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원성대왕조(꿈)
삼국유사 / 원성대왕조(꿈)
현대문학
개념
사람이 잠자는 동안에 생시처럼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체험을 하는 정신현상.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꿈은 사람이 잠자는 동안에 생시처럼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체험을 하는 정신현상이다.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뇌수의 활동 상태가 각성시의 것과 달라지는데, 이 상태에서 일어나는 표상은 현실 체험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이 많다. 그리하여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꿈의 세계에서 해결하고자 하여 몽기류·몽유록·소설류 등 많은 문학작품을 낳았다. 또 꿈은 실제 생활과 관련을 가지는 상징체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기 위해 꿈을 해석하는 법도 발달했다. 꿈과 관련한 문학과 문화는 민족의 이상과 그 이상 실현의 세계를 보여준다.

정의
사람이 잠자는 동안에 생시처럼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체험을 하는 정신현상.
개설

보통 꿈이라고 할 때는 꿈속의 체험이 잠을 깬 뒤에도 회상되는 회상몽(回想夢)을 말한다.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뇌수의 활동 상태가 각성시의 것과 달라지는데, 이때 일어나는 표상(表象)의 과정을 ‘꿈의식’이라고 하며, 깨어난 뒤에 회상되는 것을 ‘꿈내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꿈의식과 꿈내용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대체로 꿈내용은 뇌파적인 수면이 깊지 않을 때 꾸는 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생리학적인 면에서는 잠이 들면 중추신경 내부의 흥분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뇌 속의 여러 영역에서 생기는 흥분이 넓게 전달되지 않고, 따라서 전면적으로 통일된 뇌의 활동이 해리(解離)되는 상태가 나타나는데, 이 상태에서 일어나는 표상 작용을 꿈이라고 설명한다.

꿈속에 나타나는 표상은 현실 체험과 관련을 가지는데 융합 · 치환(置換) · 상징 · 형상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즉, 두 가지 이상의 부분들이 조합하여 만들어지기도 하고, 서로 바뀌어 다른 것에 결부되기도 하며 연상되는 것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의 특징은 현실계와 관련을 가지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표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꿈의 비논리성은 현실과 단절된 별세계로 꿈의 세계를 인식하게 하였고, 그 결과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꿈의 세계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문학작품의 창작을 통해 나타나게 되었다. 몽유소설(夢遊小說) · 몽유설화(夢遊說話) 등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꿈속의 일을 해석하여 현실의 일을 알아보기 위하여 해몽이나 몽점의 방법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 밖에 꿈속에서 겪은 일을 그림으로 그려 제시하기도 하였고, 글로 적어서 후세에 남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꿈은 인류의 보편적인 생리 현상이면서도 민족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왔고, 꿈을 소재로 한 문화예술의 성격도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꿈에 관한 말들

꿈은 단독으로 쓰이는 명사이지만 다른 말들과 복합되어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꿈결’이란 꿈처럼 허무하게 지나간 시간을 말하며, ‘꿈자리’란 꿈에 나타난 사실과 그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징조까지를 포함하는 의미가 있다. 흔히,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꿈자리가 사납다’라고 하여 좋지 않은 내용의 꿈을 꾸었을 때, ‘꿈자리’라는 말을 쓰고 있다.

또한, ‘꿈땜’이라는 말은 현실에서 일어날 일을 꿈으로 대신한다는 말로서, 궂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쓴다. 그 밖에 꿈을 해석하는 말로서 ‘용꿈’과 ‘개꿈’이라는 말이 있다. 용꿈은 좋은 꿈으로서, 기대 이상의 행운이 닥쳤을 때 흔히 ‘용꿈을 꾸었다’라고 하며, 개꿈은 아무런 현실성도 바랄 수 없는 헛된 내용의 꿈을 가리킨다.

꿈을 뜻하는 한자 ‘몽(夢)’과 관련된 말은 더욱 다양하다. 꿈속을 몽중(夢中), 꿈의 징조를 몽조(夢兆), 꿈과 같은 비현실적인 환상을 몽환(夢幻)이라고 한다. 자나깨나 잊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 ‘몽매(夢寐)에도 못 잊는다’라고 한다. 잠을 자는 동안 돌아다니는 병을 ‘몽유병(夢遊病)’이라고 하고, 잠자는 동안 사정(射精)하는 일을 가리켜 ‘몽정(夢精) · 몽설(夢泄) · 몽색(夢色)’이라고 한다.

그 밖에 고사(古事)에서 유래된 한자 숙어로서 덧없는 한때의 부귀영화를 ‘일장춘몽(一場春夢) · 남가일몽(南柯一夢) ·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고 한다. 또한, 실현성 없는 공상을 ‘백일몽(白日夢)’이라고 하고, 좋은 꿈을 ‘화서지몽(華胥之夢)’이라고 한다.

꿈과 관련된 속담도 매우 많다. 손해를 본 사람이나 기대가 허물어진 사람을 위로할 때 ‘꿈꾼 셈만 치라’고 하며, 어떤 일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할 때, ‘꿈보다 해몽이 좋다. ’고 한다. 또한, 지나친 기대를 하는 사람에게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을 쓴다. 그 밖에 ‘꿈에 떡맛 보듯’, ‘꿈에 본 돈이다’, ‘꿈에 서방맞은 격’ 등의 속담은 모두 일시적인 기쁨이 덧없이 사라졌을 때 쓰는 말로서, 결핍된 상황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을 때 아쉬움의 표현으로 만들어진 속담들이다. 이처럼 꿈과 관련된 말들 속에서 찾아지는 꿈의 의미는 비현실적이고 일시적이며 허무하다는 것이다.

