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 호는 오암(鰲巖). 아버지는 준(浚)이며, 어머니는 권씨이다. 어려서부터 유서(儒書)를 공부하였으며, 19세에 어머니가 난치병을 앓자 하늘에 어머니의 병이 완쾌되도록 기도하였으나, 22세에 세상을 떠나자 무상을 느끼고 보경사(寶鏡寺)로 출가하여 각신(覺信)의 제자가 되었다.
25세에 휴정(休靜)의 8세손인 수행(守行)으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그에게 사교과(四敎科)와 대교과(大敎科)를 이수하였다. 그뒤 통도사에서 불경을 연구하다가 팔공산 운부암(雲浮庵)의 쌍운(雙運)에게 화엄교리를 배웠고, 31세까지 고승들을 찾아가 『화엄경』과 『전등록(傳燈錄)』과 『염송(拈頌)』을 공부하였다.
32세에 보경사의 강주(講主)가 되어 후학들을 지도하였는데, 교계에서는 그를 영남종장(嶺南宗丈)이라고 불렀다. 교학을 강하는 여가에 참선을 즐겨하였고, 선시불이(禪詩不二)의 경지에서 시를 짓기도 하였다. 또한 늙은 아버지를 절 가까이에 모시고 봉양하였는데, 그 효성이 지극하였다.
평생 동안 보경사에 머무르면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한편, 유생들의 그릇된 불교관을 시정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792년 9월에 진영송(眞影頌)과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입적하였다.
제자들이 다비(茶毘)하여 영골(靈骨)을 얻어서 보경사 서운암(瑞雲庵)에 탑을 세웠으며, 이듬해 제자 회관(誨寬)이 비문을 짓고 비를 세웠다. 제자로는 회관·돈선(頓禪)·인문(印文)·우홍(宇洪)·처경(處敬) 등이 있다. 저서로는 회관이 편집한 『오암집』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