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은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입장에서나 가축을 사양하는 입장에서는 품종개량 또는 가축개량이라는 말로 쓰고 있다. 이는 현재 재배되거나 사육되고 있는 작물이나 가축의 종류내에서의 품종을 개량하는 좁은 범위에서 쓰이는 말이며, 넓게는 분류학상에 따른 종(種) 또는 속(屬)에 속하는 새로운 것을 육성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경우 육종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품종은 그 형질(특성)이 조금이라도 기존의 것과는 다르고, 그것이 작물 또는 가축으로서 농업생산에 유익한 우수성·균등성 및 영속성을 지녀야만 한다. 육종사업은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수단을 쓰고 있는데, 그것을 육종기술(育種技術)이라고 한다.
인류가 식물을 경작하고 동물을 사육하게 되면서부터 육종은 시작되었다. 즉, 우수한 식물이나 동물은 이것을 순화시켜 작물로 또는 가축으로 삼는 동시에 그 중에서 우수한 것을 잘 보관하여 씨[種子]로 사용하여온 것은 육종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욕구는 인구증가와 더불어 더욱 커지고 경제 및 문화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기호와 관습도 달라지게 되었다. 또, 농업경영의 방향도 달라지게 되었으며,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수량과 더 좋은 품질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와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많은 품종이 분화, 육성되고 품종은 변천하게 된다. 육종사업에 의한 신품종의 출현은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즉, 신품종의 보급에 따른 중수효과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이익이 매우 큰 경우가 많다. 신품종이 육성됨으로써 작물재배의 지리적인 한계나 계절적 한계가 확대된다.
신품종의 육성으로 품질을 개선하여 인간의 감각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원예작물이나 특용작물에서 그 예가 많다. 냉해·병해·충해 등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킨 신품종의 육성 보급으로 재배의 안전성을 증대한다.
여러 가지 작물에 대하여 조생종·만생종·단간종(短稈種) 또는 내상성(耐霜性)·내음성(耐陰性) 등 각종 특성을 구비한 신품종의 육성으로 사이짓기·섞어짓기·이모작 등이 가능하여 윤작체계를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노동력의 분배나 기계화를 원활하게 하여 노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며, 내병성(耐病性)·내충성(耐蟲性) 품종의 보급으로 농약을 절약할 수 있는 등 농업경영의 합리화를 꾀할 수 있다.
육종의 기술은 예로부터 사용되었다. 현재 우리들이 재배, 사육하고 있는 작물이나 가축은 원래 야생의 것이 순화된 것이다. 그리고 육종의 기술은 생물의 자웅성(雌雄性)의 발견에서 급작히 발달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동물에 자웅성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진화를 일으킨다고 주장했으며, 카메러(Camerer)는 처음으로 인공교잡을 하여 꽃가루의 역할을 인식하게 되었고, 마시(Mather)는 처음으로 옥수수가 풍매로 수정되는 것을 알아냈으며, 쾰로이터(Kӧlreuter)는 제1대 잡종(F1)의 균일성, 제2대 잡종(F2)의 형질분리·잡종강세(雜種强勢) 및 우성현상(優性現象)을 보고하였다.
1865년 멘델(Mendel,G.J.)에 의하여 ≪식물잡종의 연구≫에서 유전법칙에 관한 논문이 보고되었으나 당시에는 그것이 인정되지 못하였는데, 1900년에 이르러 코렌스(Correns)·체르마크(Tschermak) 및 드 브리스(De Vries)의 세 학자에 의하여 동일한 결과가 보고되어 그것이 유전의 법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를 ‘멘델법칙의 재발견’이라고 하며, 이는 육종기술의 발달에 혁신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요한센(Johannsen)은 순계설(純系說)을 제창하였으며, 재래종은 유전적으로 다른 많은 혼계(混系)들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분리하면 몇 개의 순계로 되는데 그들 순계 중에는 우수한 것과 불량한 것이 있으므로 우수한 것들만 골라 재배하면 중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또 다른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생물에 나타나는 변이에는 유전적 변이(遺傳的變異)와 환경적 변이(環境的變異)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와 같은 학설이 보고됨에 따라 유전의 지식이 보급되기에 이르렀고, 육종이라고 할만한 사업이 시작된 것은 세계적으로 보면 1900년경, 즉 ‘멘델법칙의 재발견’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06년 수원에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지금의 농촌진흥청 전신)이 설치된 이후부터 초기의 육종사업이 시작되었으나, 보다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인공교배(人工交配)에 의한 육종은 1914년부터 벼에 대하여 실시되기에 이르렀으며, 1917년에 비로소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각국에서 교배육종이 작물에 실시되었는데, 미국에서는 슐(Shull) 및 이스트(East) 등에 의하여 옥수수의 잡종강세효과가 인정되고, 존스(Jones)에 의하여 복교잡종(複交雜種)의 효과가 인정되면서부터 1대잡종의 강세를 이용하는 육종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1956년경부터는 수수와 일반작물 및 원예작물에 이용되기에 이르렀으며, 많은 연구가 실시되고 있다. 또한 누에의 1대 잡종에 대한 유리성이 보고되었으며, 1914년에 이르러 비로소 1대 잡종의 사육을 시작하였고 현재 사육종 모두가 1대 잡종이다.
