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놓는데, 소정의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각자의 맡은 바 책임에 충실을 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의 백장(百丈)이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도록 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선종의 전래와 함께 이 방이 채택되었다.
용상방의 각 소임을 정할 때에는 대중들 가운데 인품을 갖춘 적절한 인물을 선정하여 적재적소에 기용하도록 되어 있다. 초기의 용상방에는 대체로 23개의 직명을 기록하였다.
① 장로(長老):지혜와 복덕을 함께 갖춘 비구로서 곧 선종(禪宗)의 주지(住持)를 지칭한다.
② 수좌(首座):선원(禪院)의 가장 우두머리 직책으로 선에 관한 지도를 맡는다.
③ 감원(監院):절 전체의 살림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④ 유나(維那):사찰 안의 사무적인 일을 총괄하여 맡아보는 직책이다.
⑤ 전좌(典座):선원 대중들의 좌구·침구·음식 등을 관장하는 직책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를 별좌(別座)라고 한다.
⑥ 직세(直歲):1년 동안 절 안의 공용 도구·건물 등을 관리하고 파손된 것을 보수하는 직책이다.
⑦ 고두(庫頭):금전과 곡물 등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오늘날의 경리나 회계에 해당한다.
⑧ 서장(書狀):문서를 맡아보는 직책으로 서기에 해당한다.
⑨ 장주(藏主):대장경 등이 보관된 서고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지장(知藏)이라고도 한다.
⑩ 지객(知客):손님을 보살피는 직책이다.
⑪ 시자(侍者):웃어른을 모시는 사람으로, 주로 장로를 모시게 된다.
⑫ 요주(寮主):요사채를 보수하는 소임을 맡는다.
⑬ 당주(堂主):환자를 간호하는 직책이다.
⑭ 욕두(浴頭):대중의 목욕물을 준비하는 소임이다.
⑮ 수두(水頭):대중이 항상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준비하는 소임이다.
⑯ 탄두(炭頭):숯과 땔나무를 준비하는 소임이다.
⑰ 노두(爐頭):화로의 불을 담당하는 소임이다. 선종 사찰에서는 매년 음력 10월부터 화로에 불을 피워 이듬해 2월 1일에 끄게 되는데, 그 화로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노두가 맡게 된다.
⑱ 화주(化主):인가나 거리를 다니면서 여러 사람에게 시주를 얻어 법연(法緣)을 맺어 주고, 동시에 사찰에서 사용할 비용을 마련하는 소임이다.
⑲ 원두(園頭):과일과 채소를 맡아 가꾸는 직책이다.
⑳ 마두(磨頭):방앗간을 관리하는 소임이다.
㉑ 장주(莊主):농사일을 맡아 하는 책임자이다.
㉒ 정두(淨頭):변소를 청소하고 세정(洗淨)할 물을 긷는 사람이다.
㉓ 정인(淨人):사찰에 있으면서 승려들을 받들어 섬기는 속인이다.
이와 같은 초기 총림(叢林)의 제도가 우리 나라에서 채택된 뒤, 우리 나라 사찰의 운영과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 직책이 추가 또는 변경되었고, 차차 선원과 강원과 큰 법회 때의 용상방이 차이를 나타내게 되었다.
선원에서는 ① 선원의 우두머리인 조실(祖室) 또는 방장(方丈)을 비롯하여, ② 수좌, ③ 참선을 하는 노덕(老德) 스님인 선덕(禪德), ④ 모든 살림을 맡는 유나, ⑤ 선방 승려의 회장 격에 해당하는 입승(立繩), ⑥ 대중의 잘못을 살펴 시정하는 찰중(察衆), ⑦ 각종 의식법요(儀式法要)를 집행하는 병법(秉法), ⑧ 감원과 같이 사찰의 살림을 총괄하는 원주(院主)이 있다.
또 ⑨ 지객, ⑩ 병법을 보좌하여 법요를 집전하는 지전(知殿), ⑪ 병을 간호하는 직책인 간병(看病), ⑫ 대중이 마실 차를 준비하는 다각(茶角), ⑬ 모든 의식이 있을 때 타종을 하는 종두(鐘頭).
⑭ 북을 울리는 소임인 법고(法鼓), ⑮ 각종 재가 있을 때 제상에 올린 음식을 각각 조금씩 걷어 옥외의 일정한 장소에 가져다 옮겨 놓는 헌식(獻食), ⑯ 양곡을 맡아 출납하는 미두(米頭), ⑰ 대중의 취사장을 감독하는 별좌, ⑱ 밥을 짓는 공사(供司, 供養主)가 있다.
그리고 ⑲ 반찬을 만드는 채두(菜頭, 菜供), ⑳ 국을 끓이는 갱두(羹頭), ㉑ 시자, ㉒ 화주, ㉓ 욕두, ㉔ 수두, ㉕ 마두, ㉖ 정두, ㉗ 원두, ㉘ 탄두, ㉙ 노두, ㉚ 나무하고 불을 지피는 부목(負木), ㉛ 정인 등의 직책으로 용상방이 짜여진다.
불경을 공부하는 강원에서는 ① 수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초빙되는 증명(證明), ② 강원의 운영과 행정책임을 맡는 원장, ③ 교육 전반을 관장하는 강주(講主), ④ 강주의 일을 돕는 중강(仲講), ⑤ 입승, ⑥ 찰중, ⑦ 지전, ⑧ 원주, ⑨ 지객, ⑩ 지장, ⑪ 간병, ⑫ 다각, ⑬ 승려들이 초하루와 보름에 머리를 깎을 때 삭도(削刀)를 책임지는 삭발, ⑭ 강원의 재정을 맡아보는 회계, ⑮ 사무를 관장하는 서기(書記)가 있다.
그리고 ⑯ 종두, ⑰ 미두, ⑱ 별좌, ⑲ 욕두, ⑳ 수두, ㉑ 탄두, ㉒ 노두, ㉓ 정두, ㉔ 마두, ㉕ 공양주, ㉖ 채두, ㉗ 화주, ㉘ 시자, ㉙ 청소, ㉚ 부목, ㉛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주위를 정숙하게 하는 경비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국가적·종단적 차원에서 행하는 대법회 때는 38개 직책으로 구성된 용상방이 짜여지며, 이들 대법회를 치르기 위한 준비과정에서는 21개 직책으로 짜여진 육색방(六色榜)을 따로 두어 완벽한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용상방의 직책을 모두 종합하면 약 80여 종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