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굿이나 경사굿 등 큰굿의 하위 굿거리로서, 불사제석굿(중부지방)·시준굿(동해안)·셍굿(함경도)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제석굿은 지역에 따라 성격이 다소 차이를 보이나 불교적 색채가 가장 강한 굿거리라는 특징이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큰굿 열두거리 중 셋째 거리(오산)나 다섯째 거리(서울)에서 제석거리가 행하여진다. 무녀는 노란색 대신 복에 흰 장삼을 겹쳐 입고 고깔을 쓰고 염주를 걸고 방울부채를 들고 등장하여, 먼저 제석신의 유래담인 무속신화 「당금아기」를 가창한다. 서울지방에서는 「당금아기」가 구송되지 않고 제석청배·제석노랫가락·제석공수로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오산·화성·안성 등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제석신의 본을 푸는 「당금아기」가 구연되어 제석공수·바라팔이·제석축원 순으로 진행된다. 제물도 제석시루·고양미(공양미)·북어·삼색과일 등이 진설되며, 시루나 고양미에는 고깔을 접어 얹어놓는다. 다른 굿거리와는 달리 비린 제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해안지역에서는 시준굿 또는 중굿이라고 하는데, 무녀는 고깔 쓰고 장삼 입고 염주 걸고 등장하여 무속신화 「당금아기」를 구연하고 중의 흉내를 골계적으로 연기한다. 그 다음에 바라춤을 추고 제주를 불러내어 걸립을 시킨 뒤, 남자무당이 등장하여 ‘중잡이놀이’를 한다. 그리고 축원을 한 다음 끝을 맺는다.
그밖에 함경도지방에서는 셍굿이라고 하는데 「제석풀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무속신화가 구연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제석굿이라고 하는데 「제석풀이」가 가창되고 여러 가지 축원·덕담이 이어진다.
제석신은 그 이름이 불교의 신인 제석천(帝釋天)에서 유래한 듯하나, 신의 기능이나 성격은 불교의 신이라기보다 무속의 생산신이나 수복관장신(壽福管掌神)임이 드러난다. 경기도 양주지역에서는 제석거리 후반에 소놀이굿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제석거리가 농경생산신에 대한 제향(祭享 : 제사)임을 말하여주는 것이다.
또한, 「제석풀이」의 신화적 성격을 보면, 여주인공 당금아기가 아들 삼형제를 낳아 기른다는 내용으로 당금아기는 삼신으로 좌정하고, 삼형제신은 농경생산신이 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시준단지’·‘제석단지’와 같은 곡물숭배의 민간신앙을 보아도 제석신은 농경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회심곡」이나 무가·축원문 등에는 제석신이 인간의 복록을 관장하는 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석신은 무속의 생산신이면서 동시에 복신(福神)이며, 제석굿은 바로 생산신이나 복신에 대한 무속의례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불교의 영향으로 형식이나 겉모양에 불교적 색채가 나타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