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85㎝, 가로 53㎝.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고려시대에는 수월관음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도상(圖像)은 남인도의 바다에 면한 보타락가산(補陀洛迦山)의 연못가 바위에 앉아 선재동자(善財童子: 求道의 보살 이름)의 방문을 받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도상은 「화엄경입법계품(華嚴經入法界品)」의 내용을 도해한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도상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부터 비스듬히 사선으로 뻗어나간 기암 위에 관음보살이 반가좌(半跏坐: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무릎 위에 놓고 앉은 자세)의 자세로 앉아, 왼쪽 하단 구석의 선재동자를 굽어보고 있다.
그 뒤에는 한 쌍의 청죽(靑竹)이 보이고 바위 끝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淨甁)이 놓여 있으며, 그 주위를 원형의 광배가 둘러싸고 있다. 즉 선재동자를 굽어보는 관음의 시선과 바위가 뻗어나간 대각선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원형의 광배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고개를 숙여 선재동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관음은 풍만한 얼굴에 섬세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가는 눈과 작은 입 등에서는 부드럽지만 근엄한 표정이 엿보인다. 바위에 팔을 기대고 반가좌로 앉은 모습은 매우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자태를 보인다.
보관에서부터 내려와 전신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천의(天衣)는 보살의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천의 등 의복에 수놓인 치밀한 무늬뿐 아니라 목걸이, 팔찌, 보관의 화려한 장식은 보살의 고귀함을 돋보이게 한다. 동시에 호화롭고 귀족적인 고려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바위의 기이한 구불거림과 화면 아래의 산호, 기화(奇花) 등의 표현은 관음이 살고 있는 남해연지(南海蓮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든 표현은 치밀한 구성과 흐트러짐 없는 유려한 필선,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색감 등이 조화를 이루어 당시 불화의 양식을 보여준다.
이 관음도는 특히 서구방(徐九方)이 그린 수월관음도(1323년 작)와 양식이 거의 일치하고 있어 역시 고려 후기(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는 일본에 여러 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