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준굿은 ‘세존굿’ 또는 ‘중굿’이라고도 한다. ‘시준’은 세존(世尊)의 와음(訛音)이며 시준굿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굿거리의 성격은 불교신에 대한 제향(祭享)이 아니고, 생산신에 대한 제향으로서 다른 지방의 제석거리에 해당된다. 시준굿은 무속의 생산신에 대한 굿거리가 불교가 전래된 이후 불교의 영향을 받아 변모된 것으로 본다.
별신굿에서는 화해굿 다음에 시준굿을 한다. 그 진행과정을 보면, 먼저 무녀는 장삼을 입고 고깔을 쓰고 염주를 걸고 굿청에 등장해서 청배무가(請拜巫歌)인 「당금아기」를 가창한다.
「당금아기」는 장편 서사무가인데, 이 무가를 부를 때는 장구만이 반주로 쓰이며, 춤도 없이 말과 노래를 계속한다. 「당금아기」의 구연(口演)이 끝나면 중의 흉내를 내는 대목이 이어진다.
무녀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조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가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옆구리·엉덩이·가슴 등을 슬슬 긁는다. 그리고 옷자락을 뒤지며 이를 잡는 흉내를 낸다. 이를 죽인 손톱을 빨고 물을 떠다가 양치질도 하고 세수를 하는 흉내를 낸다.
다음에 새끼를 꼬고 짚신을 삼는 시늉을 한다. 이러한 동작은 일체 말이 없이 진행되며 동작으로만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이것이 끝나면 바라를 들고 바라춤을 춘다. 처음에는 바라를 땅바닥에 놓고 손은 뒷짐을 진 채 엎드려서 입으로 바라를 물어 올린다. 그다음 바라를 양손에 갈라 쥐고 서서히 시작하여 점차 빠른 속도로 춤을 진행한다.
바라춤이 끝나면 무녀가 제주(祭主)를 불러내어 자기가 썼던 고깔을 제주에게 씌우고 장삼을 벗어 입히고 염주를 걸어주고 서로 어울려서 춤을 춘다. 그런 다음 동냥자루를 제주 어깨에 메어주고 관중들 앞에 나가 걸립을 하도록 시킨다.
제주는 걸립을 마치고 동냥자루를 메고 제상 앞에 앉아 있고, 남자 무당 둘이 등장해서 ‘중잡이’라는 놀이를 한다. 중도둑을 잡으러 간다고 제주에게 달려들다가 병신이 되었다고 온갖 병신 흉내를 낸다. 그러다가 제주가 메고 있는 자루를 빼앗아 그 속에 들어 있는 물품을 꺼내 조사하고 쌀과 팥 등을 관중석에 뿌린다.
이것이 끝나면 제주에게 술을 권하고 살(煞: 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잡아준다고 하여 무녀가 무릎으로 제주의 어깨 등을 몇 차례 눌러주고 시준굿을 마친다.
시준굿의 진행과정을 요약하면, ① 청배무가인 「당금아기」 구연, ② 중의 흉내, ③ 바라춤, ④ 제주의 걸립, ⑤ 중잡이놀이, ⑥ 음복 및 제살(除煞)로 정리된다.
시준굿은 다른 굿거리에 비하여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 주무(主巫)의 복장이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고, 바라를 들고 춤을 추므로 춤 또한 승무적(僧舞的) 성격이 있다. 그러나 시준이라는 무속의 신격은 생산을 관장하는 신이며, 축원의 내용도 생산을 늘리고 복을 비는 것이어서 부처에 대한 제향과는 다른 생산신제(生産神祭)임이 분명하다.
청배무가의 내용도 중과 당금아기가 인연을 맺어 아들 삼 형제를 낳는다는 것이고, 그 공로로 삼신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수호신인 골매기신에 대한 제향 다음에 행해지고 있어서, 조상신이나 성주신보다 더 중요시하는 신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