몽정 · 해몽

꿈을 인간의 영적(靈的)인 활동의 산물이라고 믿었던 고대인들은 꿈이 미래에 전개될 어떤 사건의 전조라고 믿고, 그 꿈을 해석하여 미래의 일을 알아내고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만들어내었다. 꿈을 해석하는 것을 ‘해몽’이라고 하고, 꿈을 근거로 미래사를 점치는 것을 ‘몽점’이라고 한다. 해몽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 권2 원성대왕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성왕이 아직 각간으로 차재(次宰)에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복두(幞頭)를 벗고 흰 갓을 쓰고는 12현금을 들고 천관사(天官寺)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사람을 시켜 점을 치니, 복두를 벗은 것은 실직할 징조요, 현금을 든 것은 형벌을 받을 조짐이요, 우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옥에 갇힐 징조라 하였다.

원성왕이 듣고 매우 근심하여 두문불출하였는데, 그때 아찬(阿飡) 여삼(餘三)이 와서 면회를 청하였으나 왕이 병을 핑계하고 만나주지 아니하였다. 아찬이 다시 청하여 꼭 한번 만나보기를 원한다 하므로 왕이 마침내 허락하였다. 아찬이 “공이 근심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왕은 꿈을 점쳤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아찬은 일어나서 절하고 말하되 “이것은 좋은 꿈입니다. 공이 만일 대위(大位)에 올라서 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면 공을 위하여 해몽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좌우의 모든 사람들을 물리치고 해몽을 청하자, 말하기를 “복두를 벗은 것은 위에 앉을 사람이 없음이요, 흰 갓을 쓴 것은 왕관을 쓸 징조이며, 가야금을 든 것은 12대 자손이 대를 이을 징조이고, 천관정(天官井)에 들어간 것은 대궐로 들어갈 길조입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삼국시대에 이미 해몽을 통하여 앞일을 점치는 사례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해몽자에 따라 같은 꿈이 흉몽으로도 풀이되고 길몽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권근(權近)의 『용재총화(慵齋叢話)』 권6에도 실려 있다. 옛날에 유생 세 사람이 과거를 보러 가다가 각기 꿈을 꾸었다.

한 사람은 거울을 땅에 떨어뜨렸고, 한 사람은 액을 막으려고 문 위에 걸어두는 을 보았으며, 다른 한 사람은 바람이 불어 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세 사람이 점몽자(占夢者)에게 갔으나 점몽자는 집에 없고 그 아들이 홀로 있었다. 세 사람이 그 아들에게 물으니, 그 아들이 세 가지 모두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므로 소원을 이루지 못하리라고 하였다. 얼마 뒤에 점몽자가 돌아와 그 아들을 꾸짖고 시를 지어 꿈을 풀이해주었다.

“쑥이라는 것은 사람이 쳐다보는 것이요, 거울이 떨어지니 어찌 소리가 없을손가, 꽃이 떨어지면 응당 열매가 있으리니 삼 인은 모두 이름을 이루리라(艾夫人所望, 鏡落豈無聲, 花落應有實 三好共成名).” 고 하였는데, 세 사람은 과연 과거에 올랐다. 이 이야기에서도 해몽자에 따라 풀이하는 방향이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조선 초기에 꿈을 풀이하는 직업인으로서 점몽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속신화인 「성조신가(成造神歌)」에도 해몽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성조 부친인 천궁대왕과 모친인 옥진부인은 아들이 없어 정성껏 기자치성(祈子致誠)을 드린 끝에, 금쟁반에 붉은 구슬 셋이 구르고, 선관이 하강하여 자식을 점지해준다는 꿈을 꾸었다. 해몽자를 불러 몽사를 이야기하니, 해몽하기를 득남하여 소년공명을 이루겠다고 하였다는 내용이다.

무속신화인 「 제석본풀이」나 「 바리공주」에서도 이와 같은 태몽과 그 해몽에 관한 내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고전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태몽을 통하여 잉태 사실을 알리고 전생의 신분을 드러낸다. 이처럼 꿈이 앞일을 예시해준다는 고사는 우리 민족에게 널리 인식되었고, 꿈을 풀이하여 미래의 길흉을 점치는 해몽 방법 또한 삼국시대 이래로 보편화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민속신앙에서 꿈을 풀이하는 해몽 비법을 꿈속에서 겪은 내용을 중심으로 인체 · 인사(人事) · 자연물 · 가옥 · 기물(器物) · 동물 · 식물 · 기타 등으로 나누어 몇 가지씩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인체에 관한 해몽 : 이 들어 누워 있으면 높은 벼슬에 오른다. 발가벗은 채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 몸에 날개가 생기면 대길하다. 목욕을 하면 직장을 옮기게 되며, 질병이 없어진다. 이가 빠지면 집안 어른에게 흉한 일이 있다. 땀이 솟으면 길하지 못하다. 똥이나 오줌을 뒤집어쓰면 큰 행운이 온다. 상여를 보면 재물을 얻는다.

② 인사에 관한 해몽 : 조상이 나타나서 음식을 권하거나 을 하면 좋은 일이 있다. 시집가는 것을 보면 나쁘고 장가가는 것을 보면 좋다. 모르는 사람과 술을 마시면 구설(口舌)이 생긴다. 잔치 자리에 부부가 함께 모여 앉아 있으면 이혼한다. 부인이 비단옷을 입으면 귀한 아들을 낳는다. 관리와 대면하면 크게 길하다. 손님을 청하여 같이 술을 마시면 오래 산다. 큰 재난을 만나면 좋은 일이 있다. 바둑을 두면 집안 식구 중에서 취직을 하거나 영전한다.

③ 자연물에 관한 해몽 : 풀이 가운데에 나면 공돈이 생긴다. 를 밤에 거두어들이면 집안이 화목하고 편안하다. 이 몸에 비취면 높은 관직을 얻는다. 하늘로 오르면 고관이 된다. 에 올라 산이 무너지면 흉한 일이 생긴다. 흙을 파서 집으로 가지고 오면 재물을 얻는다.

④ 가옥에 관한 해몽 : 높은 누각에서 을 마시면 부귀영화가 온다. 대들보가 부러지면 불길하다. 집을 수리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집안 청소를 하면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 집에 이 나면 집안이 번창한다. 이 마르면 재산이 줄어든다. 부엌에서 불이 나면 급한 일이 생긴다. 기와집을 지으면 하는 일이 잘 된다.

