 훌륭하니, 그 본성을 깨달으면 그 자리가 바로 불국토(佛國土)라는 의미를 시로 읊었다.
「선교심천분석」은 휴정의 저술인 『선교석(禪敎釋)』과 『심법요초(心法要抄)』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고 있거나 『선가귀감(禪家龜鑑)』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또 일부 내용은 보조 지눌(普照知訥, 11581210)의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과 진각 혜심(眞覺慧諶, 1781234)의 『 선문염송(禪門拈頌)』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려시대 지눌 사상의 영향 연구와 휴정의 저술 시기 및 사상적 변천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선가귀감』은 1569년(선조 2), 『심법요초』는 1570년(선조 3), 『선교석』은 1586년(선조 19)에 간행된 바 있으므로 1579년(선조 12)에 필사된 「선교심천분석」은 휴정의 다른 저술과 비교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