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류나 감자류 등의 전분질 원료 또는 이들 원료로부터 추출된 전분에 물을 가하고 가열하여 호화 시킨 다음 당화효소 또는 당화제를 단독 또는 병용 처리하여 당화 시키고 농축하거나 정제하여 만든다.
곡류를 기름에 튀기고 꿀이나 엿을 사용하여 만든 과자류가 고려시대의 기록에 자주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그 이전부터 엿이 사용되었으리라 추정된다.
구체적인 기록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행당맥락(杏餳麥酪)’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당(餳)은 단단한 엿이고 낙(酪)은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나오는 행락(杏酪) 처럼 감주의 무리에 속한다. 이와 같이 고려시대에는 엿기름을 사용한 엿이나 감주가 감미료로 쓰였다.
엿은 사용하는 주원료에 따라 찹쌀엿·멥쌀엿·전분당·옥수수시럽 등으로 구분되고, 당화재의 종류에 따라서 맥아엿·효소당화엿·산당화엿 등으로 구분된다. 또 엿의 물성에 따라 단단한 강엿과 유동성이 있는 물엿으로 구분된다. 물엿은 흔히 시럽(syrup)이라는 말로 쓰이는 바 당화 정도에 따라 구분하여 부르고 용도도 달라진다.
맥아엿은 옛날 우리 가정에서 흔히 만들었다. 즉,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 찌고 엿기름가루를 넣은 다음 가열하여 당화시키고 걸러서, 엿밥을 제거하고 오랫동안 조린다. 농축 정도에 따라 갈색의 물엿이나 강엿이 된다. 물엿은 각종 음식이나 약과를 만드는 데에 쓰이고, 강엿은 그대로 먹거나 녹여서 사용한다.
강엿을 가열하여 약간 녹인 다음에 잡아늘이는 일을 되풀이하면 내부에 공기가 들어가 빛깔이 희어지고 다공성으로 쉽게 부서져 먹기 좋게 된다. 이것을 가락형으로 만들거나 판상으로 굳혀서 사탕 대용으로 이용하였다.
엿은 전분의 분해물인 당분 이외에도 단백질·지방질 등 원료 곡류 특유의 성분들이 들어 있어 각각 독특한 맛을 가지는 제품이 된다.
근래에는 쌀을 사용하지 않고 값싼 옥수수나 고구마로부터 얻은 전분을 사용하고, 엿기름 대신 미생물로부터 얻은 당화효소를 사용하여 엿을 만든다. 즉 전분에 물을 가하여 전분유를 만들고 가열하여 호화 시킨 다음 액화효소(α-아밀라제)를 더하여 당화 시킨다.
당화가 끝나면 90℃ 이상으로 가열하여 효소를 실활(失活)시키고 떠오르는 단백질·수지 등의 응고물을 제거한다. 이어서 수분함량이 16% 정도까지 농축하여 제품으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엿은 당화정도에 따라 쓴맛을 내는 덱스트린 함량과 단맛을 내는 당분함량이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점성이 큰 것이 좋고, 붉은 빛을 띠는 것은 하급품이다.
산당화엿은 순도가 비교적 좋은 전분유에 염산·황산 또는 옥살산 등의 당화제를 넣고 끓이면 쉽게 당화가 일어난다. 남는 약제는 탄산칼슘 또는 탄산나트륨 등으로 중화하여 생성되는 염을 제거한 다음에 골탄 또는 활성탄으로 갈색물질을 흡착, 제거한다. 이것을 농축관에서 40°Be 이상으로 농축하여 제품으로 한다.
이렇게 만드는 산당화엿은 원료의 순도가 좋아야 하고 강산에 견디는 설비가 요구되며, 쓴 맛 성분이나 착색 물질이 많이 생겨 품질이 좋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효소당화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당화 속도가 느린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초기에 산(酸)으로 액화시킨다. 후기에는 온화한 반응을 일으키는 당화효소를 첨가하여 당화 공정을 끝내는 절충식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엿은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쓰인다. 그리고 설탕과는 달리 물에 쉽게 녹지 않고 결정이 쉽게 석출된다. 또한 단맛이 너무 강한 설탕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에도 쓰인다.
이러한 장점이 있어 각종 제과류·빙과류·음료 등에 널리 쓰였다. 당화 정도를 조절하여 덱스트린 함량이 많은 것은 감미료보다는 오히려 각종 식품의 증량제·물성개량제 또는 피복제(被覆劑) 등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설탕의 중간 제품인 원당(原糖)을 전량 수입해 오고 있는 형편이므로 가급적이면 국내 생산이 가능한 전분당으로 일부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최근에는 전분으로부터 만들어진 포도당의 일부를 과당으로 이성화(異性化)시킨 이성화당이 개발되어 설탕 또는 물엿과 함께 감미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엿은 세찬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음식이었으므로 겨울철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엿을 만들어 상비하였다. 따라서 각 가정이나 각 지방에는 독특한 엿이 개발되었다.
강원도지방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황골엿이 유명하였고, 충청도지방에서는 무엿을 많이 만들었다. 무엿은 쌀을 당화시킨 물에 무를 채쳐 넣고 가열, 농축한 것이다.
이것은 강엿이 아니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물엿이었다. 전라도지방은 고구마로 만든 엿이 유명하다. 특히 용안지방에서 잘 만들었다. 또 강원도 평창지방의 쌀엿도 유명하였다.
제주도지방은 엿에다 닭이나 꿩의 고기를 넣어 만든 닭엿·꿩엿이 유명하다. 이것은 차조를 당화 시킨 물에 닭고기나 꿩고기를 넣어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푹 조린 것이다. 영양 보양식으로도 뛰어난 음식이다.
황해도지방은 조청에 찹쌀미숫가루를 넣어 만든 태식이 유명하다. 근친 갔던 새색시가 시가로 돌아올 때는 나무함지박에 엿을 하나 가득히 만들어 가지고 와서 일가친척에게 돌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