⑤ 기물에 관한 내용 : 에 맞아 죽으면 대길하다. 거울이 깨지면 부부가 이별하게 된다. 붓과 벼루를 손에 들고 있으면 좋은 소식을 듣는다. 여자가 칼을 차면 경사가 있다. 가위를 보면 재물이 생긴다. 금비녀가 빛을 내면 자식을 잃는다. 수건을 보면 구설수가 있다.

⑥ 동물에 관한 해몽 : 이 하늘로 오르면 귀인이 된다. 이 타인을 따라가면 아내가 악심을 품는다. 학이 청아하게 울면 명성을 떨치게 된다. 앵무새가 울면 부인에게 구설수가 생긴다.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울면 관직에 오른다. 품속으로 제비가 날아들면 아들을 낳는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면 을 번다. 돼지를 보면 먹을 것이 생긴다.

⑦ 식물에 관한 해몽 : 녹음이 짙은 수풀 속에 앉거나 누워 있으면 병이 없어진다. 나무에 올라가서 가지가 부러지면 죽을 수가 있다.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오면 큰 재물이 생긴다. 큰 나무에 오르면 명성을 날린다. 우물 위에 뽕나무가 나면 근심이 생긴다. 과일나무 많은 곳을 지나가면 횡재를 한다.

⑧ 그밖의 해몽 : 집안으로 이 들어오면 모든 일이 잘 된다. 병자가 노래를 하면 좋지 않다. 상가에 문상을 가면 아들을 얻는다. 물이 흘러 넘치면 장가를 가거나 시집을 간다. 이 떨어지면 송사가 생긴다. 벼락을 맞으면 공돈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옷을 입으면 근심이 생긴다. 옷이 해지면 아내에게 박대를 받는다.

이와 같은 해몽에 대한 미신은 오랜 기간에 여러 사람의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서, 일정한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대체로 꿈의 내용을 상징적 의미로 해독하여 판단하는 경우와 꿈을 현실과 반대로 풀이하여 흉한 내용이 길하다고 하는 두 가지 해석 태도를 찾을 수 있다. 꿈의 상징적 의미를 알아내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같은 문화권에서 생활양식이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자연히 연상하는 바가 같아지겠기에 상징적 의미 또한 공통되리라고 본다.

즉, 용 · 학 · 호랑이 등이 상징하는 의미는 우리 나라 사회에서 모두 신령스러운 동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공통된 인식을 근거로 꿈에 대한 풀이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한편, 흉한 꿈이 길조라는 해석은 꿈과 현실이 반대된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서, 꿈이 심리적 보상작용의 산물이라는 심리학자들의 견해와도 상통되는 것이다.

꿈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는 프로이트(Freud,S.)와 융(Jung,C.G.)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프로이트는 현실에서의 체험이 꿈속에서 왜곡되고 변장되어 나타나는 것으로서, 욕망 충족이 꿈의 내용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꿈꾼 사람의 현실 체험과 자유연상을 조사하여야 하며, 꿈의 분석을 통해 꿈꾼 사람의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융은 현실의 체험과 관계가 없는 무의식의 원형들도 꿈으로 나타난다고 했고, 꿈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꿈꾼 사람의 연상과 인류의 보편적 연상을 수집하고, 그 상(像)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확충(amplification)의 방법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또한 융은 심리적 보상이 꿈으로 나타나며, 꿈에 나오는 여러 상들은 모두 무의식의 콤플렉스들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꿈의 의미를 풀어내기 위하여는 꿈과 현실을 관련지어보는 객관적 단계와 꿈꾼 사람의 심리적 요소와 관련시켜보는 주관적 단계의 해석이 모두 요청된다고 하였다. 또한, 꿈에는 집단무의식이 투사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각 민족의 신화 · 민담 등에서 추출되는 원형상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이익(李瀷)은 「몽감론(夢感論)」에서 꿈이란 꿈꾼 사람의 정신이 감촉(感觸)되어 생각이 지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였다. 즉, 북치는 소리를 듣고 잠을 자면 꿈에 군공(軍功)에 관한 일이 나타나고,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면 꿈에 예림(藝林)의 일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거북 · 자라 등이 꿈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원억한 기운이 극에 달하여 잠자는 사람의 정신에 감촉되는 까닭이라고 하였다.

꿈에 대한 이와 같은 이익의 해석은 동양의 이기철학(二氣哲學)에 근거한 것으로서, 프로이트나 융과는 다른 이론이다. 이익은 또한 「몽조론(夢兆論」에서, 몽조는 대개 사상을 인연하여 일어나는바, 귀매(鬼魅)가 이를 만든다고 하는 것도 이따금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하였다. 즉, 귀신이라는 것은 기(氣)의 작용인데, 상대방의 기가 꿈꾸는 사람의 마음과 접촉하여 허다한 환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바로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꾸는 경우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꿈을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이론화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꾸는 각양각색의 꿈들을 일률적으로 풀이하는 것은 무리이고, 꿈꾼 사람의 체험과 의식, 그리고 그가 속한 사회가치관과 문화의 성격을 모두 참고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분석심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몽기류(夢記類)에 나타난 꿈

