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주세붕은 1543년 풍기군수로 있을 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뒤의 소수서원)을 세워 성리학을 원나라로부터 들여와 유학을 진흥시켰던 고려시대의 안향(安珦)을 이곳에서 받들게 하였다. 주세붕 자신도 죽은 후에는 소수서원에 배향되었다. 이곳에는 안향의 초상화도 함께 전래되고 있는데, 후대에 주세붕의 초상화도 함께 봉안하여 소수서원을 세운 그의 공적을 기렸던 것으로 보인다.
주세붕 초상화는 오사모(烏紗帽)에 단령(團領)을 입은 관복차림에 화면의 왼편을 향해 살짝 몸을 튼 자세이며, 그림 윗부분 3분의 1정도는 여백으로 처리했다. 어깨 부분을 과장하여 둥그렇게 표현했고 얼굴을 약간 앞으로 내밀고 몸을 움츠린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형식은 반신상(半身像) 초상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오사모는 높이가 낮고 양쪽 날개 부분에는 별다른 문양이 없다. 둥글게 파인 단령 사이로는 속에 받쳐 입은 흰 옷의 깃이 낮게 삐져나와 물결치듯 보인다. 무늬가 없는 관복은 풍성하게 묘사했고 옷주름은 간략하게 처리했다. 얼굴과 옷주름은 굵기의 변화가 없이 일정한 선으로 조심스럽게 그렸다. 뚜렷한 윤곽선을 사용해서 묘사한 커다란 눈과 뭉툭한 코, 큰 귀와 두툼한 입술에 더부룩한 수염이 인물의 개성적인 생김새를 잘 보여준다.
이 그림의 제작연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양식과 색이 많이 바래고, 화면이 훼손된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얼굴 표현은 1536년에 그려진 이현보 초상화(보물, 1986년 지정)와 비슷하다. 따라서 주세붕이 살아있을 때 또는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16세기 후반 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초상화를 기초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전신상(全身像)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호랑이 가죽이 덮인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상반신은 소수서원의 초상화와 거의 동일한 도상을 보여준다.
현재 남아있는 16세기의 초상화가 대부분 공신상인데 비해 소수서원의 주세붕 초상화는 인물의 개성을 강조한 반신상 초상화로서 희귀하고 중요한 자료이다.