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熱河日記)』에 수록되어 있다. 열하로부터 북경으로 돌아오던 중에 옥갑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저자가 일행인 여러 비장(裨將)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형식상 설화를 기록한 야담에 가깝다. 뛰어난 표현력과 사상성에서 독립된 한 편의 소설로 볼 수 있다. 「옥갑야화」는 조선 후기 역관(譯官)들의 중국 무역과 관련된 일화들과 허생이라는 일사(逸士)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후자가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 허생전(許生傳)’이라 불리기도 한다.
「옥갑야화」는 중국 상인을 속여 치부한 어느 역관이 결국은 패가망신한 일화, 역관 이추(李樞)는 그러한 시류에 초연하여 군자다운 풍모가 있었다는 일화, 역관 홍순언(洪純彦)이 창기로 팔린 여인을 구해준 의협적인 행동으로 중국인의 신망을 모은 일화, 북경의 한 부상(富商)이 죽은 뒤에 예전에 그의 고용인이던 상인 하나가 영락한 그 손자를 돌보아 준 일화, 중국 상인들의 신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일화, 국중의 갑부로 유명했던 역관 변승업(卞承業)에 관한 일화 등이 실려 있다.
「옥갑야화」는 역관들이 밀무역으로 축재하여 종종 거부가 되기도 했던 당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신의에 바탕을 둔 해외 통상의 발달을 긍정하는 실학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러한 일화들은 허생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펴기 위한 도입부의 구실을 한다.
서울 남산골 선비 허생은 변승업의 조부인 변씨로부터 빌린 돈으로 상품을 매점매석하여 거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군도(群盜)를 회유하여 무인도에 이상촌을 건설한다. 이로 인하여 허생이 비범한 인물임을 깨달은 부자 변씨는 북벌(北伐)에 대비하여 인재를 찾고 있던 어영대장 이완(李浣)에게 허생을 천거한다. 허생은 자신이 제시한 북벌책에 대하여 이완이 난색을 표하자 사대부의 무사안일을 질타한 뒤 종적을 감추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