우리 나라에서 꿈을 기록한 사람들은 대체로 한문에 능숙하였던 사대부들이었다. 일찍이 고려시대의 이규보(李奎報)는 「몽설(夢說)」 · 「몽험기(夢驗記)」 · 「몽유심산(夢遊深山)」 등의 기록을 남겼다. 「몽설」은 이규보가 4품 또는 3품의 벼슬에 있을 때 꾼 꿈 이야기이다. 그는 꿈을 꾸면 늘 한 커다란 누각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누각 아래는 큰 바다로 둘러 있었고, 누각 위로 물이 들어와 그가 누워 있는 잠자리를 적시고는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을 6, 7년간 계속 꾸었는데, 경인년에 죄를 얻어 위도(猬島)에 유배되어 한 노인의 집에 기탁하게 되었다. 그 집에는 높은 누각이 큰 바다를 임하여 있어 자기가 꿈에 본 것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몽험기」 또한 꿈의 영험을 기록한 글인데, 그가 완산(完山) 성황사에 가서 왕과 수작하는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말한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의 기록은 꿈이 미래에 닥쳐올 일을 예시하는 기능이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이와는 달리 「몽유심산」은 『백운소설(白雲小說)』에 실려 있는데, 꿈에 어느 깊은 산 누대에서 미녀 6, 7명을 만나 시를 지어 주고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이규보는 꿈의 영험을 믿고 신기하게 여긴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몽험기」 끝에다가 “신도(神道)가 명감(冥感)하여 또한 때로 믿음이 있으니 어찌 모두 허탄하기만 하랴.”라고 쓰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꿈을 가탁한 허구적인 꿈 이야기가 많이 창작되었는데, 꿈의 체험을 기록한 글도 허구성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중종 때의 심의(沈義)가 기록한 「 몽사자연지(夢謝自然志)」는 몽기류이면서 서술구조면에서는 몽유록에 접근되어 있다. 「몽사자연지」의 내용은 꿈에 사자연이라는 선녀가 찾아와 당대 인물인 이하(李賀) · 한유(韓愈) 등의 인물과 시를 품평하고 신선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다가 깨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몽기는 꿈자리에서 일어난 일들이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고 흥미롭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꿈의 체험을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광해군 때의 허균(許筠)도 「주흘옹몽기(酒吃翁夢記)」와 「몽기」를 남겼다. 「주흘옹몽기」는 허균 자신의 꿈 이야기인데, 평소에 불교를 음탕하다고 비방했던 허균의 친구 주흘옹이 꿈에 어떤 큰 전각 아래 꿇어앉아 전상의 관 쓴 사람으로부터 심문을 받는 것을 목도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

허균은 꿈에 주흘옹이 불교를 비방하지 않았다고 두둔해주었고, 그 결과 주흘옹은 풀려났으며 이와 동시에 허균의 꿈도 깨었다는 것이다. 꿈을 깬 뒤에 꿈 이야기를 주흘옹에게 해주었다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주흘옹몽기」는 꿈의 예언적 영험을 중시한 이규보의 몽기와는 달리 현실에서 겪은 바가 꿈으로 나타났다고 한 점이 특이하다.

허균의 「몽기」는 1609년(광해군 1)에 쓰여진 것인데, 꿈에 영소보전(靈霄寶殿)에 올라가 도가서 세 권을 받고, 자기가 인세(人世)에 적강(謫降)하기 전에 자부(紫府)의 선관이었음을 확인하고 상계로 복귀시켜준다는 약속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허균의 「몽기」는 사건의 전개가 조리 있고, 꿈속 인물이 모두 도교의 신적 존재로서 비현실적 존재이며, 대화 장면 등 상황의 묘사가 치밀하다는 점에서 꿈꾼 체험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기보다 허구적 창작으로 보아야 할 작품이다.

이와 같은 꿈은 몽유소설이나 몽유설화의 형성과 관련을 가진다는 점에서 허구화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몽유시화(夢遊詩話)는 시를 짓게 된 동기로서 꿈 이야기를 기술한 것인데, 꿈의 내용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몽기류에 해당한다. 유몽인(柳夢寅)『어우집(於于集)』에 수록된 「행산기몽서(杏山記夢序)」나 허난설헌(許蘭雪軒)『난설헌집』에 기재된 「몽유광상산시서(夢遊廣桑山詩序)」 등이 있다.

「몽유광상산시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을유년(1585) 봄에 복을 입어 시댁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꿈에 해상의 한 산에 올라보니 산은 모두 구슬로 되어 있고 구슬샘물이 흘러내렸다. 스무 살쯤 된 두 여자가 오더니 나를 이끌고 산 정상에 올랐다. 바다가 훤히 트여 있었고 해가 막 솟아올랐다. 두 여자의 부탁으로 시 한 수를 지었더니 그들은 내 시를 보고 선어(仙語)라고 칭찬하였다. 이윽고 붉은 구름이 봉우리에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와 같은 꿈은 꿈속에서 시를 지었고, 그 시의 내용이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시화라고 할 뿐, 꿈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는 몽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체험과 허구가 어느 정도인지는 분별하기 어렵다. 대체로 몽기류에 나타난 꿈은 꿈의 효험을 중시한 체험의 기록으로부터 꿈이라는 비현실적 세계를 현실의 세계와 조응시켜본 체험의 소산으로서의 꿈과 나아가서 허구성을 곁들인 창작으로서의 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몽기류를 남긴 사람들은 대체로 문인들이었다. 따라서 몽기류에서 알 수 있는 꿈의 내용도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문인층의 꿈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꾸었던 꿈은 설화를 통해 그 모습이 전승되었을 것이다. 꿈에 관한 설화는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런데 이러한 꿈 설화는 꿈에 관한 이야기와 꿈속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꿈에 관한 이야기는 꿈이 이야기 전개에 중심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여러 가지 몽조와 그 응험에 관한 이야기가 포함된다. 한편, 꿈 속 이야기는 「조신설화(調信說話)」와 같이 꿈속에서 겪었던 일들이 설화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몽조설화(夢兆說話)로서 문헌에 일찍이 정착된 자료로는 『삼국유사』의 「 문희매몽설화(文姬買夢說話)」를 들 수 있다. 이 설화는 「 선류몽설화(旋流夢說話)」라고도 하는데, 『고려사』 세계(世系)에는 「보육(寶育)의 설화」로 되어 있다. 선류몽이라는 한 여자가 꿈에 높은 곳에 올라가 소변을 보았더니, 그 물이 온 나라, 혹은 천하에 가득히 찼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권2 태종춘추공조(太宗春秋公條)에는 김유신(金庾信)의 누이 보희(寶姬)가 이러한 꿈을 꾸었는데, 아우인 문희(文姬)가 그 꿈을 사서 김춘추와 혼인하고 국모가 된 것으로 나타난다.

