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결의론 ()

간화결의론
간화결의론
불교
문헌
고려시대 승려 지눌이 간화선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저술한 불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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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고려시대 승려 지눌이 간화선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저술한 불교서.
서지적 사항

1권.

내용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화엄종에서 주장하는 법계연기설(法界緣起說)이 이해와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고 바로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는 간화선의 경절문(徑截門)에는 미치지 못하며, 아직도 이에 비하면 낮은 차원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첫번째 문답은, 화엄의 법계연기설에 의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하나도 취해야 할 것도 버려야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선종에서는 참선을 할 때 생겨나는 열 가지 병을 지적하는 것도 화엄의 입장에서 보면 옳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이에 대해 지눌은 열 가지 병은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며, 이러한 병이 밖에서부터 온 것이 아님을 지적한 뒤, 일체가 모든 깨달음이라고 한 화엄종의 가르침 역시 정식(情識)에 의한 한계 내의 사고이기 때문에 선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알고 있다는 그 자체가 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조주(趙州)가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한 무자(無字) 화두는 마치 불꽃과 같아 무엇이든지 가까이하면 타버리므로 이 무자화두로써 지해(知解)의 병을 타파해야 하며, 무자 화두야말로 깨달음으로 연결하는 활구(活句)라고 하였다.

그리고 선문에서도 화엄에서와 같이 사물과 사물이 구애되지 않는 사사무애법(事事無碍法)을 설하고 있으나, 이것은 무자와 같은 활구를 감당할 수 없는 근기(根機)를 위함이며, 이는 삼현문(三玄門)의 첫 단계인 체중현(體中玄)에 해당된다. 따라서, 아무리 말로써 화엄의 진리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지혜로써 구별하는 것이므로 마음의 장애에 불과하며, 사구(死句)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두번째 문답에서는, ‘말을 떠나고 생각이 끊어진 것이 진리’라고 한 교설은 화엄을 위시한 불교의 모든 교리에서 설해지고 있음을 전제한 뒤, 말을 떠나고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딛고 홀연히 깨달아야만 법계의 원융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모든 덕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세번째는 교종의 돈교(頓敎)와 원교(圓敎)보다 선종의 가르침인 경절문이 더 위에 위치한다고 선종에서는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 돈교의 가르침과 선종의 가르침이 무엇이 다른가를 밝히고 있다. 지눌은 돈교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깨달음을 얻는다 해도 모든 덕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시 수행을 해야 하는 데 반해, 선종의 경절문은 활구에 의지하여 홀연히 한 마음의 법계를 증득하면 모든 덕을 갖추게 되는 것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리고 종사(宗師)들이 제시한 화두 중에서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마삼근(麻三斤)’·무자 등을 경절문 활구의 예로 들고 있다. 이 화두를 들고 공부할 때는 왼쪽이나 오른쪽, 있다거나 없다는 등의 상대적인 생각을 내지 말고, 억지로 알려고도 하지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며, 말로써 찾으려 하거나 문자로 이해하려고도 말고,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고 공(空)에 떨어질까를 두려워하지도 않아야 진실로 옳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마음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되, 내려놓았다거나 내려놓지 않았다거나, 병에 걸렸다거나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고마저 없어지면 흥미 없고 잡을 수 없는 화두를 갑자기 깨닫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네번째는 화두를 드는 데에 있어서의 참의(參意)와 참구(參句)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참의는 의식을 통한 수행으로서 이해를 통해서 깨달으려는 태도이며, 참의의 수행은 원돈문(圓頓門)의 관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참의문에 의하여 바른 지견(知見)을 얻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모든 이해와 사고를 떠나서 화두를 드는 참구가 최상의 수행방법임을 강조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선사상이 경절문 활구를 참구하는 데 있음을 강조했고 간화선법이 교학의 최고 교설인 돈교와 원교의 위에 있음을 천명해, 지눌의 3단계 사상체계인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원돈신해문(圓頓信解門)·경절문 등의 3종 법문을 완성하였다.

판본 및 서지사항

≪원돈성불론 圓頓成佛論≫과 함께 지눌이 죽은 후 제자 혜심(慧諶)이 유고를 발견하여 1215년(고종 2)에 판각하였으며, 저작연대는 1198년(신종 1)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현존하는 판본으로는 1604년(선조 37)의 능인암(能仁庵) 간행본과 1608년 송광사 간행본, 1616년(광해군 8) 황해도 송화수증유판본(松和修曾留板本), 1626년 지제산 천관사(天冠寺) 간행본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독립된 판본은 거의 볼 수 없으며, 대개는 ≪원돈성불론≫ 등과 합간되어 있다. 동국대학교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한글대장경』153-한국고승3-(동국역경원, 1971)
『보조법어(普照法語)』(김탄허 역, 회상사, 1973)
『한국고승전』2-고려시대 2-(불교학연구회 편, 경인문화사, 1974)
「보조국사의 선교관」(이종익, 『불교학보』 9, 불교문화연구소, 1972)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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