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한 어선납치는 한국 어선이 어로작업 중에 어군을 따라 북한 수역으로 들어감으로써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는 공해상이나 한국의 영해상에서 불법으로 납치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 정부는 그간 조업규제선으로 어로저지선·어로한계선을 설정하여 어선납북 방지에 노력하는 한편 어선납치사건 발생 때마다 북한에 그 불법성을 항의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항시 한국 어선의 북한 수역 침범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법납치사례 몇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965년 10월 29일 오후 4시 30분경경기도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북쪽해상에서 조기잡이를 마치고 귀환 중이던 어선 5척 239명의 어부가 짙은 안개로 방향을 잃고 표류 중 어로저지선 부근에서 어선 3척과 어부 109명이 강제로 납치되었다.
1967년 11월 3일 오전 9시경 동해어로저지선(당시 북위 38°35′45″) 근해에서 명태잡이를 하던 어선 200여 척에 대하여 북한 함정 2척과 쾌속정 7척이 40분 동안 총포난사 끝에 어선 10척과 어부 60명을 납치하였다.
1974년 2월 15일 오전 10시경 서해 백령도 서쪽 48㎞ 공해상에서 어로작업중이던 수원 32호·33호에 대하여 함포사격으로 32호를 침몰시키고 33호를 납치하였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 어선을 납치하는 것은 필요시의 대남 긴장조성 목적 외에도 납북어부에 대한 공작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한데 실제로 납북어부를 이용한 간첩사건은 수없이 적발되어 왔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발효된 이래 1989년 5월까지 북한은 어선 462척, 어부 3,677명을 납치하였는데 이 가운데서 송환된 것은 430척, 3,258명으로 32척, 419명은 송환되지 않고 있다.
어선납북은 1960년대에 가장 많았으며 동해보다 서해상에서 더 많이 발생하였다. 이는 휴전협정상의 군사분계선문제와 1977년부터 실시된 북한의 200해리 경제수역 및 해상 군사경계선 선포와 관련되는 것이다.
휴전협정은 제2조에서 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있으나 이것은 육지에만 명시되고 해상에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동해에서는 군사분계선 연장선이 휴전협정조인 쌍방에 의하여 지금까지 관행으로 인정되어오고 있다.
그러나 서해상에는 그와 같은 군사분계선 연장선이 없고 다만 휴전협정에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5개 도서를 유엔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두며, 쌍방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 지역에 접속하고 있는 해역을 존중하고 여하한 봉쇄도 하지 못하고, 또 서로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지역 및 이 지역에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내용은 서해5도에 접속하고 있는 해역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고, 또한 그 해역에 대한 관할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측은 그 인접해역을 존중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존중이란 법적으로 그 의미가 분명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곳에 대한 어떠한 관할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국제법상 도서는 수역으로 둘러싸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로서 만조 때에 수면에 돌출되어 있어야 하며 그 자체의 영해를 가진다는 것이 확립된 규칙이다.
그러므로 서해5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서 국제법상 도서의 지위를 가지며, 따라서 서해5도의 인접수역은 그 도서의 영해이므로 영해에 준해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법상의 규칙을 원용하여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유엔군과 한국군은 공동으로 우리의 해상 군사활동과 어로활동을 위하여 서해5도와 옹진반도에 연한 북한의 연안과의 중간선을 서해북방경비 한계선으로 설정하였으며, 이 한계선은 휴전 이후 20년간 아무런 이의 없이 북한에 의하여 인정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 북방경비 한계선 이남에서 어로에 종사하는 한국의 비무장어선을 강제로 납북해가는 행위는 불법이고, 또한 휴전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북한은 1973년 12월 1일 군사정전위원회 제346차 회의에서 서해5도가 북한해군 통제하의 해역에 있으므로 출입 때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또한, 1977년 8월부터는 ‘200해리 경제수역’과 ‘해상군사 경계선’ 설정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휴전선 북방 공해상의 선박항해·어로작업이 제약받게 됨은 물론, 해상군사경계선 내에 위치한 서해5도의 출입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해상군사경계선 선포는 이러한 국제적 선례도 없을 뿐더러 휴전협정의 기본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휴전협정은 첫째 쌍방 사령관이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무력역량이 한국에 있어서의 일체의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명령하고, 또 이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둘째 군사정전의 확고성을 보장함으로써 쌍방의 한층 고위의 정치회담을 진행하여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는 것을 이룩하기 위해 쌍방 사령관이 각종 조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휴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한반도의 법적 상황은 일체의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이 완전히 정리된 상태이고, 따라서 이것이 있음을 전제로 한 해상 군사경계선의 설정은 휴전협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1977년 8월 1일 성명을 통하여 “우리 정부는 그들의 200해리 경제수역이나 군사경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는 이와 같은 도발적 행위를 포기하고 현행 휴전체제와 이의 관계를 성실하게 준수하라.”고 촉구하였다.
같은 해 8월 2일 주한유엔군 사령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군사경계선 선언에 대하여, 휴전협정에 보장되어 있는 유엔군측과 공산군측의 어느 한쪽의 권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종래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공해와 공해상공에서의 유엔군작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밝혔으며, 미국 국무성도 이 성명을 즉각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유엔군 사령부도 이 성명을 실천에 옮겨서 서해5도를 왕래하는 여객선에 대하여 호위조처를 취함으로써,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군사경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이것을 북한의 묵인 내지 방임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북한은 그들이 설정한 군사경계선이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위하기 위해, 서해5도가 군사경계선 적용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