『고려사』에서는 보육(寶育)과 그의 장녀가 이 같은 꿈을 꾸었는데, 보육의 계녀(季女, 막내딸) 진의(辰義)가 언니로부터 그 꿈을 산 뒤 당나라 귀인과 혼인하여 작제건(作帝建)을 낳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꿈이 국모가 되는 징조로 알려진 것은 뱃속에서 나온 물이 천하를 덮었기에 자손의 지위와 명망이 온 나라에 떨치는 것과 연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 꿈을 꾸어 꿈의 징험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구전설화인 「큰 꿈 설화」를 들 수 있다. 미천한 한 총각이 큰 꿈을 꾸었는데 꿈 자랑만 하고 누구에게도 꿈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화가 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고, 옥 안에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신이한 자[尺]를 얻어 원님의 딸을 살리고, 공주의 병을 고쳐 부마가 되고 이어서 중국의 공주를 살려내어 중국의 부마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부마가 되자 양국의 공주는 각기 금대야와 은대야를 가지고 부마의 양발을 하나씩 씻어주었는데, 이때 비로소 자기가 꿈속에서 해와 달을 두 발로 딛고 천하를 굽어보았던 일이 현실의 일로 나타났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들은 모두 앞일을 예시하는 좋은 조짐의 꿈이었다.

꿈에 관한 설화는 해몽설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구전설화인 「돼지꿈 해몽」과 「허수아비꿈 해몽」은 소화적(笑話的) 흥미 때문에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었다고 세 번을 반복하여 해몽자를 찾아가 해몽을 부탁하였는데, 처음에는 먹을 것이 생긴다고 하였고, 두 번째는 입을 것이 생긴다고 하였으며, 세 번째는 매를 맞을 것이라고 해몽하였다. 이와 같은 해몽이 모두 현실에서 적중하자 꿈꾼 사람은 해몽의 근거를 물었다. 해몽자는 돼지가 꿀꿀거리면 먼저 먹을 것을 주고, 다음에는 깃을 넣어주고, 그 다음에는 몽둥이로 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풀이하였다는 것이다.

「허수아비꿈 해몽」도 「돼지꿈 해몽」과 같은 이치로 꿈을 풀이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두 번 반복해서 허수아비가 되어 있는 꿈을 꾸었는데, 해몽자는 첫 번째는 길몽으로서 먹을 것이 생긴다고 하였고, 두 번째는 흉몽으로서 쓰러져 죽을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그 이유는 허수아비가 처음에는 오곡이 풍성한 들판을 지키기 위해 세워지는 것이고, 추수가 끝나고 난 뒤에는 쓰러뜨리고 없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꿈 이야기는 꿈의 내용과 현실에서의 응험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남의 꿈을 알아맞히는 지몽설화(知夢說話)가 있다. 『삼국유사』 권3 삼소관음중생사조(三所觀音衆生寺條)에는 중국의 화공이 천자가 총애하는 여인을 그리다가 잘못하여 배꼽 밑에 붉은 점을 찍었는데, 천자가 의심하여 자기의 꿈을 그려보라고 하자 십일면관음상을 그려 바쳤는데, 이것이 천자의 꿈과 부합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꿈이란 꿈꾼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고, 이를 안다는 것은 신의 계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형성된 설화라고 본다.

대체로 꿈은 혼자서 꾸게 마련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는 꿈을 동시에 꿀 수도 있다. 조선 중기의 명신인 이산해(李山海)의 탄생담은 이와 같은 양인동몽(兩人同夢)의 이야기이다. 이산해의 아버지가 중국에 사신으로 가다가 산해관에서 유숙할 때 꿈에 부인과 만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부인 또한 같은 꿈을 꾸고 잉태하여 이산해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꿈속에서 행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예가 된다.

꿈속 이야기로는 『삼국유사』 권3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조(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條)의 「조신설화」를 들 수 있다. 조신의 꿈은 현실에서 염원하던 김흔공의 딸과 혼사가 이루어져 세파에 시달리면서 자손을 낳아 기르는 인생 역정의 50년이 압축된 것으로서, 일시적 상황을 다룬 꿈들과는 구분된다. 조신은 아이를 굶어죽게 하는 등 고통스런 삶의 꿈을 깬 뒤, 세상을 등지고 정토사(淨土寺)를 창건하여 백업(百業)을 닦았다고 한다.

조신이 낙산 대비상 앞에서 잠이 들었고 꿈에서 깬 뒤 아이를 묻은 곳에서 돌미륵을 파냈다는 점에서, 불교의 진리를 깨우쳐주기 위하여 조신으로 하여금 이러한 꿈을 꾸도록 했다는 암시가 있다. 이처럼 세상의 부귀영화를 동경하는 사람에게 꿈을 꾸도록 하여, 부귀에 대한 집착을 떨어버리고 인생이 덧없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는 이야기는 불교의 포교를 위하여 지어진 것으로서, 체험 그대로의 기록과는 다른 것이다.

중국의 「침중기(枕中記)」나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의 꿈들도 모두 조신의 꿈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조신의 꿈은 꿈속에서의 생활이 실제 못지 않게 현실감을 가지고 있기에 꿈과 현실의 진위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꿈속의 50년이 각성시의 하룻밤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현실의 시간과 꿈속의 시간이 전혀 다름을 말해주고 있다.

꿈속 이야기로서 현세와 꿈의 세계가 별도로 설정된 자료는 『동야휘집(東野彙輯)』에 수록된 「백년광음혜고랑(百年光陰蟪蛄郎)」을 들 수 있다. 황일덕(黃一悳)이라는 사람이 꿈에 군군(郡君)의 부름을 받고 사자(使者)들에게 인도되어 혜고군(蟪蛄郡)에 이르렀는데, 그 곳의 하루는 인세의 일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동안에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군군의 딸과 혼인하였는데 하루가 지나자 아영(阿英)이라는 아이를 낳았으며, 반달 뒤에 이 아이는 관례를 행하였다는 것이다. 며칠 뒤 군군이 죽자 황일덕은 그 나라를 섭정하였고, 60여 년이 지난 뒤 고향이 그리워 돌아오다가 꿈을 깨었는데 두 달 동안을 취하여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석 달이 지난 뒤 다시 꿈을 꾸어 그 곳에 이르러보니, 공주는 죽은 지 80여 년이 지났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이 설화에 나타난 꿈의 세계는 현실계의 일년을 하루로 설정하고 있어, 꿈과 현실의 시간대응이 1:365로 되어 있다. 이처럼 꿈의 세계가 현실세계와 다른 시간 질서를 가진 공간으로 설정된 것은 의식하는 주체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주관적 시간관의 반영이라고 본다.