한편, 배수체(倍數體)의 작성 및 인위돌연변이(人爲突然變異)의 이용 등으로 육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유전과 변이에 관한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1922년 8월에는 산림자원의 개발과 임목육종의 연구 등을 위하여 임업시험장(林業試驗場:지금의 임업연구원)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1930년에는 권업모범장이 농사시험장(農事試驗場)으로 개칭되고 남선지장(南鮮支場:지금의 호남작물시험장)이 이리에 증설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이들 기구가 농사원을 거쳐 1962년 농촌진흥청이 발족되어 그 산하기관으로 작물시험장·원예시험장·축산시험장·임목육종연구소·영남작물시험장·맥류연구소 등이 신설되어 육종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913년에 권업모범장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우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벼의 품종은 1,451개 품종에 달할 정도인데 일부는 중복되었을 것을 고려해도 지역과 토질에 따라 적절한 품종이 재배되었음을 시사한다.
1945년 광복 이후 각 지역에 작물시험장을 두고 품종을 육성함에 따라 여러 작물에 걸쳐 육종사업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품종이 농가에 보급되었다. 1922년에 제정되어 적용하여 오던 <종자경신법 種子更新法>을 대신하여 1962년 1월에는 <주요 농작물종자법>을 마련하여 주요 농작물의 육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농작물의 증산을 도모하였다.
또한, 1973년 2월에는 <종묘관리법>을 제정하여 종묘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고, 품질의 향상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제도에 따라 1960년대에 기본식물은 모지(母地)에서 생산하고, 원원종(原原種)은 각 도의 농촌진흥원, 원종(原種)은 각 도 농산물원종장, 보급종은 농지개량조합이나 농업협동조합에서 위탁생산하였다.
1974년 11월에는 국립종자공급소의 직제가 공포되고, 1975년 <주요 농작물종자법>이 개정됨에 따라 종자공급체계가 바뀌었다. 채종 단계별로 기본식물은 작물시험장·호남작물시험장·영남작물시험장 등의 3개 작물시험장에서 공급하게 되었고, 원원종은 각 도 농촌진흥원, 원종은 각 도 원종장, 보급종은 종자공급소에서 운영하도록 되었다.
1980년대에는 종자공급소가 농촌진흥원과 협의하여 채종포(採種圃)를 설치하여 보급종을 생산하고 수매하도록 하였다. 보급종의 채종포나 시범단지에서 생산된 종자의 검사는 주로 농산물검사소에서 담당하도록 되었다.
육종법은 육종의 목적, 실제적 방법, 유전적 변이의 종류, 작물의 수정(受精)과 번식양식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고 있는데 보통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 도입육종법(導入育種法)
작물·가축을 다른 지방 또는 다른 나라에서 도입하여 그대로 한 개의 품종으로 재배, 사육하는 것을 말한다. 도입한 품종의 특성 또는 그 유전질을 새 육종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나라의 도입육종의 예를 들면 목화가 고려 때인 1364년(공민왕 13) 원나라에서 문익점(文益漸)에 의하여 도입되었으며, 담배가 1618년(광해군 10)에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하며, 고구마가 1763년(영조 39) 쓰시마(대마도)에서 조엄(趙曮)에 의하여 도입되었고, 또 육지면(陸地棉)이 1904년 미국에서 목포고하도(木浦高下島)에 도입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1905년 원예모범장, 1906년 권업모범장의 설립과 더불어 도입육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일반작물과 가축의 초기 장려품종은 주로 일본에서, 채소종자는 중국에서 많이 도입되었다.
(2) 분리육종법(分離育種法)
육종의 초기에는 자연교잡이나 돌연변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유전적 변이 중에서 종래의 품종보다 우수한 것을 골라내는 것이 주된 일이었는데, 이것을 분리육종이라 한다.
유전질에 다른 개체들이 섞여 있는 집단을 혼계라 하고, 혼계에서 형질이 같은 개체들만을 골라서 모은 집단을 계통(系統)이라 하고, 유전질이 동일한 집단이라면 이것을 순계(純系)라고 한다. 영양번식을 하는 작물의 계통은 영양계(營養系)라고 한다.
영양계는 영양번식을 하므로 유전질이 순수상태가 아니더라도 형질이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 분리육종법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혼계 속에서 종래의 품종보다는 우수한 순계나 영양계로 골라내는 방법인데, 선발하는 방법에는 순계선발법·집단선발법·영양계선발법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① 순계선발법(純系選拔法):1년째의 혼계 중에서 우수한 이삭이나 포기를 골라서 개별적으로 종자를 받으며, 2년째에는 전 해에 받은 종자에서 1포기를 1계통으로 취급해서 1열씩 점뿌림한다.
