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년(숙종45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55㎝, 가로 148cm. 현재는 8폭 중 7폭이 분실되어 소재지를 알 수 없다. 팔상도란 석가의 생애를 8장면으로 집약해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제1도는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모습이다. 화면의 오른쪽 윗부분에 육아백상(六牙白象)에 탄 호명보살이 구름에 싸여 궁전 안에서 잠자고 있는 마야부인(摩耶夫人)의 꿈속으로 내려와 입태(入胎)하는 장면 등이 그려진다. 화면 오른쪽 아래 전각에는 꿈 해몽 장면이 그려졌을 것이나 헐어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제2도는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으로 석가가 싯다르타태자로 탄생하는 모습 등을 그린 것이다. 마야부인이 룸비니(Lumbini) 동산에서 무수(無憂樹 : 보리수) 나뭇가지를 잡고 서서 태자를 낳는 모습, 중앙에는 태자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치며 사방 7보를 걷는 장면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9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탄생한 태자를 씻기는 장면, 궁전으로 다시 돌아와 관상을 보는 장면 등이 묘사되어 있다.
제3도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으로 동서남북 4문에 나가 노인·병자·시체·승려를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아랫단 중앙에 장면 구획의 요소로 그려진 사실적인 나무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제4도는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으로 성을 넘어 출가하는 모습이 주요 내용이다. 윗부분의 성을 넘는 장면과 마부 차익(車匿)이 돌아와 태자의 출가를 알리는 장면 외에는 손상되어 그림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제5도는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으로 설산에서 고행하며 수도하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각 장면은 암산과 우거진 나무 등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설산을 나타내고 있다.
제6도는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으로 여러 방법으로 정각(正覺)을 방해하는 마왕과의 대결 장면과 보리수 아래에서 마군을 항복받는 모습이 그 내용이다. 바위에 맞아 눈알이 튀어나온 마군·뇌신(雷神)·풍신(風神) 등의 모습이 역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제7도는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으로 녹야원에서 첫 설법하는 모습이 화면 윗부분 오른쪽에 그려져 있다. 설법하는 석가는 보살형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 둘레에는 보살과 교진여(憍陳如) 등의 5비구 및 각종 청문중(聽聞衆)이 둘러싸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는 어린아이들이 흙을 쌀로 생각하고 석가에게 보시하자 이것을 탑으로 바꾼 장면, 기원정사(祇園精舍)의 보시 장면 등 석가의 전법 활동 중에 일어난 각종 일화들이 묘사되어 있다.
제8도는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으로 사라쌍수(沙羅雙樹) 아래서 열반에 든 모습 등을 그린 것이다. 석가를 둘러싼 비탄에 젖은 제자들의 모습, 다비 장면, 사리를 받는 장면, 사리를 분배하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내용을 그린 운흥사 팔상도는 조선 후기 팔상도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18세기에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유명한 화사인 의겸(義謙) 등이 제작한 것이다. 부분적으로 손상된 부분이 많지만 전체적인 도상과 양식 파악에는 지장이 없다.
황토색 바탕에 짙은 적색과 양녹색이 주조를 이루어 전체적으로 밝고 선명한 화면을 이루고 있는 18세기 전기의 대표적인 팔상도로 꼽을 수 있다. 또한 각 화면의 여러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구름·산수·기암괴석·나무·건축 등의 소재가 전 시대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일반 회화적인 요소들도 많이 가미된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