몽유록(夢遊錄)에 나타난 꿈의 세계

꿈은 현실과 관련을 가지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 창작과 여러 측면에서 관련을 맺어왔다. 특히, 꿈이라는 비현실적 세계를 작품 전개에 주요 형식으로 도입하여 현세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토로했던 문학 양식이 성립되었는데, 이것이 곧 몽유록이다.

몽유록에 등장하는 꿈의 세계는 대체로 이상사회를 건설하여 몽유자의 포부를 펼친 비현실적 공간과 현실에 있었던 일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현실적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 중종 때 심의(沈義)가 쓴 「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은 몽중세계에서 문장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즉, 최치원(崔致遠)을 천자로 하고, 을지문덕(乙支文德)을 수상으로, 이제현(李齊賢)을 좌상, 이규보를 우상으로 하는 등, 역대에 문명을 날렸던 많은 사람들을 각료로 설정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인물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오직 문장의 높고 낮음으로 관직에 등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속 세계는 작자인 심의 자신의 문학관이 투사된 것이며, 조선시대 사화기(士禍期)에 혼란한 정쟁(政爭)의 와중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한 문사의 이상이 꿈을 통하여 표현된 것이다.

작자가 밝혀지지 않은 「 사수몽유록(泗水夢遊錄)」에서는 공자를 왕으로, 맹자와 주자를 총재로 하는 등, 역대 중국과 우리 나라의 유학자들로 왕국을 건설한 꿈의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노자와 석가의 침략을 물리치는 전쟁도 삽입되어 있다. 「사수몽유록」에 설정된 꿈은 유교 중심의 이상국을 건설하고자 한 유학자의 이상 실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 금화사몽유록(金華寺夢遊錄)」에서는 한 · 당 · 송 · 명의 창업주와 그들의 건국을 도왔던 명신들이 모여 반열(班列)을 정하고, 역대 군신들을 총망라하여 내각을 구성하는 꿈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꿈은 각기 다른 시간에 출생하여 이름을 역사에 남겼던 인물들을 같은 시간에 하나의 조정에 배열함으로써, 이상적인 조정의 모습을 실현시키려는 포부를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몽유록의 꿈의 세계는 각기 작자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근거로 이에 대한 비판 의식을 꿈의 세계에 담은 몽유록도 많다. 「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은 단종사육신이 회동하여 비분강개한 시들을 읊는 모습을 꿈의 세계에서 묘사하고 있고, 「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에서는 병자호란강도에서 절사(節死)한 관료의 부인들이 모여 남편들의 무능과 불충 등을 공격하는 꿈의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 달천몽유록(達川夢遊錄)」에서는 임진왜란 때에 활약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이순신(李舜臣) · 신립(申砬) · 고경명(高敬命) · 조헌(趙憲) · 김시민(金時敏) 등 수많은 장군들이 모여서, 당시의 패배를 한탄하기도 하고 위로의 말을 나누기도 하며 춤도 추고 시도 읊는 모습을 꿈의 세계에서 그리고 있다.

한번 지나간 과거는 다시 돌이킬 수 없고, 죽은 사람에게는 변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이처럼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죽은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고 당시의 심경을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 몽유록에서의 꿈은 이처럼 현실적으로 겪었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당시를 회상하고 반성하는 모임의 자리로서 허구화시킨 것이다.

한말에는 한글로 된 몽유록이 나타났다. 신채호(申采浩)의 「 꿈하늘」에 나타난 몽중세계는, 옛날 국가를 위해 위대한 일을 행했던 선열들의 모습을 등장시켜 민족혼을 불러일으키고, 민족항일기에 탄압 받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설정된 세계였다. 또한, 유원표(劉元杓)의 「 몽견제갈량(夢見諸葛亮)」은 꿈속에서 제갈공명을 만나 중국 삼국시대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써 작품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꿈의 세계는 국권상실기에 나라를 지킬 유능한 정치가를 갈망하는 의식과 작자 자신의 높은 식견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창작된 것이다. 이처럼 몽유록의 꿈은 작자의 이상과 포부를 드러내고자 설정된 허구의 세계였다.

소설에 나타난 꿈

소설에는 많은 꿈이 등장한다. 이러한 꿈은 대체로 작품 전개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삽입된 꿈과 작품 세계 전체가 꿈속 세계로 되어 있는 꿈으로 대별할 수 있다. 소설에 삽입된 꿈은 주인공의 탄생을 예시하는 태몽과,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알려주고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지시하는 현시몽(顯示夢)이 대부분이다.

현시몽 가운데에는 주인공에게 배필감을 가르쳐주거나, 어려서 헤어진 부모를 만나도록 인도하는 꿈도 많다. 태몽은 주로 고전소설에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대부분은 천상의 선관 · 선녀이거나 용자(龍子) · 용녀(龍女)로서 인간세계에 적강하여 환생하는 존재인데, 이러한 내용은 태몽을 통해서 제시된다. 「 유충렬전」 · 「 장풍운전」 · 「 황운전」 등의 주인공은 천상의 선관으로서 옥황상제에게 죄를 짓고 인간세계에 적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소대성전」 · 「 금방울전」 · 「 현수문전」 등의 주인공은 용자가 적강한 인물로 나타난다. 이 같은 태몽은 민간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태몽과는 다르다. 평범한 사람을 잉태할 때는 고추 · 딸기 · 호박 등 식품이나 양푼 · 화병 등 생활 도구 등이 태몽에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은 영웅이기에 범인과는 다른 천신적 존재나 수신적(水神的) 존재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천신숭배와 수신숭배사상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고전소설의 주인공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꿈을 통하여 신의 음조를 받는다. 「 조웅전」에서 조웅이 이두병을 욕하는 글을 경화문에 써붙이고 이두병의 추격을 받아 위급하게 되었을 때, 조웅의 모친인 왕 부인의 꿈에 조웅의 선친 조승상이 나타나서 대환이 닥칠 것을 알려주고 급히 도망하라고 지시한다.