우수한 계통을 골라 1계통내에서 몇 포기씩 포기별로 종자를 받고, 3년째에는 그 계통을 다시 포기별로 구분하여 1포기에서 받은 종자를 1열로 점뿌림한다. 계통내의 각 열의 특성이 균일하면 유전질이 순수하게 고정된 것으로 인정하여 우수한 열을 골라서 집단적으로 종자를 받는다.
4년째 이후에는 전해에 받은 종자에서 1열의 종자를 1계통으로 취급하여 종래의 우량품종과 비교실험을 하고 가장 우수한 계통을 발견해서 새로운 우량품종으로 한다. 보통작물의 경우 벼·보리·밀·콩 등에서는 이 방법에 의해서 육성된 품종이 많다.
예를 들면 벼의 품종은 수원1호·은방주101호·조생통일·영남조생·호남조생 등이며, 보리는 재래백(在來白)·승맥(僧麥)15호 등이고, 콩의 금강대립(金剛大粒)·충북백(忠北白)·장단백목(長端白目) 등이 있다.
② 집단선발법(集團選拔法):혼계 중에서 우수한 포기나 이삭을 특성이 같은 것끼리 집단적으로 선발하는 방법인데, 몇 해 계속하면 품종의 특성이 우수해진다. 따라서, 육종의 방법도 되지만 채종의 방법도 된다.
③ 영양계선발법(營養系選拔法):아조변이(芽條變異)가 생겼을 때에 이것을 번식시켜 비교시험을 하고, 종래의 품종보다도 우수한 것을 발견해서 새로운 품종으로 한다. 고구마·감자·과목 등에는 영양계선발법에 의해서 육성된 품종이 많다. 예컨대 감자의 남작(男爵), 귤의 일종인 조생온주(早生溫州), 뽕나무의 청십랑(淸十郎) 등이다.
(3) 교잡육종법(交雜育種法)
유전의 지식이 발달함에 따라서 품종간 때로는 종간(種間)에 교잡을 하면 그 자손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유전적 변이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교잡에 의해서 새로운 우수품종을 육성해내는 것을 교잡육종이라 한다.
교잡육종은 새롭고 안정된 유전적 변이를 손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작성할 수 있는 가장 능률적인 육종방법이므로 교잡육종이 실시된 이후부터 작물품종은 급진적으로 발달하여왔다.
교잡육종에서는 잡종을 만들더라도 영양번식작물을 제외하고는 이것을 여러 대(代) 경과시켜서 유전질이 순수해진 연후에라야 품종으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질이 순수상태인 것보다도 잡종상태인 것이 더욱 왕성한 생육을 하는 수가 있다.
이것을 잡종강세라고 하는데, 잡종종자를 받기 쉬운 작물인 옥수수·토마토·오이·호박·수박·가지·고추·양배추·배추·무 등에, 가축·소·돼지·면양·가금·꿀벌·누에 등에 있어서는 잡종강세를 이용하기 위하여 잡종1세대의 종자를 품종처럼 이용·재배·사육하였다.
(4) 인위돌연변이(人爲突然變異)에 의한 육종법
멀러(Muller,J.H.)가 초파리에 엑스선을 처리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데 성공한 이래,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콜히친처리는 염색체돌연변이(염색체의 배가)를 유발하고 방사선의 조사, 그밖에도 아세나프텐 등 여러 가지 화학약품이 돌연변이 유발원으로 사용한다.
(5) 유전공학(遺傳工學)을 이용한 육종법
최근 생물공학적기법에 의한 일반작물의 육종분야에도 많이 이용되기에 이르렀다. 즉, 염색체에 있는 어떤 유전자(DNA)를 조환(祖換)시키거나, 이종의 세포원형질을 융합시켜서 배양하는 세포융합법 등을 이용하여 새로운 유전적잡종형식물을 얻는 것이다.
약배양(葯培養:수술배양)을 하면 교잡 후 여러 해의 분리세대를 안 거치고 잡종1세대({{%257}})부터 직접 고정개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육종 연한을 단축시킬 수 있으며 벼의 육종에 많이 쓰이고, 우리 나라에서는 화성벼·환진벼·화령벼 등이 육성되었다.
또한 조직배양을 하면 무병종묘의 생산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감자·고구마·콩 등과 판매용 종묘의 경제적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되어 난초 등에 이용된다. 각 작물 모두 육종에 의하여 시대적으로 많은 품종이 육성, 갱신되어 크게 변천하였다.
벼의 경우 1910년 이전에는 재래종이 재배되었고, 그 뒤 1940년대까지는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도입종이 주로 재배되었으며, 그 뒤에는 국내 육성종과 도입종이 재배되었고, 1970년대에는 통일벼가 육성되어 한때 많은 재배면적을 차지하고 수량성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다시 일반계 품종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밥맛이 좋은 양질미의 육성보급과 더불어 각종 쓰임새에 알맞은 다양한 품종은 예로 유색미(有色米)·향미(香米) 등이 육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