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몽유록」은 조선 중기에 윤계선이 지은 한문 소설이다. 주인공 파담자(波潭子)는 호서 지방을 암행하다가 충주의 달천에 이르러 잠을 잤다. 꿈속에서 임진왜란 때 희생된 여러 영령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장군도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야기를 하며 시를 읊었다. 윤계선은 「달천몽유록」의 결미에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명과 관작을 써 놓은 것이 특징이다. 「달천몽유록」은 참여자형몽유록(參與者型夢遊錄), 현실비판형몽유록 유형에 귀속된다. 「달천몽유록」의 목적은 전몰 영웅의 충성과 절개를 기리고 패전을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자는 데 있다.
조선 중기에 윤계선(尹繼善)이 지은 한문소설. 1책. 필사본. 성암문고본(誠菴文庫本) 「수성지(愁城誌)」와 합철 되어 있는 고려대학교 도서관본, 조경남(趙慶男)이 쓴 『난중잡록(亂中雜錄)』 수록본 등 3종이 있다.
저작연대는 소설의 처음에 ‘만력경자지춘(萬曆庚子之春)’이라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임진왜란이 끝나고 2년 후인 1600년(선조 33), 곧 작가의 나이 23세 때로 잡고 있다.
「달천몽유록」은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하여 전사한 충신들을 추모하여 지은 몽유록계 소설이다.
주인공 파담자(波潭子)는 호서지방을 암행하라는 임금의 봉서(封書)를 받고 여러 읍을 거쳐 충주의 달천(達川)에 이르게 된다. 이 곳에서 파담자는 임진왜란이 남긴 처참한 광경을 보고 시 3수를 지어 비분강개한 마음을 풀다가 잠이 든다.
꿈속에서 큰 나비의 안내를 받아 임진왜란 때 희생된 여러 영령들이 넋두리하며 노래부르는 광경을 엿본다. 파담자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과 합석하니,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 가운데 세상에 전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천하의 요새인 죽령(竹嶺)을 끝내 지키지 못한 신립(申砬)에 대한 원망과 이에 대한 신립의 변명과 성패에는 이미 운수가 정해져 있었으니 시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화해의 이야기가 오간다.
이 때 노주(蘆洲)에서 닻줄을 풀고 내려오는 한 장군을, 모두 일제히 영접한다. 윗자리에는 그 장군이 앉고, 왼쪽에는 고첨지(高僉知) 등이 앉고, 오른쪽에는 황병사(黃兵使) 등이 앉고, 남행지좌(南行之座)에는 심감사(沈監司) 등이 앉고, 아랫자리에는 승장(僧將)이 앉고, 파담자는 김종사(金從事)의 제안에 따라 말석에 앉는다.
좌석이 정하여지자 산해진미를 좌우에 나열하여 놓고 풍악을 울리며 향연은 시작된다. 화기가 애애한 가운데 모든 사람이 임진왜란 때의 이야기를 하며 시를 읊는다.
장군도 노량해전(露梁海戰)에서의 전사(戰死)를 이야기하며 시를 읊는다. 장군의 시읊기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승장이 읊으니, 장군이 웃으며 칭찬하고는 파담자에게 화답하라고 한다.
파담자가 여러 사람을 품평(品評)한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하여 올렸다. 좌우에서 그의 문장은 나라를 빛낼만하고 무예와 용맹은 외적을 막을만하다고 칭찬하면서 나라의 일에 힘써달라고 부탁한다. 파담자는 “가르침대로 하겠다.”고 말한 다음에 물러 나온다.
긴 시냇가에서 여러 귀신들이 손뼉을 치며 웃으므로, 그 까닭을 물으니 원균(元均)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파담자 역시 크게 웃고 조롱하다가 기지개를 켜고 깨어나니, 그것은 한바탕 꿈이었다.
「달천몽유록」의 결미에는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명을 관작(官爵)에 따라 밝혀놓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윤계선은 장군은 이순신(李舜臣)이요, 고첨지는 경명(敬命), 황병사는 진(進), 심감사는 대(岱), 승장은 영규(靈圭)라고 써놓고 있다.
그리고 윤계선이 꿈속에서 만난 이가 모두 평소에 우러러보고 공경하던 인사들이다. 이러한 마음이 있기에 이러한 꿈을 꾸었다고 하였다. 또, 화악(華岳)에 올라 제문을 짓고 변변치 않은 제사음식을 마련하여 그들의 넋을 불러 제사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연을 적어 놓고 있다.
「달천몽유록」은 꿈에서 깬 뒤에도 꿈과 현실을 연결시키고 있으므로 참여자형몽유록(參與者型夢遊錄)으로 분류된다. 또, 주된 저작동기를 현실비판과 반성으로 볼 수 있어서 현실비판형몽유록 유형에 귀속된다.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 「피생명몽록(皮生冥夢錄)」 ·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의 작품과는 달리 집권사대부에 의하여 창작되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의 유형적인 공통성에서 벗어나 있다.
그 이유는 작자가 속한 사대부 계층이 전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진력하여 충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패전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패전을 반성하고 한탄할 뿐이다. 그리고 소극적으로 시연(詩宴)을 통한 내적 화해로 끝을 맺고 있다.
「달천몽유록」의 의도는 제문과 결말에서 말하여주듯이 전몰영웅의 충성과 절개를 기리고 그들의 외로운 혼을 애도하면서, 패전을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자는 데 있다 하겠다.
한편, 작자는 자신의 시작능력(詩作能力)을 과시하고 있다. 이점은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과 일맥상통하며 시화적 측면(詩話的側面)에서 작품의 창작의도를 찾게 하여준다.
이 작품은 한일 양국에서 임진왜란을 문학화한 최초의 본격적인 창작소설로 알려져 있으며 전란에 희생된 수많은 군사들의 원통한 영혼들을 달래고자 하였다. 「달천몽유록」의 특색은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여 원혼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성과 처참한 내용의 분위기로 보아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윤계선은 탄금대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입을 통해 장수의 지략 부족과 독단적 행동에서 패전의 원인을 찾고 있어 역사적 교훈을 주려고 한 작가의 역사의식과 창작정신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 있다.
『난중잡록』은 『대동야승(大東野乘)』에 수록되어 있고, 고려대학교 도서관본은 『고전한문소설선(古典漢文小說選)』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