「유충렬전」에서 유충렬이 정한담 일당의 습격을 받아 집이 불탈 때, 그의 모친 장 부인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대변을 예고하고 남으로 도망할 것을 지시해준다. 이와 같이,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출해주는 방법은 초월적 존재가 항상 꿈에 등장하여 앞일을 지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주인공이 인연을 찾는 계기로 등장하는 꿈도 많다.

「소대성전」에서는 이진이 영산 조대에서 청룡이 솟아오르는 꿈을 꾸고 그곳을 찾아가 소대성을 만나 사위로 삼았으며, 「조웅전」에서는 장 소저가, 부친이 나타나 평생 호구(好逑)를 데려왔으니 가연(佳緣)을 잃지 말라는 꿈을 꾸고 조웅과 인연을 맺는다. 이처럼 고전소설에 삽입된 꿈은 주로 예언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가지며, 신적 존재가 등장하여 일방적 교시를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소설에 삽입된 꿈은 이와는 달리 현실에서의 체험이나 현실적 상황이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함효영(咸孝英)의 콩트 「불 끄는 꿈」(1935)에는 집에 불이 났는데, 형님은 자기가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불을 꺼달라고 부탁하는 꿈 이야기가 나온다. 이 꿈은 형님이 가사는 돌보지 않고 소실을 얻어 돈만 허비하여 집안이 망해가는 현실을 꿈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현실의 의식이 꿈에 투영된 것이다.

또한, 김탄실(金彈實)의 「꿈 묻는 날 밤」(1925)은 주인공 남숙이 와이씨와 함께 절을 하고 기도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자기를 악인으로 매도하는 속에서 와이씨가 극구 변명하는 꿈을 꾸고 이를 해몽하려고 이정씨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남숙은 와이씨가 사람을 망쳐놓고 미국으로 가서 리은영과 동거한다는 이정씨 부인의 말을 듣고 도망쳐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꿈은 여주인공의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고, 꿈과 현실이 반대되면서 좌절감을 맛본다는 점에서 고전소설의 삽입몽과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나도향(羅稻香)의 「꿈」(1925)에서는 환상적인 꿈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 나를 사모하다가 죽어간 소작인의 딸 님실이 죽을 때 주인공의 꿈속에 나타나서 이별을 고하였고, 죽은 뒤에도 선녀처럼 예뻐져서 자주 꿈속에 나타나, 주인공은 결국 님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은 주인공이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님실에 대한 인간적 정감이 꿈에 투영된 것으로서, 개인적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몽중세계를 작품 세계로 구축한 소설은 고전소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나라 소설의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김시습(金時習)『금오신화(金鰲新話)』는 다섯 편 가운데 두 편이 꿈속 세계를 그린 것이다. 「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는 주인공 박생이 저승에 가서 염부주의 왕과 세상의 부조리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꿈을 다룬 작품이다.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은 한생이 용궁에 들어가 상량문을 짓고 환대를 받고 돌아왔다는 이야기이다. 두 작품 모두 인간계가 아닌 이계(異界)를 여행하는 꿈을 다루고 있는데, 유자(儒者)로서의 강직함과 문사로서의 재능을 꿈의 세계를 통하여 드러내 보이고 있다. 숙종 때의 김만중(金萬重)이 지은 「 구운몽」은 불교적인 인생무상의 사상을 꿈을 통해 표현한 소설이다.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性眞)은 세속의 부귀를 동경하다가 꿈을 꾸어 양소유(楊少遊)로 환생하였고, 여덟 선녀의 환생인 미인과 결연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꿈을 깬 뒤, 세상의 영욕이 모두 꿈과 같이 허무함을 깨닫고 불도에 귀의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구운몽」의 꿈의 세계는 꿈이라는 점에서 비현실성이 있지만, 세속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적 생활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사대부의 욕망과 이상을 꿈속에서 실현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성진의 세계와 양소유의 세계는 현실과 꿈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꿈 속의 꿈의 형태로 교섭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성진의 꿈에서는 양소유의 삶이 제시되고, 양소유의 꿈에서는 육관대사나 성진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꿈의 세계는 현실과 꿈을 구분하려는 의식 자체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불교의 공사상(空思想)에 근거하여 설정된 것이다.

조선 말기에 남영로(南永魯)가 지은 「 옥루몽(玉樓夢)」은 「구운몽」과는 달리, 선관선녀의 꿈의 세계를 설정하여 인간계의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양창곡은 천상계의 문창성군이 꿈속에서 인간계로 환생한 인물이다. 그러나 꿈을 꾼 주체인 문창성은 인간이 아닌 초월적 존재이고, 그가 잠든 백옥루도 인간계가 아닌 천상의 한 누각이므로, 꿈 속의 인물인 양창곡이 오히려 현실적 존재로 인식된다.

「옥루몽」은 양창곡의 파란 많은 현실의 삶을 묘사한 것이지, 문창성이 잠자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니다. 이처럼 꿈속의 세계가 그대로 현실 세계로 설정된 것은 <옥루몽>에 이르러 신의 세계가 주변으로 밀려나고, 인간 중심의 세계로 작품 세계가 변모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대소설인 이광수(李光洙)의 「 」(1925)은 『삼국유사』의 「조신설화」를 소설화한 것으로서, 조신과 김흔공의 딸과의 몽중생활에 현실성을 부여한 작품이다. 현대소설에서 소재로 다루어진 꿈들은 대체로 꿈의 내용이 꿈꾼 사람의 의식 세계를 상징이나 은유의 형태로써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꿈속의 세계를 작품 세계로 설정한 소설은 이광수의 「꿈」 이후 그다지 많이 쓰여지지 않았다.

그밖의 예술작품에 나타난 꿈

꿈을 소재로 한 시가나 회화도 많이 나타났다. 장자(莊子)의 「호접몽설화(蝴蝶夢說話)」를 읊은 이정보(李鼎輔)의 시조나 송순(宋純)의 「몽견주상가(夢見主上歌)」 등은 대체로 꿈의 허무함을 노래한 것들이다. 또한, 윤선도(尹善道)의 「 몽천요(夢天謠)」는 꿈에 백옥경(白玉京)에 올라가서 여러 선관을 만나본 일을 노래한 것이다. “풋잠의 꿈을 꾸어 십이루에 들어가니/옥황은 우스시되 군선(群仙)이 꾸짓나다/어즈버 백만억창생을 어느결의 무르리.”

꿈을 소재로 한 가사 작품도 많이 창작되었다. 정철(鄭澈)의 「 속미인곡(續美人曲)」에 “정성이 지극하야 꿈의 님을 보니, 옥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늘거세라.”라고 한 것은 그리운 사람을 꿈에 만났다는 내용으로서, 시가류에 등장하는 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가사인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에는, 금강산 상봉에서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 천일도사가 등장하여 다시 개벽이 되어 국태민안할 것이니 근심 말라는 깨우침의 소리를 듣는 것이 나타난다.

역시 동학가사인 「몽중가(夢中歌)」에는 꿈에 호접을 따라 수중 세계로 인도되어, 한 소년을 만나 천지순환과 만물생성의 이치를 듣고 깨닫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처럼 동학가사에 등장하는 꿈은 이인(異人)을 만나 진리를 깨우치는 계기로 설정되어 있으며, 신비한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

판소리 사설 「 춘향가」 중에 ‘몽중가’가 들어 있다. 이 노래는 춘향이 꿈에 황릉묘에 가서 아황(娥皇) · 여영(女英) 및 녹주(綠珠) · 왕소군(王昭君) · 척부인(戚夫人) 등의 혼령을 만나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는다는 것이다. 춘향의 꿈은 위기와 고통에 처한 인물이 자기와 유사한 처지를 겪은 역사상의 인물을 만났다는 점에서, 동학가사에 등장하는 꿈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꿈을 소재로 한 미술 작품으로는 조선 세종안견(安堅)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가 있다. 이 그림은 안평대군(安平大君)의 꿈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꿈에 본 풍경을 안평대군의 기록을 통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정묘년(1447) 4월 20일 밤 나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거허(蘧栩)하여 잠이 깊이 들었다. 꿈에 인수(仁叟)와 함께 홀연 어느 산밑에 이르렀는데, 층만(層巒)이 깊었고 산봉이 험하고 그윽하였다. 도화(桃花) 수십 주가 숲으로 이르는 작은 길을 표시하고 있었는데, 그 길이 여러 갈래였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우뚝 서 있으려니, 한 사람이 산관야복(山冠野服)으로 이르러 읍하고 말하기를,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서 골짜기로 들어가면 바로 도원(桃源)이라고 하였다.

나는 인수와 같이 말을 몰아 찾아가니, 비탈진 돌길은 높고 험했으며 수풀은 무성히 우거졌는데, 시내는 돌아 흐르고 길은 굽어져 100번이나 꺾어졌다. 그 골짜기에 겨우 들어서니 동중이 넓게 트여 2, 3리는 됨직하고, 사방 산벽이 운무를 가리고 서 있는데 원근에 복숭아 숲이 노을과 서로 비치었다. 죽림 속에 모우(茅宇)가 사립문이 반쯤 열린 채 있었고, 흙 계단이 거칠었는데, 닭 · 개 · 소 · 말의 자취는 없었다. 앞 내에는 오직 조각배가 있어 물결을 따라 떠돌았다. 정경(情景)이 쓸쓸하기가 선부(仙府)와 같았다.”

이러한 광경이 그대로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다. 도원은 세속과는 단절된 별세계를 가리킨다. 안평대군은 궁궐 속에서 생활하였으므로, 그의 꿈은 현실의 체험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가 독서를 통해 도원을 동경하였고, 이와 같은 잠재의식이 꿈으로 형상화되었으리라 본다.

한국인의 꿈

꿈은 현실과 분리된 별도의 정신세계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꿈은 한국의 문화나 한국인의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인의 꿈에는 대체로 신선이 많이 등장한다. 신선에 관해서 모르는 사람이 꿈을 꾸었을 때에도 백발노인이 등장함을 본다. 이와 같은 신선의 상이나 노인의 모습은 완숙된 자아의 다른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결핍된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노인상은 우리 민족의 무의식 속에 잠재한 이상적 인간상이다. 서민의 꿈에는 먹고 입는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돼지꿈을 꾸면 먹을 것이 생기고, 청소하는 꿈을 꾸면 손님이 온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꿈은 생활과 관련을 가지면서 예시 기능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그 결과 다양한 해몽 비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꿈은 문학의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졌으며, 우리 문학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형상화된 꿈은 대체로 작자의 이상을 실현하는 낭만적 세계였다. 꿈의 세계에서는 현실계에서 불가능한 시간의 축소와 연장이 가능했고, 천상계 · 용궁계 등의 이계(異界)의 내왕이 실현되었다. 한편, 몽유록 작품들 가운데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내용을 담은 것도 적지 않다. 이처럼 꿈은 우리 민족의 이상 실현의 세계였고, 자기 반성의 거울이 되기도 하였다. 현대에 와서 꿈을 형상화한 예술은 별로 발전되지 않았다. 억압된 심리의 표출로서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는 삽화적 기능에 머무른 셈이다. 그러나 꿈은 우리의 이상과 낭만을 실현하는 터전으로서, 현실을 비판하는 제약 없는 세계로서 가꾸어야 할 소중한 세계라고 본다.

참고문헌

『한국설화문학연구』(장덕순, 서울대학교출판부, 1970)
『분석심리학』(이부영, 일조각, 1978)
『몽유록계소설연구』(차용주, 고려대학교대학원,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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